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27 10:59최종 업데이트 24.01.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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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0% 육박하는 경상의료비 줄이려면…"일차의료 질병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신임 이사장 "질병 예방 수련 강화·질병 예방 진료 보상체계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가정의학회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일차의료에서 질병 예방 중심의 진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과대학과 학회, 병원에서 질병 예방 진료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강화하고, 보건당국에서는 질병 예방 진료에 대한 보상체계를 만들어 질병 예방 진료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대한가정의학회가 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차의료에서 질병 예방을 강화하면 고령화를 앞두고 폭증하는 의료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질병 예방이 미흡한 이유가 1945년 해방 이후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모든 의사가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해 진료실에서 질병 예방 서비스를 제공할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의사 진료비가 낮게 책정돼 있고 질병 예방을 위한 상담이나 환자 교육에 별도의 수가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예방과 교육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 상담과 교육보다는 각종 검사와 약물 처방이 우선시되는 일병 ‘3분 진료’가 흔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 중심의 진료는 의사의 직무만족도와 환자의 건강증진 활동 모두에서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망과 장애의 주된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심장질환, 뇌졸중, 암, 당뇨병, 만성폐질환을 포함한 비전염성 만성질환은 흡연, 운동 부족, 과도한 음주, 건강치 못한 식습관, 대기오염 등의 주요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질병이 발생하면 치료하는 시스템 대신 일차의료에서 미리 금연 교육, 절주 교육, 영양 상담, 운동 상담, 사고 예방 교육, 스트레스 상담, 성병 예방 교육,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치과질환 예방 교육, 예방접종 등 예방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날 학회는 병이 나면 치료하는 방식의 의료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실제로 2022년에 들어 전 국민이 보건의료에 사용한 비용인 경상의료비가 200조원을 훌쩍 넘어 GDP 대비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화를 앞두고 지금처럼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하는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재경 총무이사도 "질병 예방에 초점을 두면 의료비가 오히려 줄어든다. 현 보험체계에서는 상담이 아닌 검사를 많이 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소중한 의료비가 검사비로 나가는 것 같다. 환자와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고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뀌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필수의료 이슈에 대해 강 이사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 현상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이다. 이들이 과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되지 않기 떄문이다.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는 것 만큼 필수의료 수요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고령화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머물지 말고 진료실에서 질병 예방 진료를 통해 질병 발생을 감소시켜 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증가세를 누그러뜨려야 한다"며 "의과대학과 학회, 병원에서 질병 예방 진료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강화하고, 보건당국에서는 질병 예방 진료에 대한 보상체계를 만들어 질병 예방 진료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 이사장은 만성질환 관리 제도(만관제)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만관제는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교육, 관리 계획을 세워서 지속적으로 케어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장려돼야 할 제도라고 본다. 정부도 고혈압, 당뇨병에 이어 만성폐쇄성 폐질환, 천식, 퇴행성 관절염 등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만관제를 점차 확대하면 주치의제와 다를 게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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