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6.18 06:03최종 업데이트 18.06.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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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의사들 자료 입력 시간만 늘려…환자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스크립스중개과학연구소 스티븐 스테인허블 디렉터, 의료정보학회 특별강연

인공지능, 의사 대체 아닌 의사 보조의 '증강지능'으로 활용될 것

"디지털 기술은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을 진료할 때마다 컴퓨터 기록에 더 신경을 써야 해서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평소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많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스크립스중개과학연구소(Scripps Translational Science Institute) 스티븐 스테인허블(Steven Steinhubl) 디렉터는 14~15일 삼성서울병원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범산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소는 '청진기가 사라진다'라는 저서로 유명한 에릭 토폴(Eric Topol)이 소장으로 있으며, 그는 생물정보학자와 함께 일하는 심장외과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각종 의료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있다. 기술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구글 조사결과에 따르면, 1분당 의료 관련 검색수는 6만번을 넘어섰다. 구글 검색 중 20분의 1건은 의료 관련이며, 모든 구글 검색 중 1%는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에 대한 진단명을 검색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스크립스중개과학연구소 스티븐 스테인허블(Steven Steinhubl) 디렉터는 디지털 기술이 의료에 활용하려면 환자 중심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한의료정보학회 

디지털 기술, 자료 입력 시간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디지털 기술 발전은 의료 분야에서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히려 전자의무기록(EMR)이 도입되면서 컴퓨터 작업만 늘어났다는 불평을 제기하는 의사들도 많다.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디지털 기술이 의료계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전자의무기록이지만, 미국에서는 긍정적으로 판단되지 않고 있다”라며 “전자의무기록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환자를 더 잘 보거나, 일을 편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사들은 전자의무기록이 의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를 한시간 볼 때마다 한두시간을 더 사용해서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매일 시간을 추가로 소요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의사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환자를 3시간 보면 3시간의 자료 입력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잉글랜드 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생각에 잠기다-인간 마인드의 한계와 의학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나온 연구였다.   

그는 “의학은 너무 복잡해서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200만개의 피어리뷰(peer review) 저널이 발행됐다”라며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모든 데이터를 얻고, 그것을 분석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이같은 문제로 의료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이를 연구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과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 등의 세 회사가 올해 1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의료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직원 120만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다음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애플과 월마트 역시 새로운 디지털 의료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런 회사들의 사례가 앞으로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자 중심, 의료기관 활성화, 개인 맞춤에 주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크립스중개과학연구소는 디지털 기술을 환자 입장에서 접목해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우선 환자 중심적으로 만들고자 한다”라며 “의료시스템은 환자 치료에는 뛰어나지만, 사람들의 건강관리에는 취약하다”라고 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건강관리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환자 개개인에 맞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20분간 의사를 만나려면 예약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120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2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들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기 어렵다. 구글에 따르면 매일 오전 4시 30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귀 염증을 검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들이 새벽 시간에 귀에 염증이 생긴 환자들을 봐야한다면, 나머지 시간동안 다른 환자들과의 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여기에 다 대응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의사들은 시간이 없고 환자들은 궁금한 게 쌓이는 간극이 발생한다.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환자들은 평균 11분간의 의사와의 대면을 한다. 환자는 환자대로 자신의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데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원격의료의 필요성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엠디라이브(MD Live) 등 스마트폰 기반의 원격 의료 서비스들은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30년대에는 환자들의 40%가 의료 서비스를 집에서 제공받았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이 시대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라며 “현재는 1% 미만의 환자들만이 가정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 발전 아닌 행동양식을 어떻게 바꿀지가 문제 

미국도 디지털 기술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 활용할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혈압은  미국에서 50세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 중 절반이 가지고 있는 만성 질환이다. 미국 성인들 중 3분의 1이상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고혈압 관리에 매년 1000억달러를 쓰고 있다. 그는 “미국은 고혈압 전체의 절반만 치료를 받는다. 국제적으로 고혈압 환자들 중 20%만이 치료를 받고 있어 국제 기준보다 높지만, 여전히 치료받지 않는 이들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미국 당뇨협회와 미국심장학회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서는 실시간으로 혈압을 모니터링하고 인터넷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것은 혈압관리에 매우 효과적인 것이 이미 입증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토 과정에 있는 혈압계는 팔이 아니라 손목에 끼는 방식으로 사용자 편의를 강조한 제품을 선보였다. 일부 의료기관은 오쉬너(Ochsner) 등 환자들의 혈압관리를 돕는 앱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107개의 고혈압 관리 앱 중에서 단 4개만이  의료기관에 의해 개발됐고, 대부분의 앱들은 근거에 기반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디지털 기술이 실제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단순히 앱이나 기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바꾸는 데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혈압계를 받고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 3분의 2는 한번도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혈압계 사용 자체가 귀찮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의료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려면 환자들의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라며 “그동안 이용 대상의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넘겨왔다. 이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의사 대체 아니다…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나와야

그는 인공지능 자체도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의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니라 의사가 하는 일을 보조할 수 있는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을 통한 다양한 연구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부정맥을 감지하거나 인공지능을 통해한 병리 진단이 연구되고 있다. 구글은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환자 진단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FDA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이나 뇌졸중 환자의  임상결정을 내리는 기술을 승인했다. 그는 “FDA는 올해 처음으로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공지능을 통한 진단 플랫폼을 승인했다. 의사가 관여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통한 당뇨병성 망막증의 진단 방법을 승인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FDA는 손목 골절을 판독하는 알고리즘의 개발을 승인했다. 많은 인공지능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고, 지난해 4가지의 솔루션이 실제로 인증을 받아 환자 진단에 실제로 이용됐다”고 했다. 그는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기술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부분 의사를 보조하는 증강지능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분야에 과대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여러 기술을 토대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더 많은 시간을 대화와 환자 관리에 쏟을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더 정확하고 환자의 요구에 맞춘 의료제공을 도와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일상 생활의 건강기록을 활용한 연구도 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 핏비트를 이용해 5만7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1년간 휴식기 심박수를  측정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심박수는 40 이하부터 90 이상으로 다양하게 분포됐다. 그는 "특정인이 3~4일간 심박이 많이 뛰었는데, 이 때 라임병(미국에서 흔한 진드기 매개질환)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라며 "아이들이 자는 동안  휴식기 심박수가 뛰어오르면 천식 발작이 시작된다는 연구도 있다. 20~40대 여성들의 생리주기와 연동된다는 결과도 나왔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 내의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전자의무기록과 유전체 분석, 다양한 기기에서 수집된 자료들의 통합에 따른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는 정밀의료(개인의 모든 생물학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하는 것)의 출발점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소비자와 의료 제공자 중심의 구조로 의료서비스를 재편하기 어렵다”라며 “디지털 기술의 다양한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것과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진료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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