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비상경영 상황에 대비책으로 제안…복지부 "시행규칙 개정 후 정책 추진 근거 마련 예정"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장기화하는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외국 의사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오자는 정책까지 발표한 가운데, 해당 정책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병원계는 정부와의 간담회 과정에서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병원계 의료공백 문제를 외국의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정책을 제안했다.
국내 의사면허가 해외에서 인정되는 사례가 더러 있는데, 이 같은 제도에 착안해 해외 의사면허를 국내에서 허용해 단기적인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외국의사 면허를 인정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이번 기회에 마련되면 의료인력의 유연한 확보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게 병원계와 정부의 견해다.
가령 아부다비, 두바이 등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는 한국과 의사면허 상호 인정 취지 협정을 통해 국내 의사면허가 해당 국가들에서 인정된다. 중국의 경우 의사면허 관련 상호 협정은 없지만 중국 현지 병원 초청, 단기의료행위 면허 신청 등을 통해 현지에서 진료가 가능하다.
병원계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다. 사실상 국내 병원들은 전시상황이나 다를 바 없다"며 "외국의사가 들어오면 의사인력 수급의 유연성이 보다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안이 나오게 된 계기는 국내 병원계 적자 폭과도 연관이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500병상 이상인 전국 수련 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2조 240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238억원 줄었다.
빅5병원 대부분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한 상태로 서울대병원은 500억원대 규모 마이너스 통장을 1000억원대로 늘려 적자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최대 4주까지 받고 있고 아산병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종합병원들도 최근 대형병원 분원 확대, 코로나19 지원금 중단 등 상황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A종합병원은 2022년에 비해 2023년 의료수익이 130억원 가량 줄었고 전남권 B종합병원도 같은 기간 의료수익이 50억원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외국의사를 국내에 도입한다기 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 부족 등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의사 도입과 관련해 병원계 차원으로 이야기가 있었다"며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는 이뤄졌지만 현재 구체적인 외국의사 도입 관련 움직임은 없다. 일단 시행 규칙부터 개정을 해놓고 향후 정책 추진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의사 도입에 대해 의료현장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정책 실효성이 적고 외국 부실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국내 의료현장에 진출하는 부작용 등이 생긴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법안 시행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채동영 홍보이사는 "정상적인 자격이 있는 의사들이 들어온다면 불만이 없지만, 최근 헝가리의대 등 부실 의대 사태를 포함해 진료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들도 국내 진료를 할 수 있는 부작용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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