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교수가 말하는 의료계 정치 참여 방법 "대선후보들에게 입장 제대로 전달하고 설득해야"
[의대생 인턴기자와 선배의사의 만남] "조국 사태 때 정치 비판 시작, 탈진실 시대 뉴스의 실체 찾는 노력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1] 사회 속에서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생충 박사로 알려진 단국의대 서민 교수는 "국회에 입성하려는 후보들에게 의료현안을 제대로 설명하고 의료계의 주장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의료정책 자문도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8월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온라인 단체행동 강연에서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지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아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서 교수는 당시 "대통령님, 정부가 기생충 보다 못하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해달라. 지지했는데 이게 뭔가"라며 "환자를 보고 행복해하는 의대생들의 소박한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힘내달라"고 했다.
서민 교수를 만나고 싶어하는 의대생들 몇 명과 함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사회 속에서 의료계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조국 사태 때 정치 비판 시작, 탈진실 시대 뉴스의 실체 파악해야
-의사 중에서는 특이하게 정치평론으로도 유명하다. 정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입문한 계기가 있나.
처음에 기생충 연구를 하면서 공보의 시절에 책을 읽었다. 30살까지 책을 읽지 않았는데 하필 읽은 책이 정치에 대한 책이었다. 대선을 앞둔 시절에 책을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7년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내가 원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정치에 관심을 끊고 예능 쪽으로만 활동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가 터졌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치에 참여한다기보다 정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현재 정치 갈등이 과열되는 양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 정권 들어 유난히 갈등이 심해진 것은 정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되레 가짜뉴스와 같은 거짓 진실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탈진실(Post-Truth) 시대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표창장 위조한 것도 사실이 아니게 만들고, 사법부가 적폐라며 공격하는 상황이다.
언론과 지식인 계층이 심판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자신의 편의와 잘못에 더 냉정한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하지만, 대중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 찾고 언론도 편협적으로 소비한다.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 합리적인 정보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뉴스를 의심하고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직 의정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지난해 의정합의가 무색할 정도로 각종 악법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의사와 의대생들이 의료계의 입장을 정부에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의약분업 이후에 정치권에 의사들을 많이 배출하자고 해서 의사 정치인이 많이 나왔는데 본인들의 정치활동만 했다. 그리고 당의 요구에 반하는 얘기를 좀처럼 하지 않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그런 행보를 보여서 아쉽다. 게다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가 출신들이 문재인 정권의 모든 의학적인 분야를 책임지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중심으로 문재인 케어가 탄생한 것도 그로부터 파생된 문제다.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여러 국회에 입문하려는 후보들에게 의학의 현안을 제대로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와 연대해서 조직적인 자문을 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책임 있는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주는 게 좋다. 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수, 진보의 누구든 접근해서 의료에 대한 발언권을 연대하는 방법도 있었으면 한다.
-기생충과 사회와 관련해 비유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비유를 해주실 수 있나.
기생충이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자식을 낳는다는 소임을 다하는 기생충이 있고, 말라리아 기생충과 같이 우리 몸에서 왕창 증식해서 몸을 망가뜨리는 기생충이 있다. 흔히 말하는 기생충은 전자인데, 우리 사회에는 후자의 기생충이 많은 것 같다.
설명하듯 글쓰기와 말하기 중요…남은 포부는 미라의 기생충 연구
-유튜브 ‘기생충TV’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TV조선에서 인연이 있던 한 PD가 천안까지 찾아와서 같이 유튜브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권 교체에 기여하는 채널을 만들자고 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정권교체 뒤에는 예능 쪽으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누구든 개인 유튜브를 할 생각이 있다면 시작해보면 좋겠다. 지금부터 취미나 배운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연습해 올려보면 도움이 된다. 의사는 말을 잘해야 한다. 말 잘하는 건 타고난 게 아니라 연습하면 된다. 카메라를 보고 연습하는 노력을 많이 하면 좋다. 환자를 진료할 때도 도움이 되고, 의학 정책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까지 연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와 여러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나.
공동연구를 같이 하는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연구에서 기생충에 관련한 미라 연구만 한다.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고 친구나 나나 제1저자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서 논문을 꾸준히 쓸 수 있었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기생충 연구를 계속하려고 한다.
앞으로 미라 연구를 마무리하고 싶다. 지금 헝가리에 연구가 되지 않은 미라 몇 백 구가 있는데, 그런 미라 기생충 연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사람들이나 김정은 위원장 기생충 연구도 해보고 싶다.
-글을 잘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고 책도 여러권 냈다. 글쓰기 팁이 있다면 전수해달라.
글쓰기, 말하기 연습을 많이 했으면 한다. 내가 처음 기생충학을 가르칠 때 강의를 정말 못했다. '기생충 열전'이라는 책을 쓰고 나서 기생충학을 이해하고 조리 있게 설명하게 됐다. 글을 많이 써보고 강의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생충이 착하다는 통찰은 강연하고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말하듯이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읽는 독자를 초등학생 정도로 설정하고 글을 쓰면 된다. 없어 보이진 않을까를 걱정하고 글을 쓰면 안 된다. 재미있게 쓴다는 마음으로 글에 유머를 담으려고 노력하면 도움이 된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읽고 소설책에서의 유용한 표현을 응용해보는 것도 좋다.
-혹시 추천 도서가 있다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을 추천한다. 과학과 관련한 책인데, 이 책을 보면 연구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연구적인 의욕을 가지고 환자를 보면 엄청난 발견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의학의 발전은 의학 연구를 통해서 이뤄진다. 이 책에는 의대생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도 인용할 만한 문장이 많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의학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나왔으면 좋겠다.
정치권 관심있으면 최대한 일찌감치 활동, 정부기관에 진출해도 정치력은 중요
-혹시라도 의사 정치인을 꿈꾸는 의대생들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린다.
정당에 들어가고 공천도 받고 정당활동을 하면서 소위 '셀럽'이 된 다음에 정치권에 입문할 것을 추천한다. 시의원도 할 만한 자리다.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자리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입당을 미리 하고 될 수 있는 한 조금이라도 활동을 해라.
-정부기관으로 진출하려는 의대생들이라면 어떤 사고를 가져야할까.
행정가는 의사의 요구에 반하는 걸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의사 출신의 행정가라면 지난해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즉 옳은 일을 할 때 편을 들어주면 평소에 싫은 소리를 해도 이해해줄 것이다. 진심이 있으면 통할 것이다. 물밑에서 만나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게 바로 정치력이라고 생각한다. 행정가에게도 정치력이 필요하다.
-혹시 정치인으로도 입문할 생각이 있는가.
정치인에게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비전이 하나도 없다. 그저 현상에 대해서 따지기만 할 줄 안다. 정치인으로서는 내가 실격이라고 생각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지는 않겠지만 무능한 것도 큰 죄악이다. 내 꿈은 정권교체가 되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기생충 연구를 지속하는 것 뿐이다.
-지난해 파업에 참여한 의대생들에게 위로, 격려, 용기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선배 의사로서 죄송하다. 후배 의사들에게 언제나 부채 의식이 있다. 지난해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수십억원이 모이지 않았나. 혹시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거리로 나서준다면 어떤 형태든 열심히 지원하고 뒷받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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