기사입력시간 20.08.21 06:25최종 업데이트 20.08.2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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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1차 현지조사 이후 조사대상 기간만 늘려 또?…“중복조사 해당 위법”

서울행정법원, 새로운 증거 없는 상황 동일한 사안 대해 2차 조사 불가…업무정지·환수처분 모두 취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새로운 증거 없이 중복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위법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1차 현지조사 이후 그 결과를 병원 측에 통보하지 않고 2차 현지조사를 진행했다며 현지조사기본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1차 현지조사서 간호등급 위반 확인…조사 기간만 1년 늘려 2차 현지조사 실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상 의료조합 A병원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등 소송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과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보건복지부는 A병원에 대해 2015년 8월 1차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기간은 2014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로 1년간이었다. 해당 조사를 통해 복지부는 A병원이 간호등급 위반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해당 사실을 A병원에 알리지 않고 1년이 지난 뒤 2016년 9월부터 현지조사 대상기간을 늘려 또다시 2차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기간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로 1차 조사에 비해 1년여가 추가됐다.
 
1차와 2차 조사 과정에서 복지부는 현지조사 담당 부서만 변경했다. 1차 현지조사는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가 담당했고 2차 현지조사는 보험평가과가 주관했다.
 
2차 조사 결과에 따라 복지부는 A병원에 대해 114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과 11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15억을 상회하는 요양급여비용도 환수처분하고 의료급여비용에 대해서도 3억가량을 환수처분했다.
 
재판부 “새로운 증거 없는 상황, 동일한 사안 대해 2차 조사 불가”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현지조사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2차 현지조사가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조사 기간이 연장돼 병원 측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현행 행정조사기본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현지조사 이후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경우에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재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동법 제24조는 행정기관장이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행정조사의 결과를 확정한 날부터 7일 이내에 그 결과를 조사대상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복지부가 원처분을 취소하고 중복조사 관련 부분을 제외한 정당한 조사 범위 내의 자료를 근거로 재량권을 다시 행사해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1차 현지조사 이후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일안 사안에 대해 2차 현지조사가 실시됐다"며 "1차 조사 이후 복지부 장관은 그 결과를 A병원에 통보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2차 현지조사 과정에서 조사대상기간이 더 늘어났음에도 1차 현지조사에서 확보한 증거를 다시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했다"며 "A병원은 1차 조사 이후 부당청구 여부를 확인해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조사대상 연장으로 인해 부당청구액이 늘어마녀서 큰 피해를 입게됐다"고 전했다.
 
조사를 수행한 소속 기관이 다르는 복지부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복지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실제로 조사를 수행한 사람의 소속 기관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각 조사의 주체가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부서간 공동조사의무 위반의 소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위반 이유로 절차 하자 인정 드물어…판례 의미 크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메디게이트뉴스

한편,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례가 행정조사기본법 위반을 이유로 현지조사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 변호사는 "지금껏 간혹 현지조사 과정에서 건보법이나 현지조사지침 위반을 이유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한 사례는 있었다"며 "그러나 행정조사기본법 위반을 이유로 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한 사례는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이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행정조사기본법의 목적은 행정조사에 관한 기본원칙과 행정조사의 방법, 절차 등에 관한 공통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에 관한 현지조사에서도 이런 행정조사법을 엄격히 적용해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의료기관의 권익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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