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27 07:31최종 업데이트 24.08.2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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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정갈등 봉합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 왔다?

응급실 파행에 노조·병원 발 리스크 가중, PA 합법화 과정도 난항 예상…어떤 후속조치라도 필요한 때

윤석열 대통령 모습.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의정갈등 상황에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가 가시화되자 국회를 필두로 의사도, 환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노조 파업과 병원 도산 등 리스크가 동시에 높아지면서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여당이 조만간 움직임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유1: 응급실 파행에 따른 정부 압박 수위 높아져
 
27일 정계·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대정부 압박 수위가 강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응급의료 등 의료공백 사태가 주요 이슈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역·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된다는 위기감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응급실 위기설은 7월 중순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 폐쇄 사태가 처음 알려지면서 점차 그 실상이 드러났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외에도 대부분의 병원들이 배후진료 차질로 응급실을 '비상운영' 중이다.
 
이에 대한 의료계 내 비판 강도 역시 높아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재개한 일일브리핑에서 연일 응급실 파행에 대해 '정부가 만든 의료재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의 응급실 현황판까지 공개하며 정부가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 채동영 이사는 23일 브리핑에서 "응급의학회 김인병 이사장에 따르면 이미 대부분 응급실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한 기존 환자 위주로 받고 있고, 신규 환자나 전원 환자는 못 받고 있다"며 "9월이 되면 코로나가 정점을 찍어 환자들이 더 몰릴 것이고,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대거 쉬는 추석 연휴도 있기 때문에 응급실 연쇄 셧다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협 임현택 회장은 정부 압박 수단으로 26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상태다. 그는 "대통령과 국회에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더 이상 방관만 하지말고 의료대란을 끝내겠다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이유2: 노조·시민단체 발 파업 리스크에 병원 도산 위기까지

이와중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24일 찬성률 91%로 61개 병원 사업장에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실제로 29일부터 병원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의료현장 마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 경영 상황이 더 악화돼 줄도산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세종충남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빅5병원들 마저 수백억 원 적자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대론 올해 연말 안에 병원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의과대학 이주영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수련병원 몇 곳이 실제로 파산할 가능성이 있고 병원 파산이 이뤄져야 정부가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노조 파업 중단 조건에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총액 대비 6.4%의 임금 인상 등 의료대란 상황에서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항목들이 포함돼 있어 조속한 협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시민단체 비판도 거세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은 24일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의대 정원만 늘려놓으면 뭐하나. 지방에 일하도록 길러낼 방도도 없고 그렇게 졸업해봐야 지방에 일자리가 없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만 의대증원을 발표했다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유3: PA 합법화 위한 간호법 통과 난항…여당 내서도 문제해결 촉구
 
국회에서도 점차 정부에 대한 질타의 수위가 강해지는 모양새다. 국회는 지난 1~2차 의대증원 청문회를 통해 의대증원 절차와 후속대처 등을 지적해 왔다. 더욱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도로 3차 의대증원 청문회까지 예정돼 있어 정부 입장에선 불편함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를 합법화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점도 정부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2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 통과 여부를 저울질 했지만 '계속심사'가 결정되면서 법안 통과가 보류됐다.
 
PA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전공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가 필요한 정부 입장에선 여야 합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면서 법안 통과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간호법 논의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걸면서 길면 11월 정기국회까지도 법안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간호법 통과를 바라던 정부 입장에선 애가 타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인식은 완전히 잘못됐다. 의대생과 전공의은 의대증원 반대를 관철하려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게 아니다. 평소 자부심과 희망으로 버티던 의료 인력들이 아무 대책 없는 정부에 실망해서 현장을 떠나고 균형이 깨지면서 의료 시스템이 무너져 가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동의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에 대해 정부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의대증원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역시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의료대란을 민생 최우선 의제로 꼭 다뤄야 한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치권은 의료대란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연일 의료대란에 따른 문제가 크지 않으며 이에 대한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응급실 대란 등 최근 상황이 정부 측에 긍정적이지 않다"며 "여러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조만간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할 타이밍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움직이기 위한 명분도 충분한 상태다. 교수 사직,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언급한 만큼 여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이 파국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은 이같은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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