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9.21 15:27최종 업데이트 25.09.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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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수가 100만원인데 배상금은 15억원...수가 올리거나 필수의료 배상은 국가가 책임져야"

산부인과의사회 기자간담회서 사법리스크 해결 촉구...과실·무과실 구분 없이 필수의료 배상금 국가 책임 촉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 배상금 12억원, 유도분만 중 뇌 손상 배상금 16억원, 신생아 사망 배상금 4억원 등 거액의 배상금은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분만을 접거나 분만실을 폐쇄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분만 중 과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형사 기소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4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분만 및 산부인과 의료 인프라 회생을 위한 대정부 정책 제안'을 통해 산부인과 위기를 초래한 사법리스크 해소를 촉구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은 54.4세이며, 전체 전문의의 약 3분의 1은 60대 이상이다. 반면 30대 이하 전문의는 11.6%에 불과하며, 2024년 3월 전공의 모집에서 산부인과 188명 모집에 단 1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0.5%라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숙련된 분만 전문의들이 10년 후 대거 은퇴하게 되면 분만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전국 분만 의료기관 수는 2013년 706곳에서 2024년 425곳으로 약 40%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전국적인 응급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전국 250개 시·군·구 중 72곳에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분만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2024년 9월 충북 청주에서는 응급 상황에 처한 한 임신부가 75개 병원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하며 6시간 만에 간신히 진료를 받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와 분만 산부인과를 포함해 필수의료 배상책임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필수과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과에 소요되는 의료분쟁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정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통해 최대 보상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상향했다. 이 금액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지만, 법원의 수십억 원대 배상 판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의사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의료기관이 30% 부담하는 제도를 최근 100% 국가 부담으로 개정했지만, 여전히 보상 한도의 현실적 괴리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무과실이 아닌 과실 책임에 의해 민사소송에서 10억원이 넘는 배상책임 판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수의료 배상책임금의 정부안은 국가가 의료사고 특례위원회를 만들어 무과실만 국가가 보상하는데 있다. 과실과 무과실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분쟁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를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기철 부회장은 “분만수가가 1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면 배상책임도 수가에 맞게 책정돼야 하는데, 분만수가를 무시하고 배상금은 15억원을 배상하라고 한다"라며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평생 한 번이라도 의료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다. 수가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거나, 국가가 배상책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공백으로 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응급 분만에서 마취를 하다가 산모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 기피 문제 지역의 분만 산부인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필수의료 지원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데다, 마취과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라며 "이대로라면 필수의료 분야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정부에 수차례 경고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 이렇게 몇 년만 더 간다면 필수의료 문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라며 ▲필수의료 회생 기금 조성 ▲공공정책수가 도입 ▲분만실 유지 기본 수가 신설 등을 건의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분만 환경은 의료인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의 공공적 책임"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미래 세대의 출산 기본권을 위해 정부의 즉각적이고 전폭적인 정책 전환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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