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7.19 07:07최종 업데이트 21.07.1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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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반대하는 10가지 이유...민감한 영상 유출 우려, 의사와 환자의 불신만 초래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 "경력의사-신규의사 수가 차등 없고 필수의료 기피 조장하는 저수가 문제 해결부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사진=JTV방송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놓고 6년째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계류됐고 21대 국회에서도 또 다시 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CCTV 영상 유출로 인한 환자들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의사와 환자와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또한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라, 필수의료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SBC전주방송 JTV 시사토크에서는 최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이명연 전라북도의회 의원, 최영호 변호사 등과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김재연 회장을 통해 밝힌 의료계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논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①대리수술은 전체 수술의 극히 일부일 뿐 

김재연 회장은 우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의가 시작된 계기는 대리수술, 유령수술 등으로 인한 각종 불법 의료행위 사건 때문이지만, 이는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연간 수술 건수는 200만건 정도가 이뤄지고 있고 하루에 5479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셈이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대리수술과 관련된 보도된 사건을 모두 합치면 28건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정상적인 의료행위이자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훼손한 공익범죄, 환자의 신체권과 생명권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면 엄벌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한해 40만건 의료소송이 발생하고 우리나라는 1800건에 불과하다”라며 “미국에서도 수술실 CCTV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감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②필수의료 수술 전공만 기피  

김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수술에 대한 전공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수술에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살기 위해 받아야 하는 수술과 조금 더 나은 질의 삶을 살기 위해 받는 선택이 가능한 수술로 구분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수술의 경우에 CCTV 를 설치하게 된다면 사망 위험이 높은 중증 환자 수술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③대리수술은 불법이 아냐 

김 회장은 대리수술을 무조건적으로 불법으로 몰아가는 행태도 비판했다. 대리수술, 유령수술 논란에서 A라는 의사가 B라는 의사를 통해 수술을 의뢰하는 것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지나친 공포감, 혐오감을 준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대리수술, 유령수술도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수술하는 경우인데 이는 대리수술이라기보다는 불법  의료행위다. 또 하나는 환자가 생각했던 의사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시행하라는 것은 전혀 위법하지 않다. 환자는 개별 의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장과 계약을 맺고 완전한 회복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며 “A라는 의사가 있고 B라는 의사가 있다면 행위에 대한 악결과가 나왔을때 민사적 책임은 개별 의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진비를 없애는 과정에서 40년간 수술을 한 의사나 이제 막 면허를 딴 의사의 수가가 똑같다"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의뢰할 수 있다. 특히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의사 입장에서 본인보다 더 수술을 잘하는 어떤 의사든 불러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제왕절개 수술을 하다가 요관이 터지면 비뇨의학과 의사를 불러 해결해야 한다. 의사 한 명이 6~8시간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적임자와 유능한 의사를 호출해서 수술을 해야 한다.

이어 김 회장은 "같은 의사가 다른 의사를 불러서 하는 것 자체에 혐오감을 줘선 안된다. 수술실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수술자가 누구고 보조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고 사인을 하게 돼있고 동의서를 받은 경우에는 문제되지 않는다. 대리수술을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가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④성형외과는 자체적으로 수술실 CCTV설치  

2015년 강남 모 성형외과의 대리수술 논란 사건 이후 성형외과는 90% 이상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 CCTV를 촬영하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수술실 CCTV가 설치돼 있더라도 환자가 거부하면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방송 이후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90% 이상의 성형외과에 CCTV가 설치된 것은 사실이 아니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⑤수술실 환자안전 기준 대폭 강화 
 
수술에 대한 환자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2015년에 마련,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우선 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수술 전후 설명이 강화됐다. 의료기관은 수술 전 수술동의서에 △수술의사의 전문 과목 △수술에 참여한 의사(집도의, 보조의) △수술 예정 의사와 실제 수술의사가 동일하다는 내용 등을 표기해야 한다. 수술실 실명제도 시행하고 있는데 수술실 외부에는 의료인의 면허 종별, 이름, 사진 등 수술을 하는 의료인의 구체적인 정보를 게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환자 안전을 위해 수술실 장비를 대폭 강화했다. △수술실 설치 및 수술실 내 감염방지 강화 △응급상황에 대비한 장비 확충 △마취사고 대비 보수교육 강화 등의 방안이 마련됐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는 외과 계 의원의 경우 의료법상의 시설기준을 갖춘 수술실을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하며, 수술실에는 감염 방지를 위한 공기정화 설비, 불침투질 내부 벽면, 호흡장치의 안전관리시설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응급상황을 대비해서 인공호흡기, 기관 내 삽관유도장치, 무정 전 전원 공급 장치(UPS), 산소포화도 측정 장치, 심전도 측정 장치 등을 보유하도록 했다. 
 
