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02 11:52최종 업데이트 24.03.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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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대 입학정원 배정부터 중단하라...의료대란 초래되면 총선에도 순풍 아닌 역풍불 것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챗GPT가 그려준 의새들의 파업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증원이 총선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주 만에 5%포인트(p) 올라 4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가 가장 큰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월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재표결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의혹·도이치모터스 특검)'이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국민의힘 측은 "쌍특검법에 대한 찬성표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 자체로 쌍특검법이 총선용 여론몰이였음이 입증된 것"이라며 찬성표가 많았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고 "거대야당의 횡포로 나온 악법이었다는 점에서 부결은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남의 허물은 보이지만 내 허물은 못본다는 의미로 목불견첩(目不見睫)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여당은 자신의 눈으로 눈썹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눈으로 눈썹을 보기 위해서는 거울이 필요하다. 거울이란 바로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의대신설 과정에서 실패의 역사를 통해 성찰을 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의대 증원 2000명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의사들을 겁박해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의사들과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는 것을 정부여당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총선의 최대 리스크이던 쌍특검법조차 폐기시킨 집권여당의 총선 전략은 결국 의대 증원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의사도 변호사처럼 멋대로 늘릴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총선을 믿고 억지를 부릴 일이 절대 아니다. 칼날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갈다 보면 그 칼날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게 될 수도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월부터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전임의들마저 이탈하면 심각한 의료대란이 우려된다. 의료대란을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고 '비인기과 낙수의사'로 낙인될 것이 분명한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의 필수과 의사들이 실제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어서다. 

정부여당은 전공의들을 겁박하거나 의사와 국민 사이 갈라치기와 같은 분열책동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 더 절박하게 해결해야 하는 지역의료와 필수 진료과의 의사 부족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의대 증원 2000명의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이후 의료계와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도 전면 수정돼야 한다. 현재의 의료 보상 체계나 사법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수도권과 비필수 진료과목으로의 집중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일반 간호사를 진료보조(PA) 간호사로 진료 현장에 투입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늘리는 황당한 발상도 포기해야 한다. 이공계학과의 학업을 중단하고 의대 진학을 노리는 N수생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막아야 한다. 이미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 카이스트 등 이과 최상위 대학 재학생들도 휴학이나 반수를 통해 의대에 다시 도전해보려는 것이 대학가의 현주소다. 

더구나 2000명 증원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 현재 14만명인 의사 수가 2040년에는 46%나 늘어나고 2050년에는 본격적인 '의사 과잉'의 시대가 열린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의사 수만 늘리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의료와 필수진료의 문제가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포함한 2025학년 전형계획을 이미 지난해 공개했다. 이번 의대와 간호대 증원처럼 관계부처 협의로 조정되는 등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이 아닌, 예외적인 경우에 따른 전형계획 변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별 증원 수요를 취합해 입학정원을 배정하려는 계획부터 당장 중단해야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의대 증원 강행으로 의료대란이 초래된다면 총선에도 순풍이 아니라 역풍으로 작용해 참담한 결과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여당이 나서서 선택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한겨울의 북풍이 거세질수록 동남풍이 불 때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미리 알릴 뿐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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