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에 내정된 분당서울대병원 정진엽(60) 교수.
정진엽 교수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보건의료의 난맥상을 수술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원격의료를 강행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정진엽 내정자는 25년 간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어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민 대변인은 "대학병원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 중심 병원으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건복지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진엽 교수를 내정한 것은 메르스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낸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진엽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체계를 개선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체계 개선과 함께 의료계의 핵심 관심사는 메르스 사태로 중단된 의정 합의 이행이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수가 구조 개편, 건정심 개선, 차등수가제 폐지, 노인정액제 개선, 일차의료 활성화 등 37개 아젠다에 합의한 바 있지만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면서 후속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부 독립 또는 보건 전담 차관제 도입 등을 요구해 온 상황이어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장관에 취임하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와대가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계심도 적지 않다.
정진엽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첨단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중동에 의료수출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어린이전문병원' 등에 의료정보시스템인 '베스트 케어'를 수출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 내정자가 2012년부터 의료기기 상생포럼 총괄운영위원장을 지낼 만큼 첨단의료기기산업 관계자들과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분당서울대병원과 SK와의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 사업에도 깊이 관여해 최근까지 스마트병원 컨셉으로 첨단 분당서울대병원의 선두주자를 자처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건의료노조는 논평을 통해 "이처럼 첨단의료기술로 무장한 의료수출, 원격의료, 의료산업화의 선두주자격인 정진엽 교수를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기조를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향후 의료산업화와 영리화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경계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청와대가 정 내정자를 앞세워 원격의료를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장관 배출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벌써 SNS에는 정진엽 내정자가 '원격진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 발명에 참여했다는 글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장관이 취임하면 보건부 독립 또는 보건 차관제 도입 주장도 당분간 탄력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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