⑥정부가 설문조사 결과를 CCTV 설치 찬성으로 유도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찬성 의견이 98%로 집계됐다. 하지만 다른 여론 조사결과에서는 국민들의 찬성과 반대가 똑같이 나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권익위까지 나서는 것은 현 정부의 의도가 수술실 CCTV 설치에 있어서 그렇다. 설문지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라며 “얼마전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했기 때문에 유치원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어린이집 CCTV 설치로 인해 아동학대 범죄를 사전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⑦수술실 CCTV가 아니라 다른 비용 지원부터 

수술실 CCTV 설치가 아니라 안전한 수술을 위한 예산 지원 비용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김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해서 모든 의료기관이 설치해야 한다는 법안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설치를 자율로 하고 의료기관이 제반 비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라며 "강제로 하려면 국가가 모든 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기도의료원은 한 곳당 CCTV 예산 3000만원을 지원하는데 실제적으로 이를 복사해간 환자는 2명밖에 없다고 한다"라며 "수술시 CCTV를 설치하더라도 환자들이 이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수술기록을 확인하려면 수술실 CCTV보다 의사들이 수술을 할 때 촬영하는 영상은 서지박스를 통해 촬영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을 촬영할 수 있고 로봇수술은 자동으로 녹화기능이 있다”고 했다. 이어 “CCTV 설치는 온전히 의료인과 환자, 보호자의 자율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할 뿐, 강제규정을 둬서 해결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⑧환자 사생활 침해와 영상 유출 우려  

CCTV는 헌법에서도 행복추구권에서 명시한 대로 사생활 침해가 있다면 강제할 수 없다는 근거를 들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범죄 예방의 목적이나 교통사고 예방, 공익적 목적 등에서만 CCTV 설치가 가능하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돼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에서 CCTV를 설치하고 있고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도 CCTV로 관찰하고 있다"라며 "응급실이나 복도에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실 CCTV를 설치한다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영상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왕절개 수술을 하더라도 환자의 전신이 탈의되고 수술 부위가 노출된다. 치질수술은 엉덩이가 엎드리는 자세로 한시간동안 촬영된다"라며 "신체가 노출되는 영상이 촬영되는 순간 헌법이 정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위헌법률 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료정보는 만드는 순간 100%라고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든지 나쁜 의도로 얼마든지 유출이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CCTV로  관리자가 쳐다보고 있고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영상을 보게 될 수 있고 유출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수술실 CCTV는 신체정보 노출 외에도 각자 무슨 병에 걸렸는지에 대한 의료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에 대해 위험성이 크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책임진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⑨의협의 자율징계권 부여부터 필요  

김 회장은 불법 의료행위를 자처한 의료인에 대한 의료계의 자율정화를 위해 대한의사협회에 강력한 자율징계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의협은 자체 자율징계권이 없다.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이 있더라도 보건복지부에 고소고발을 의뢰하고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것이 전부다”라며 “의사들의 문제는 의사들이 가장 잘 안다. 의협에 자율징계권이나 처분권을 줘야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계가 실효성 있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⑩의사와 환자의 신뢰 저해  

수술실 CCTV를 설치한 나라는 전세계에 하나도 없으며, CCTV 설치를 통해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회복되진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의사회는 전 세계 115개 국가 의사협회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인 단체다. 세계의사회는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와 의사간 지속적인 불신을 말하는 것으로 환자의 치료나 회복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는 수술실 뿐만 아니라 진료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한 "의무적인 감시 행위가 진료 받는 환자의 적극적 참여를 제한할 것이고, 중환자의 치료에 있어 고난이도의 치료가 필요한 수술을 하는 많은 외과 의사들이 어려움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의무적인 감시 행위가 신뢰를 더 깨뜨린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생명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치료에 대한 선택권을 줄일 것"으로 우려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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