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정부가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격 시행하면서 재택 환자를 대상으로 의원급 의사의 모니터링과 상담 교육을 허용했다. 환자가 원격으로 의사에게 진단·처방을 받을 때 환자 쪽에서는 방문간호사가 입회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와 의료진 간 협진 개념의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가 예상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이번에 강원도 지역에서 실시될 예정인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상반기 시행된 규제샌드박스 4법 중 마지막으로 출범된 ‘지역특구법’에 따라 강원, 부산, 대구 등 전국 7곳의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고 원격의료,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58건의 규제특례를 허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중 강원도에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특례를 부여한다. 강원도 격오지 만성질환자 중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내원 안내,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진행한다. 다만, 진단·처방은 간호사 입회 하에 이뤄진다.
원격의료와 간호사 입회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통신기술(ICT) 방문간호 사업을 우회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건보공단이 ICT 기술을 활용한 의사와 간호사 간 원격 협진 사업을 추진하자, 의료계는 이를 ‘원격의료 허용 시도’로 규정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은 “지역 주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면서 현 정부의 통합돌봄 사업 취지에 역행한다. 건보공단의 원격의료 허용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전격적으로 원격의료 허용을 발표해버린 것이다.
기존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보건소와 보건지소, 노인요양시설 등을 중심으로 공공보건기관에서 시행돼왔다. 또한 국방부와 해양수산부 시범사업은 격오지 군부대와 원양선박 등 특수 상황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에 한정됐다.
이번 지역특구법에 따라 정부는 의원급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동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이는 본격적인 원격의료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용성, 그리고 대기업 의료민영화 등의 우려에도 원격의료를 시행하려 한다면 의료계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커뮤니티케어를 반대해야 한다. ICT를 활용한 의료인간 원격협진 확대는 구실이었을 뿐, 원격의료 추진을 위한 단초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그동안 "커뮤니티케어는 질병, 장애, 노쇠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함에 따라 기존 보건의료, 복지 공급자 본연의 역할을 존중하고,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천명하면서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 추진에 협조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해 의사 지도감독 아래 이뤄지는 방문의료를 통한 커뮤니티케어 참여 취지와 달리 사업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현행 의료법령을 위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커뮤니티케어로 포장된 원격의료 방문간호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진정한 속셈으로 보인다. 의협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모든 논의와 협조를 중단하고, 전면적인 커뮤니티케어 반대운동에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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