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25 06:41최종 업데이트 21.08.2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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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과제는 의사 등 타 직역 합의, PA 문제 해결"

전문가들 "간호인력 특수성 담기에 의료법 한계"...복지부 "9월 공청회서 PA업무범위 합의 목표"

사진 왼쪽부터 서울연구원 김승연 도시사회연구실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원,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보건행정학과 교수, 법무법인 광장 홍승진 변호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에서 간호사 단독법 제정을 옹호하는 주장이 대거 나왔다.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적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인데, 향후 법안 추진 과정에 가속도가 붙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오전 간호법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함께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공청회 참가 전문가 5인 모두 간호법 찬성…“현행법 한계 명확”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총 5명으로 이들은 모두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기관 외에 커뮤니티케어, 각종 지역사회 간호 돌봄 서비스 등 간호사들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이를 기존 의료법 체계 내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날 서울연구원 김승연 도시사회연구실장은 "각 지자체에서 다양한 지역 돌봄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고 이를 위해 많은 수의 간호직 공무원이 배치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 의료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간단한 바이탈사인 체크도 하지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이외에 다양한 현장에서 단순한 서류작업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늘어난 간호사 직역의 업무범위를 담기엔 현행법이 한계가 명확하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법 체계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원도 "1960년대에 의료법이 만들어진 이후 보건의료환경이 급변했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직역간 업무범위 변화 등을 고려해 독립적 법체계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간호 직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 제정의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광장 홍승진 변호사는 "일본,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에선 이미 간호 관련 별도 입법을 만들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법률적으로도 현행 의료법은 기존 의료기관 내 간호업무 체계 내에서 규율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이외 간호인력의 특수성이나 의료기관 외 간호업무를 담기 무리가 있다"고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각 직역 합의 이후 논의도 늦지 않아…법률 관련 손볼 부분도 다수 지적
 
법안 제정 자체는 찬성하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다듬어질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시대적 요구가 바뀌었으니 법 제정은 검토할 수 있으나 시기가 좀 빠르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해단체들의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간호법 이외에 돌봄서비스법 등 다른 법이나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간호법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를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과의 관계 설정에선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며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만큼이나 타 직역과의 관계 설정에도 수평적 협력관계 유지를 위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법안에서 제외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법안 내용 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관련해 의료기관을 규율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의료기관의 방향성을 지시하는 내용이 굳이 간호법에 포함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종합계획수립이나 위원회 수립 등 부분도 이미 2019년에 의료인력지원법에서 명시했기 때문에 중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간호사 업무영역과 관련해서도 '인정받은 해당분야 업무를 수행해야한다'고 명시된 부분이 배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해당분야 이외 일반적인 간호업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여당, 의사단체 반대 기우…야당은 부작용 우려
 
이날 공청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간호법 제정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직접적으로 의료계가 간호법 제정이 반대하는 이유를 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대한의사협회 등의 우려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의사단체가 간호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를 원만히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홍승진 변호사는 "기존 의료법에 반하는 새로운 규정이나 법체계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 관련 독립 입법화를 통해 간호영역을 독립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라며 "업무범위 부분도 실질적으로 간호법으로 인해 간호사의 업무가 기존 의료법에서 정하는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일부 야당 의원들은 간호법 제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일각에선 간호법을 두고 기존 보건의료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또한 간호법으로 인해 기존 의료시스템에서 규율하고 있는 협력적 팀플레이가 오히려 깨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간호법 제정 전 PA 문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간호법 제정 이전에 의사와 간호사 등 업무범위가 애매한 그레이존을 정리하고 진료보조인력(PA) 문제도 명확히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간호법을 보면 PA, 전문간호사 등과 연관된다. 그런데 지금 의료현장을 보면 병원에 따라 의사가 하는걸 어떤 곳은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가 하는 곳도 있다"며 "직역간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그레이존이 있는 상태에서 법안이 규정되면 오히려 현장의 불편함이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도 "PA 문제가 우선 정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차라리 진료에 필요한 업무범위를 복지부령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그런 부분을 감안해 최근 PA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병원 내 업무범위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해 불법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할 예정이고 병원 밖에서도 직능간 역할범위를 명확히 하려고 한다. 9월 PA 공청회에서 어느정도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보건의료정책관은 "법령으로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면 좋긴 하지만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100개가 넘는 PA 의료행위가 나왔다. 이를 세세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료기술의 발전과 협업체계의 큰 틀안에서만 정의하고 구체적인 것은 의료현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좋은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A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도 그는 "병원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PA 문제를 일률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면허범위를 침해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수술실을 예로 들면 집도의가 팀장으로 가이드라인에 맞춰 간호사 등과 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장에 대한 책임을 팀장인 집도의가 지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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