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이 전환기를 맞았다.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평가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어서다.
결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한미약품 수출 잭팟.
지난해 한미약품이 7조 5천억원의 수출계약을 달성한 이후 제약산업 전체가 관심을 받고 있고, 전통적인 내수주로 평가받아온 제약업종이 성장주로 주목받으면서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률(PER)은 정보통신업종보다도 높아졌다.
이제 제약산업에 대한 관심은 단순 매출이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의 전망에 집중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이 고갈된 글로벌 제약사들은 배고파 하고, 그동안 이런저런 신약을 개발하고 있던 국내사들은 글로벌사에 후보물질을 파는 데 온 힘을 쏟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역시 신약 파이프라인에 따른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 어떤 제약사의 어떤 신약이 주목받고 있을까?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 신약들을 모아봤다.
한미약품의 RAF 저해 표적항암제·지속형 인성장호르몬
한미약품은 이미 11개 신약을 기술 수출했다.
하지만 아직 품 안의 자식은 많다.
13개 파이프라인이 한미약품의 품에 있으며, 이 중 RAF 저해 표적항암제 'HM95573(임상 1상)'과 지속형 인성장호르몬 'HM10560A(임상 2상)'가 눈여겨볼 만한 신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HM95573은 암세포 증식 및 성장에 관여하는 변이성 RAF 및 RAS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강하게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큰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2세대 RAF 저해제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성장호르몬 HM10560A는 얀센과 사노피에 수출한 랩스커버리(지속형 제제)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 신약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종근당의 류마티스·헌팅턴·비만 치료제
종근당의 공격적인 수출공략과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도 간과해선 안된다.
종근당은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고도비만 치료제 등 22개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가장 유망한 신약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과 헌팅턴 신드롬 치료제 'CKD-504'다.
CKD-506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조절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다.
이 약의 기전은 여러 자가면역질환 적응증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전임상 독성시험 진행 단계다. 올해 해외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새로운 약리기전을 가진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로, 이른 시기에 수출해 종근당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CKD-504는 헌팅턴 신드롬 치료제. 미세소관(microtubule)을 조절해 아밀로이드 베타에 의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신경 축삭 이동 개선 작용기전을 보유했다.
종근당 최수영 전무는 "헌팅턴 신드롬은 대안이 없는 질환인데, CKD-504는 유효성과 안전성 면에서 이점이 크다"면서 "현재 전임상 단계로, 2017년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약은 류마티스 치료제와 달리 라이센스 아웃하지 않고 종근당 혼자의 힘으로 글로벌 임상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의 신약 중 증권가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는 약은 지만 치료제 벨로라닙이다.
벨로라닙(MetAP2 inhibitor 계열)은 종근당이 개발해 2009년 자프겐(Zafgen)에 기술수출한 신약으로, 현재 미국에서 프래더-윌리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대해 임상 3상, 호주에서 고도비만에 대해 후기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프래더-윌리 증후군 치료제보다 고도비만 치료제로서 더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의 고도비만 시장이 크고, 전기 임상 2상에서 기대해도 좋을 결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2.4mg을 주 2회, 12주 투여 시 10.9% 체중감소 효과).
동아에스티의 당뇨병성 신경병증·아라네스프 바이오시밀러
동아에스티는 꾸준히 신약개발에 주력해온 만큼 바이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을 아울러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있다.
이 중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와 아라네스프 바이오시밀러가 해외 임상결과 우수한 효능을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은 산약 및 부채마 성분의 천연물신약으로, 지난 4월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을 포함한 14개 임상기관에서 128명을 대상으로 2상을 진행한 결과, 50%의 환자에서 통증이 50% 이상 감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현대증권 김태희 연구원은 "천연물신약이라 미국에서 허가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미 다수의 천연물신약이 FDA의 허가를 받았다"면서 "또 2004년 'Guide for Industry-BotanicalDrug'이라는 기준이 설정됐고, 미국에서 천연물신약 임상시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에 3상에서 우수한 효능이 입증된다면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A-9801과 함께 주목받는 신약은 암젠이 개발한 1주 제형 EPO 아라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DA-3880다.
2014년 유럽 임상 1상 결과, 오리지널과 높은 유사성을 입증했다.
아라네스프가 글로벌 2.8조원 매출의 대형 블록버스터이며, 타사 바이오시밀러 대비 개발속도도 빨라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녹십자셀의 CAR-T
빅파마들이 가장 주목하는 파이프라인은 CAR-T이다. CAR-T 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에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도록 유전자를 심어 항암 능력을 높인 차세대 면역항암제다.
이렇게 만든 T세포는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보다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CAR-T를 준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녹십자셀이다.
CAR-T가 환자의 면역세포를 개량한 2세대라면, 녹십자셀은 이미 면역세포를 개량없이 대량으로 배양해 몸 속에 투약하는 1세대 이뮨셀-LC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CAR-T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신뢰를 받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HL161
일찍이 바이오쪽으로 방향을 틀고 매년 연구개발에 높은 비용을 투자한 한올바이오파마의 HL161도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이다.
HL161은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이나 개량신약(바이오베타)이 아닌,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다.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항체로 중증근무력증, 천포창, 루프스 등 다양한 적응증에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올해 2분기 중 전임상 완료 및 기술수출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혈장분리 반출술과 고용량 면역글로불린 요법은 1회 치료비용이 5천~2만달러에 달하고, 바이러스 감염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HL161은 이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으며, 전 세계 면역글로불린 시장(75억 달러)이 크다는 점도 기대를 받는 이유로 작용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티슈진-C
코오롱생명과학의 티슈진-C는 세포분화 촉진 성장인자를 가진 세포를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로 투여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다.
일반적으로 시장성이 낮다는 바이오의약품임에도 시장규모가 큰 퇴행성관절염을 타깃해 주목받는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티슈진-C는 인공관절수술, 줄기세포치료 등 기존의 수술요법이 아닌 1회 주사요법이기에 투약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 2상 결과, IKDC score, WOMAC 등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확인했으며, 이와 별도로 MRI 분석, 바이오마커 분석을 실시해 효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현재 마케팅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퇴행성관절염도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높은 분야여서 기술수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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