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20 09:35최종 업데이트 26.10.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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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산소요법 후 검사지연, 2심은 '의사 자율 판단' 존중했지만 대법원서 과실 인정 이유는?

대법원 "환자 측이 과실과 손해 개연성 입증하면 인과관계 입증 완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고농도 산소요법을 시행한 뒤 12시간이 넘도록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최근 사망한 A씨의 유족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유족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80대 남성 A씨는 2018년 2월 폐렴과 폐부종 의심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던 그는 2001년 폐암 수술로 폐 일부를 절제했으며, 입원 약 2주 전에도 폐렴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 악화로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상태였다.

당직 의료진은 A씨의 산소포화도가 80% 안팎으로 급격히 낮아지자 오전 3시50분경 고농도 산소요법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오전 9시경부터 의식이 흐려지는 등 상태가 나빠졌다.

병원은 오후 4시경에야 동맥혈가스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A씨의 혈중 이산화탄소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오후 6시경 심정지에 빠졌고, 같은해 3월 사망했다.

유족 측은 고농도 산소요법을 시작한 뒤 약 12시간 20분, 의식 저하가 나타난 뒤에는 약 7시간이 지나서야 검사를 했다며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료지침은 산소요법 시작 후 30~60분 이내에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심은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일부 인정된다고 보고, 병원 측에 20%의 책임을 인정해 유족에게 약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진료지침이 의사에게 강제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검사 시행 여부는 의료진의 임상적 자율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 봤다. 

또 의료진이 A씨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는 점을 감안해 과실을 부정했다. 설령 검사 지연이 과실이었다 하더라도 고령과 중증 기저질환 등을 고려하면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행위의 구체적 경위를 환자 측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진료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 개연성을 증명한 경우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대법원은 "COPD 진료지침의 내용, 감정 의견, 그리고 산소 투여 후 약 12시간 동안 동맥혈가스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병원 측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해당 과실이 A씨의 의식 저하를 악화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병원 측이 이를 반박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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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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