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대 중 14곳만 현장 점검한 ‘의학교육점검반’ 믿는 교육부…진짜 질 저하 없을까?
학생 1인 당 교원 수 법정 기준 충족해 문제 없다?…한국 1.6명 vs 미국 0.45명 현재도 격차 커
강의실·실습실 부족에 정부 신·증축 계획 세웠지만…2025학년도 신입생 교육에 적용 불가능 지적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이 기존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되면서 의료계가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에 나섰다.
당장 의대 교육 여건을 평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조차 정원이 늘어난 대학들의 평가인증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직언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의학교육점검반으로 교육 여건을 확인했고, 향후 행정적·재정적 지원으로 평가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의학교육 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놓은 근거들은 과연 믿을만한 근거 일까?
의학교육점검반으로 의학교육 여건 확인했다는 교육부…26곳이 비대면, 서면으로 실시
5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교육부가 의대 교육 관련 긴급 브리핑을 개최하고 주장한 내용들을 분석한 결과 다소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을 하며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어 국민의 불안과 염려가 가중되고 있다”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10월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정원 증원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했고, 당시 현재의 교육 여건에서도 2025학년도에 최소 2151명을 즉시 증원할 수 있다는 수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오 차관은 “이에 대해 정부는 전문가를 포함한 의학교육점검반을 별도로 구성해 수요를 제출한 대학의 의학교육 여건, 교원 수, 시설 및 수련 여건 등에 대해 하나, 하나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당시 모든 대학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점검반은 전국 의대들로부터 수요조사 결과를 취합한 뒤 실제 현장 의대들의 교육 역량에서 희망하는 증원이 가능한 상황인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가량 40개 의과대학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는데 점검반의 조사는 그야말로 ‘요식행위’였다는 것이 의료계의 증언이다.
실제로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소송으로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가 구성한 의학교육점검반의 점검 방법은 서면·비대면·현장 점검 방식으로 나뉘었으며, 실제로 현장을 둘러 점검한 의대는 단 14곳뿐이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면 점검 회의로 어떻게 의학교육 실태를 파악할 수 있겠나. 강의실 한 번 쳐다보지 않고 의대 교육 여건을 점검했다는 것은 안 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실제로 현장을 찾아 점검한 경우에도 1곳당 20~30분 정도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산의대는 애초 25명을 증원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서류 검토와 비대면 조사만 받은 후 정부가 애초 신청한 숫자의 3배인 75명을 증원해 의대 교수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3401명 증원도 가능하다던 정부…2000명에서 1508명으로 줄인 증거는?
또 교육부는 올해 2월 40개 의대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신청을 받았을 때 총 3401명 증원을 신청하고, 증원 신청 및 배정 과정에서 대학 교육 여건과 향후 계획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후 2024년 3월 정원 증원이 확정된 32개 의대로부터 향후 6년간 교육 여건 개선 수요와 투자 계획을 제출받았고, 대학이 제출한 내용을 토대로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일부 의료계가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면 교육이 어렵다는 등 구체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정부는 의대 정원을 애초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였을까?
정부는 지난 4월 거점 대학 총장들의 건의에 따라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5학년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당시 거점 국립대 총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의대생들의 반발이 집단 유급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무리한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 같은 중재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주장대로 2000명 이상도 증원할 수 있는 의학교육 여건이라면 왜 대학들이 의대 증원 규모 축소를 주장했으며,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8명 기준은 ‘후진국 기준’…당장 강의실, 실습실 부족한데 신·증축 수년 후 가능
마지막으로 오 차관은 현재 의대 교수 인력 법정 기준이 교수 1인당 8명인데 현재 40개 의대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이며,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높은 대학도 4.8명으로 법정 기준을 여유 있게 충족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오 차관의 주장대로 우리나라 의대들은 교수 1인당 학생 수에 대한 법정 기준인 8명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적은 곳은 울산의대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0.25명이었고, 반대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동국의대로 4.26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법정 기준인 교수 1인당 학생 수 8명은 후진국에서나 요구할 법한 기준이었다.
실제로 의학교육의 질이 높은 미국 의과대학들은 전임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평균이 0.45명에 불과했다.
특히 하버드 의대는 기초의학 교수 356명과 임상교수 9788명을 포함해 전체 전임교원이 1만명을 넘어 학생 1인당 교수 비율이 15.8명에 육박해 풍요로운 교육을 제공하고 있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지난 5월 개최한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도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미국의 의학교육을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현재 의학교육 수준은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고려의대 조윤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수 1명이 학생 다수에게 대규모 수업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미국은 학생 1명당 교수가 16명에 달하는 비율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시설에 대한 교육부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국립대학별로 의대 교육 여건 개선 T/F를 구성해 내년부터 기존 의대 시설의 리모델링, 재구조화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고 증·개축 및 신축이 필요한 공사는 예비타당성 면제 등을 통해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의대 본과 3·4학년 임상실습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대학병원과 관련해서도 안정적인 임상실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병원 내에 세미나실, 다목적회의실, 휴게시설 등 교육·수련 공간을 확충하고,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설치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장 49명에서 내년 125명으로 정원이 늘어나는 충북의대는 학생들을 수용할 강의실조차 부족한데 내년부터 리모델링 및 증·개축 및 신축이 진행되면 2025학년도 신입생들은 사실상 강의실 없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의료계는 신축의 경우 설계에만 1년 반~2년이 걸리고 건물을 세우는 데 1년이 걸리는데 어떻게 내년도에 늘어나는 의대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습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대병원은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현재도 공간이 협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현 정원인 125명의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병원 옆 강당이나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병원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해 신·증축을 노력해 보았으나 구도심이다 보니 공간이 도저히 나오지 않아 현재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과거에 신·증축을 위해 부지도 알아보고 노력해 봤지만 실패한 상황에서 임상실습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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