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7.08 15:36최종 업데이트 24.07.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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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 강조하던 정부의 반전…행정처분 철회·수련 특례 "전공의, 결단 내려달라"

정부, 9월 전공의 모집에 사직 전공의 '동일 연차, 동일 과목' 지원 가능토록 특례 마련 예정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의 빠른 해소를 위해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각종 특례를 통해 사직 처리를 원하는 전공의들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예년처럼 전문의 시험을 치룰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던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든 가운데 이 같은 특단의 조치에도 전공의가 복귀하지도 사직하지도 않았을 때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 전공의와의 형평성 논란·정부 스스로 원칙 훼손 비판에…"겸허히 받아들인다"

8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 직접 나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6월 4일 행정명령 철회에도 불구하고 복귀 또는 사직하는 전공의가 많지 않아 의료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도 전공의의 조귀 복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행정처분 철회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공의는 그간 주 80시간에 이르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아직 수련생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앞으로 정부가 구축하려고 하는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하고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치가 애초에 현장을 이탈하지 않은 전공의와 조기에 의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조 장관은 "복귀 전공의는 최대한 특례를 제공해 당초 본인들이 생각한 진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라며 "형평성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지금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판단한 정부의 결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려는 수련의에 대해서는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사직 후 1년 내 수련과정에 복귀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완화해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질의응답에서도 그간 대통령까지 나서 의사 직역의 카르텔을 비판하며 의사 집단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힌 원칙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그러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 이에 불가피하게 정부가 그러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재차 이해를 청했다.

한편 복지부는 7월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차질 없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전문의 추가 시험 관련 규정에 대한 특례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고민하고 있다.

또 사직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복귀하는 전공의들도 동일 연차, 동일 과목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내년 8월까지 수련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복귀하면 개인적으로 큰 피해 갈 수 있어…꼼꼼히 고민해 결정해 달라"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복귀나 사직을 선택하는 전공의가 많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이 다수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정책실장은 "정부가 특례까지 마련해 피해를 완화하는 조치를 했음에도 미복귀하게 되면 전공의 개인적으로도 큰 피해가 갈 수 있어 걱정이 크다"며 "군대에 갈 경우 장교 개념이기 때문에 입영 기간이 상당히 길고, 전문의 시험도 1년간 응시 제한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갈라치기 하려는 그런 개념은 전혀 아니며, 개인적으로도 너무 큰 불이익이기 때문에 반드시 7월 15일까지는 결정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만약 9월 전공의 모집에도 응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굉장히 늦어지게 된다. 이런 부분을 꼼꼼히 고민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내년도 공보의와 군의관 확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공보의와 군의관은 내년 3월에 입영해야 한다. 그래서 수급에 큰 차질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9월에 복귀하는 전공의의 경우 군대 입영을 연기해야 해서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으로 지방 사직 전공의들이 서울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을 연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수도권과 지방 전공의 배정을 6년만에 처음으로 6:4에서 5.5:4.5로 바꿨다. 내년도에는 수도권과 지방 비율을 5:%수준까지 낮추려고 노력하겠다"며 "지방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이 지방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수련을 받은 사람이 지방에 정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의대 정원도 지역 대학에 더 많이 배정했다"며 "현재 의료개혁특위에서도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복귀 당근책도 제시…근무 시간 단축, 질 높은 교육 인프라 확충

한편, 이날 정부는 전공의에 더 나은 여건에서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36시간의 연속 근무 시간 상한을 24시간에서 30시간 내로 단축하는 시범 사업에 더해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은 시범사업의 성과를 보아가며 24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한,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교육담당 지도 전문의 등 교수요원을 지정하고 확대하고,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진료뿐 아니라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전문진료, 1차 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수련체계도 도입한다.
 
복지부는 전공의에게 체계적이고 질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하게 투자해 올해 안으로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전공의들이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혁신적 의료공급 이용체계를 확립한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진료는 축소하고 중증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전문의와 진료지원 인력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하면서 구조 전반을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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