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1.01 12:14최종 업데이트 24.11.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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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전문의 배출 중단될 수도…더 큰 혼란 막을 차선책은 2025학년도 입시 포기 뿐"

[특별인터뷰]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① "의사 수 늘어나면 질 저하 불가피…침묵하는 대학 총장들에 실망"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
 
[특별인터뷰] 파국으로 치닫는 의대 정원 증원 논란…우리나라의 미래는?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약 8개월이 흘렀다. 정부 정책에 반대해 미래를 내던지고 사직 및 휴학한 전공의, 의대생들의 복귀는 여전히 묘연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라면 내년도 의사 배출은 물론 의대 교육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속에 보수 논객인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도 현 윤석열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윤석열 정부의 최고 위험은 의대 증원 문제라고 꼽으며, 이대로 가면 3년을 못 간다"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던 이 교수에게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들어본다.

①향후 10년 전문의 배출 중단될 수도…"더 큰 혼란 막을 차선책은 2025학년도 입시 포기 뿐"
②'퍼펙트 스톰'을 향해 나아가는 정부…"내년도 신입생 뽑으면 3~4월 정권 위기 맞닥뜨릴 것"
중앙대 법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법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30여 년 동안 중앙대 교수로 재직했다. 월간조선, 조선일보에 정치 칼럼을 기고하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정치쇄신 특별위원을 지냈고,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에 입성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재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는 조만간 인력 부족에 따른 응급실 셧다운 등 의료 대란, 적자에 따른 병원들의 연쇄 파산,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에 따른 의학교육 파행까지 그 부작용이 하나 둘 터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앙대 법대 이상돈 명예교수 역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터무니없는 정책’이라며 이를 묵과하는 대학 총장들의 침묵을 질타했다.

이 교수는 필수의료, 지역의료 의사가 부족한 것은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이 아닌 기형적인 저수임을 강조하며, 향후 10년간 전문의를 배출하지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2025학년도 입시를 중단하는 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다음 메디게이트뉴스 본사에서 진행된 이상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인 필수의료, 지역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터무니가 없고, 어이가 없다. 지난해 연말 관련 논의가 나왔을 때부터 대학 총장들이 이렇게 조용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특정 이슈에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견해가 다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을 한 점도 굉장히 놀랐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느꼈다.

과거에도(2020년) 정부와 의사들이 정책을 놓고 대립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의대생뿐만 아니라 전공의들은 아예 사표를 던져버렸다. 만약 5월까지 정부가 잘못을 깨닫고 후퇴했다면 전공의들도 복귀했을 것이고, 의대생들도 방학이 없더라도 진급을 했을 텐데, 이미 그 기한을 넘겨버렸다. 

이제는 의대생들의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차선책은 2025학년도 입시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해당 결정은 현 정부한테 큰 데미지를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입시가 굉장히 민감하고, 한 대학도 아니고, 전국 의대의 의대생을 한 해 뽑지 않는다는 것은 큰 여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25학년도 입시 포기가 의료체계의 전반적인 붕괴를 막아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지?

일단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당장 사거리 빌딩들만 봐도 병‧의원이 5~60개 된다.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건강보험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의사를 만나기 위한 문턱이 높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후부터 의료의 문턱이 너무 낮아졌다. 지난 20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정부와 의료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역대 정권들은 의료 정책에 있어 어려운 것은 미뤄놓고 국민이 좋아하는 것만 추진해 의료 문제를 방치했다. 의사가 많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 의사가 너무 많아진 것은 지금의 제도가 야기한 문제다.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 수가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한국 밖에 없다. 물가와 소득 상승에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가를 역대 정권이 방치했고, 의료계도 보다 선제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른바 필수의료, 지역의료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알래스카는 땅이 그렇게 큰 데도 의과대학이 없다. 거기는 병원도 적다. 대신 소외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긴급 후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한다. 그곳에 무작정 병원을 지어 의사를 많이 두면 병원이 운영되겠나.

우리나라는 특히 외과의사가 줄어들고 있는데 그 원인은 사실상 외과의사로 살아가기 힘든 여건에 있다. 외과의사로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고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그런데 정부가 의사가 많으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의사가 늘어난다는 말을 하다니 문제다. 정부의 '낙수효과' 한 마디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불을 질렀다고 본다. 젊은 의사의 자존심을 훼손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몰지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 정부 관료도 문제다.

Q. 정부가 전공의 사직 이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월 2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일찍이 그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을 의료계에 투여했다면 진작에 이런 일이 안 생겼을 것이다. 무엇보다 전공의와 수련병원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너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수련병원은 영어권에서 ‘교육병원’이라고 불린다. 교육병원은 의료 후진을 키우는 것이다. 단순히 병원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5년 후, 10년 후 의료 조직을 키우는 것이다. 그것을 건보 재정을 투여하고 다른 인력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교육을 대체할 수 있나?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겠다면서 전공의 공백을 전문의로 메우겠다고 하는데 전공의가 나와야 전문의도 나오지 않겠나.

굉장히 가슴 아프고 애석한 것은 곧 전문의가 될 레지던트 4년 차까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 국가적 손실이 어디있나. 이것은 누구의 책임이냐를 떠나서 향후 5~10년간 전문의를 배출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전공의가 무너지면 의료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중증질환과 같은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진료는 전문의가 하는 건데 그것을 다 없애겠다는 것이다. 

같은 차원에서 의대 교육도 문제다. 의대 교육은 도제 교육이라고 해서 일종의 기술을 전수하는 장인 같은 것이다. 법학이나 경제학처럼 책을 통해서 스스로 자기가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의술을 익히는 것인데 그게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이다. 10년 후가 무너지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Q. 그렇다면 정부가 전문가 집단의 수를 늘릴 때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변호사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과거에는 변호사 숫자가 너무 적었다. 물론 당시에는 소송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요가 증가하면서 김영삼, 김대중 정부때까지 꾸준히 변호사 수를 늘렸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에 들어 법학전문대학원을 만들면서 변호사 수가 50% 늘게 됐고, 이때부터 교육이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법시험이 있었을 때는 2년간의 사법 연수 기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자질을 보장해 줬고, 성적이 좋은 졸업생들이 판사, 검사로 가게 됐다. 

노무현 정부 이후 변호사 수가 너무 많이 늘면서 과거 사법 연수원을 통해 배출한 변호사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또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일반 국민은 잘 알지 못했던 각종 소송이 늘어나게 됐다. 당사자끼리 합의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사법적으로 처리해서 검찰의 기소 건수도 늘어나고 재판도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도 너무 커지고,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도 상실하게 됐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숫자가 늘어나면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말 필요하면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 대학에 정원을 증원하면 몰라도 허허벌판에 대학을 세워 의대를 짓고 의사를 키우겠다는 것은 터무니가 없다. 대학이 의대를 만들고 병원을 세운다는 것은 최소 50년은 걸리는 일이다. 

의대가 무슨 건물만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너무나 놀랍다. 우리나라 전현직 대학 총장들이 직접 나서 작심 발언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는 모습이 참 아쉽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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