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규원 인턴 기자∙경희 의전원 본4] 맞춤의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유전체, 다가온 미래 의학’의 저자, 제약바이오 그룹 테라젠이텍스의 김경철 부사장에게 의대생, 그리고 유전체나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김 부사장은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Tufts)대학에서 영양유전학(nutrigenomics)과 후성유전학(epigenetics)를 공부하고 연세대에서 노화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테라젠이텍스의 바이오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강남미즈메디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병원 밖 생활을 꿈꾸는 요즘, 그는 왜 바이오기업에서 연구를 하면서도 진료 현장을 떠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임상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았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봐야 호기심이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보면서 임상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연구소에서 실험해보고, 또 연구소에서 연구한 것들을 임상 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이 책을 통해 유전체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에게 유전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도 페이닥터(봉직의)로 출발했다. 진료만 하다보니 진료실 밖의 허들(장애)이 높아보였다"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하지만 유전체는 우리가 늘 보던 환자의 근간(backbone)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평범한 개원의도 자신의 진료영역에서는 전문가(specialist)다. 환자를 보면서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약간의 지식만 더하면 된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바이오 산업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다루고 있다. 최첨단(cutting edge)에 있는 임상 연구들과 산업적 트렌드를 보여준다. 의대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한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전체가 생소한 사람들은 책을 읽어보기를 권유했다. 김 부사장은 “이 책을 한 번 읽고 끝내도 남들이 아는 것의 70%는 알게 되는 것이다. 미래 의학의 진입장벽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에 관심있는 의대생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최근 의대생 1000여명 앞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병원을 벗어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산업계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의사가 산업에서 존중받는 이유는 의학 지식 때문이 아니라 풍부한 환자 진료 경험 때문이다. 환자들과의 스토리가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미래 산업에 뛰어들고 싶은 의대생들도 전문의는 마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사의 가치는 수련과 임상에 있다. 그것이 의사의 경험이다. 다만, 과도한 경험은 때로는 경직된 사고를 유도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의를 마치고 임상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의사라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격려했다. 김 부사장은 “전세계의 연구소들이 의사들을 원한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의사들을 열렬히 환영한다. 임상 의사가 못갈 연구소는 거의 없다”며 해외 진출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의학, 생물학은 과학이지만, 의술은 인문학, 철학, 사회학, 종교학의 집합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신기술이 범람하는 현재와 미래의 의료 현장은 야망있는 의대생들과 의사들을 위한 기회의 장이다. 산업을 일으키고,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의료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점이다"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환자는 바로 우리가 의학을 배우고 의술을 행하는 이유다. 이는 의대생들과 의사들이 유전체를 공부하고 인공지능을 배우면서도 잊지말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한다"라며 "우리(의사)가 보려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그 중 유전체는 한 단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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