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1.22 03:35최종 업데이트 18.11.2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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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에 방문진료 포함, 의료계가 미리 고민해봐야 할 것들

[특별기고] 김기범 내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는 20일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1단계 노인 커뮤니티케어)'을 발표했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과 장애인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국민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보건과 의료, 돌봄 등 필요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중심 사회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이 계획에 의사, 간호사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진료(왕진)하고 간호하는 방문의료를 본격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 방문진료 개념을 ‘왕진’과 ‘재택환자 방문진료’로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왕진’은 병원에 직접 방문할 수 없는 환자의 요청을 받아 의사가 진료에 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때 비연속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이다. 

‘재택환자 방문진료’는 자택에서 요양 중인 환자나 요양원 등에 있는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 정기적이고 계획적으로 방문 진료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택환자의 방문진료, 실시간 전화 상담 늘어날 것 

먼저 ‘재택환자 방문진료’는 촉탁의 제도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를 환자 자택까지 방문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재택환자 방문진료’는 정기적, 계획적으로 진료, 치료, 처방 등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 또는 가족으로부터 상담을 받은 시점에서 병력, 현재의 질병, 건강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치료계획, 가족의 간호 능력 및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진료계획, 방문 일정 등을 정한다. 이런 부분은 촉탁의로서 요양원 등의 시설에 방문하는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다. 

만약 어떤 의료기관이 재택방문진료를 정기적으로 하는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면 각기 다른 장소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외래환자가 병원으로 전화해서 증상을 호소하고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이 외래환자 외에 재택방문진료까지 시행한다면 환자가 집에서 전화를 걸어 사소한 증상을 상담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다. 

의사는 환자 방문을 가지 않는 날이더라도 언제든지 전화를 켜놓고 상담을 대기해야 한다. 환자와 같이 거주하지 않는 보호자의 문의에도 응대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이에 따라 만약 재택환자의 방문진료가 시행된다면 기본수가 외에도 계획수립료, 평상시 상담관리료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한 재택환자의 전화상담에 대한 비용까지 고려돼야 한다. 현재 재택환자의 방문 진료수가는 진찰료와 행위료수가, 실비수준의 교통비만 인정되고 있는데, 앞으로 재택환자의 방문진료에 비용대비 효과의 원칙이 적용될까봐 우려된다.

왕진, 의사의 필요성에 따라 결정해도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왕진’은 24시간 응급 대응의 개념이다. 환자 또는 가족 등 실제로 환자를 간호하고 있는 사람이 의료기관에 전화 등으로 직접 왕진을 요청하면 해당 의료기관의 의사가 인정하면 가급적 신속하게 환자 집에 가서 치료하는 것이다.

왕진 여부는 결국 의사의 필요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의사가 왕진을 결정한다면 환자는 유선으로 미리 예약해야 하고, 이 때 많은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왕진이 꼭 필요한 경우였는데도 불구하고 유선상으로 얻은 정보가 확실치 않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 법적 책임을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반대로 꼭 왕진이 필요하지 않은 데도 환자나 보호자가 지나친 걱정으로 왕진을 시행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밖에 왕진에 대한 요구가 생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왕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방문했는데 별다른 치료 없이 그냥 돌아온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세세한 부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의사의 진료에 대해 법적 책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왕진을 가기로 한 의사가 환자의 집에 늦게 도착한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걱정이다. 예전에 신문에서 1969년 서울시가 마련한 '접객업소 서비스 향상을 위한 준수사항' 중엔 '주·야간을 막론한 병원의 왕진 치료'가 포함됐다고 한다(동아일보 1969년 8월 29일 자). 당시 언론은 왕진을 거부한 의사를 '자기 개인의 편리를 위해 의도(醫道)를 망각한 악덕 의사' '비정한 인술'이라며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왕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부분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왕진수가는 오히려 왕진을 가지 못하게 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 왕진에 대한 비용산정 기준 자체가 불명확한 상태다. 왕진이 실제로 진행되려면 방문진료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기회비용, 왕진시행 여부 등을 유선상으로 미리 판단해야 하는 진단비용, 법적책임에 대한 위험비용 등을 추가로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런 비용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의료계도 왕진을 시행했을 때 가능한 의료행위와 개별행위 당 수가 등을 연구해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문진료가 실행되길 
 
인구의 노령화, 핵가족화 외에도 원격의료 허용 문제와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왕진과 재택환자의 방문진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커뮤니티케어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의료현실은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다. 미래를 빠르게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먼저 왕진의 정의부터 분명하게 내려야 한다. 이 제도의 법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방문진료 시의 매뉴얼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가 고령 환자의 복지비용 절감차원에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것이길 바란다. 이런 전제에 따라 정부는 아직 현실적으로 방문진료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제도의 성공을 위해 ‘충분한 수가’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로서 ‘방문진료’가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친 다음에 실행되길 바란다.   

(이 내용은 대한의사협회 산하 KMA POLICY가 18일 주최한 공청회 자료를 참조했으며,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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