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25 06:16최종 업데이트 20.09.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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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명 잭(Jack)의 축복과 코로나19의 저주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사람이(특히 남자가) 자식의 이름을 짓는 것은 특권이고 영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3차례 해직과 4년 6개월 옥고를 치른 고려대 이문영 명예교수는 필자의 작은 아버님 소꿉친구이시다. 행정학자 이문영 교수 부고가 2014년 1월 17일 자 신문에 떴다. 유족으로는 딸 이현아-이선아, 아들 이선표(李善杓)가 적혀 있다. 그분의 아들 이선표 이름과 내 할아버지 배선표(裵善杓)의 이름이 왜 똑같을까?

이문영 교수는 오래 전에 쓴 글에서 자기 아들의 이름을 '선표'라고 지은 이유를 회고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순화병원에 장티푸스로 입원했을 때의 기억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순화원 갈 놈'이라는 욕이 있었다고 한다. 이 욕은 '염병할 놈'의 일제시대적 표현이다. 그 시절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에 걸리면 십중팔구는 죽었다. 죽을 병에 걸린 힘 없고 가난한 집 가족과 어린이를 위해 매일 순화병원에 와서 기도해 주던 그 목사님이 너무 기억에 남았고 그분을 존경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필자의 할아버지 배선표 목사는 경주 배(裵)씨 족보 서열의 환(煥) 대신 은혜의 '은(恩)'으로 자식들의 이름을 지으셨다. 1912년 나의 아버님이 태어나시자 '은혜를 받았다'의 은수(恩受), 작은 아버님은 '은혜를 이루다'의 은성(恩成) 그리고 고모님은 '은혜의 지식' 은식(恩識)이다.

일제시대의 우리 역사모임 '진단학회(震檀學會)'는 우뢰 진(震)과 단군의 단(檀)이다. 나의 세대의 돌림자 진(震)은 바로 우리나라의 옛 이름이다. 필자의 아버님은 잃어버린 나라를 딸의 이름에서라도 찾기를 원하셨다. 아버님은 1939년 큰 누님이 태어나자 진선(震瑄)으로 지으셨다. 나의 이름 진건(震鍵)도 아버님은 세울 건(建)으로 '나라를 세운다'고 지어 할아버님에게 올리셨다. 그러나 위의 딸만 4명(선, 경, 숙, 순) 이후 태어난 아들이기에 할아버님은 쇠금(金) 변을 넣어 열쇠 건(鍵)으로 바꾸셨다. 아들이 계속 생기는 열쇠가 되기를 원하셨다.

이미 자녀들이 배씨 족보 서열과 이름이 벗어났기에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 두 분이 상의해 손자 세대는 서로 상(相)으로 그리고 그 다음 세대는 이름을 외자로 짓기로 합의하셨다. 1979년 필자의 큰 아이가 태어나자 아버님께 이름 짓기를 여쭈어 보았다. 상훈(相勳)으로 지으셨다. 아주 영어 이름까지 Thomas라고 지으셨다. 본인이 제일 처음 들은 영어가 바로 처음 순교한 Thomas 선교사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수님의 12제자의 하나이기도 하다. 1981년 둘째가 태어나자 이름 짓기는 필자의 권리가 됐다. 훈과 비슷한 준(俊)으로 하여 상준이 되었다. 영어 이름도 신약성경의 한 책 이름인 Timothy(디모데)로 지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당시 미국 테니스 선수에 유명한 Tom & Tim 형제가 있었기에 젊은 아버지의 바람은 형제가 유명하게 되기를 원했다. 

뉴욕에 사는 큰 아들이 2010년 1월 딸을 낳자 이름을 Hannah로 지었다. 할아버지인 나의 권리는 단지 한국 이름 짓는 것뿐이었다. '한아(韓珴)'라고 지으니 영어와 너무 같다고 불평을 했다. 둘째 Nora가 2011년 4월 태어났다. 필자는 '선아(鮮珴)'로 지었다. 두 손녀가 한국과 조선의 같은 나라 다른 표현의 한(韓)과 선(鮮)이 공평하게 들어가게 지었다.

2013년 2월 손자가 태어났다. 다윗을 꾸짖는 선지자의 이름 Nathan으로 부모가 지었다. 무슨 한국 이름으로 지을까? 외자이기에 고민이 더 되었다. "나의 인생 여정의 시작은 내가 태어난 1951년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을 구주로 섬긴 나의 할아버지로부터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 왜 성경에서 그리도 반복될까? 이제는 거의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할아버지 배선표 목사의 하나님, 나의 아버지 배은수 장로의 하나님'이 바로 나 배진건의 하나님으로 올바로 재인식된 것이 'Experience X'이다." 내가 처음 쓴 책 'Experience X'의 서문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존경하고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손자에게 다시 새기고 싶었다. 그래서 첫 손자는 '배 선(善)'으로 지었다. 미국에 사는 아이들은 약간 갸우뚱 했다. 아들을 'son'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요? 영어 사운드도 'sun'은 태양으로 좋다고 확신시켰다. 할아버님이 우리 가족의 아브라함이 되신 이후에 하나님나라를 이어갈 언약의 '씨'의 이름에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의 두 큰 축(軸)이 기둥이다. 이 축에 걸맞게 둘째 상준에게 아들이 태어나면 의(義)로 짓고 딸이 태어나면 단아(檀珴)로 이미 정해 놓았다. 손자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하나님의 선(善)하심과 의(義)로우심이 기억나게 하고 손녀의 이름에서는 우리 나라 한(韓), 선(鮮), 단(檀)이 기억나게 하고 싶다.

둘째 상준의 첫 아들이 2014년 12월 태어나자 이름을 Luke라고 지었다. 그래서 나는 의(義)라고 이름을 정했지만 또 반대가 나온다. 'Eui'가 발음하기 너무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필자가 양보를 하여 인(仁)으로 정하였다. 하나님은 선(善)하시고 인(仁)자하시고 의(義)로우시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에 둘째 아들의 첫 딸 이름은 Bethany였다. 쉽게 정해 놓은 단아(檀珴)로 불렀다.

6개월 전인 지난 3월 20일 뉴욕에서 새생명이 둘째 가정에 태어났다. 아들 Jack은 엄청 큰 축복이다. 손자 손녀의 성비를 맞추며 태어났다. 그러나 상황은 너무 나빴다. 코로나19(COVID-19)의 저주 상황이었다. '배 Jack 義'를 사진으로 보니 축복과 저주를 담고 있는 듯했다. 새 손자가 태어나 편하게 집 안에서 잠을 자는 축복의 모습이다. 그러나 안 보이는 코로나19 저주는 동양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신생아 황달(Jaundice)이 2~3일부터 나타난다. 그러나 코로나19 저주 상황에서 병원 예약도 당근 안 되고 갈 수가 없기에 산모는 아기를 다 벗기고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으로 옮겨 uv를 쬐는 치료를 받았다.
 배진건 박사의 손자 '배 Jack 義'.

필자의 아내인 할머니가 뉴욕으로 가서 돕기로 했지만 2월 26일 가는 날짜를 확정 지으려 통화하니 오지 말란다. 뉴스에는 트럼프가 한국은 괜찮다 했지만 실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통지를 받았다. 당신 집에 아시아에서 방문한 친척이 있으면 학교를 2주 나오지 말라는 편지였다.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들이 학교와 직장을 2 주일 쉴 수 없으니 오시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안타깝지만 할머니가 뉴욕 방문을 접었다.

아래 며느리가 친구와 이웃들에게 아기 탄생을 알리는 편지를 독자들이 읽으면 알 수 있듯이 다행히도 Labor 동안에 남편이 같이 옆에 있을 수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그것조차도 금지되는 그런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며느리는 해산 후 하루만 병원에 머물고 토요일 퇴원했다. 그리고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새생명과 산모가 10블럭을 걸어서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 올봄 일어난 코로나 현실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온 가족 5명이 한 집에 다시 모인 것을 감사한다. 물론 멀리 한국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Jack을 만나지도 못한 기이한 상황이지만 감사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여러 이웃이 있기에 축복과 저주의 상황을 다 받아들여 감사하고 이겨낼 뿐이다.

"Hello!
In the midst of all the craziness around us we wanted to share some good news that our third child, Jack Pai came into the world on Friday, March 20, 2020, weighing in at 8lbs 6oz!!  We are thankful Tim was able to be at my side during labor and delivery a day before the hospital enacted no partners allowed at the bedside.  Jack and I were discharged swiftly within 24 hours a day before NYC's "shelter in place" was enacted and we were able to enjoy 10 blocks of fresh air on our walk home from the hospital together.
Despite all of the uncertainty around us we know that God's hand is protecting us and He is guiding us to His grace each day.  Luke is 5 years old, and he is graciously taking in remote learning with his Kindergarten class.  Bethany is 2 years old, and she is trying to understand a lot of changes around her. Baby Bum and Friends and her siblings is her social life for now.  The crew is so happy to have a newborn baby to goo-goo-ga-ga over as we all hunker down together in our home-school apartment. Please keep us in your prayers and we would love to hear how you're doing too!
With Love,
Priscilla, Tim, Luke, Bethany and Jack"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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