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1.09 10:59최종 업데이트 26.0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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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결정, 수급추계만으로는 부족하다

[칼럼] 이지수 KAIST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박사 과정·예방의학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2025년부터 2040년까지의 의사 수급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기초모형 기준으로 2035년에는 1055~4923명, 2040년에는 5015명~1만1136명 수준의 의사인력 부족 가능성이 제시됐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여러 측면에서 체감하는 상황에서 기초모형에 이러한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이를 고려한 모형에서도 그 효과가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 외에도 여러 논쟁거리가 있으나, 정부는 이 수치를 기초 자료로 해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공식 논의 절차를 통해 2027년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추계 결과가 제시됐다고 해서 증원 규모가 쉽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추계는 정책 결정을 위한 하나의 입력값에 불과하며, 의대 정원 조정은 이 입력값을 바탕으로 정교한 설계를 거쳐야 하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추계된 부족분을 기계적으로 대입해 정원을 결정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특정 시점의 부족 추정치를 단순히 남은 연수로 나눠 매년 똑같이 증원하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미래의 과잉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인력을 공급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회적 최적해와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가역적 공급, 그리고 과잉이 초래할 미래 청구서

의사인력 공급은 하방 경직성이 매우 큰 비가역적 시스템이다. 의료 전문직의 특성상 교육과 수련에 긴 시간이 걸려 직업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한 번 배출된 인력은 장기간 시장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금의 정원 결정이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을 규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중요한 점은 의사의 부족뿐 아니라 과잉도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부족은 대기시간 증가, 접근성 저하, 지역 격차 확대, 필수의료 공백을 야기해 국민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과잉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진료 행태 왜곡, 공급자 유인 수요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및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러 추계 연구에서 의료수요가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50년 전후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특정 시점의 부족만을 기준으로 공급을 늘리면 그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과잉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과잉 비용 또한 정책 설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의사인력 양성 자체에 투입되는 사회적 자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결국 의사인력 정책은 특정 시점의 부족 해소라는 단일 목표가 아니라, 긴 시간의 틀 안에서 부족과 과잉, 그리고 양성 비용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

최적화(Optimization)가 필요한 이유 

문제는 현재의 부족과 미래의 과잉, 그리고 각종 비용을 동시에 고려해 연도별 최적 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인간의 직관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따라서 추계 연구와는 다른 차원의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데, 바로 최적화이다. 최적화의 핵심은 명확하다. 우리가 최대화(또는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함수로 정의하고, 지켜야 하는 조건을 제약조건으로 정의한 뒤 그를 달성할 최적해를 찾는 것이다.

의사인력 정책에 이를 적용하면 부족 비용과 과잉 비용, 그리고 양성 비용을 합산한 사회적 총비용을 목적함수로 설정하고, 정원을 언제, 얼마나 조정할지를 의사결정변수로 둔다. 그리고 최적해를 찾는 과정에서 꼭 고려해야 할 여러 현실적 제약들을 제약조건으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원 변동 폭을 제한하는 조건이나, 어느 시점에도 부족이나 과잉이 임계치를 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설계에 포함하는 식이다.

이런 복합적인 제약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목적함수의 값을 최소로 만드는 해를 직관이나 토론으로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문제를 수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최적해를 찾는 알고리즘은 이미 충분히 축적돼 있다.

물론 의사가 부족하거나 과잉일 때의 사회적 비용을 정량화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또한 목적함수에 포함되어야 할 구성 요소를 결정하고 제약조건을 설정하는 일 또한 논쟁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논쟁은 회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이다.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을 양보할 수 없는지, 즉 가치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합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치가 투명하게 드러나고 논의되어야 정책도 설득력을 얻는다.

근거기반정책을 위하여

의학이 과거의 경험과 직관을 넘어 근거기반의학으로 진화했듯 의료 정책 또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근거기반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급추계 결과는 진단을 위한 하나의 근거에 불과하며,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최적화에 기반한 새로운 차원의 근거가 필수적이다. 

물론 수학적 최적화가 현실의 모든 복잡성을 담아낼 수는 없으며, 그 결과가 곧바로 확정된 정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불확실성이 얽힌 난제 앞에서 최적화 모형을 수립하는 과정과 그 결과값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에게 이러한 근거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이를 마련하자는 논의조차 실종됐다는 점이다. 비록 당장의 정원 결정이 시급해 보일지라도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명료화하고 단단한 과학적 분석 위에서 숙의하는 과정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단순한 지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수급추계 결과는 정원 조정을 위한 하나의 입력값에 불과하다. 합리적 정원 조정을 위해서는 단순한 숫자 대입을 넘어, 정원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정교한 설계의 영역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도면에는 현재의 부족으로 인한 고통뿐만 아니라, 미래의 과잉이 초래할 다음 세대의 비용까지 함께 그려져 있어야 한다. 향후 논의가 특정 시점의 숫자 맞추기에 머무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우리 의료시스템의 총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최적 설계로 귀결되길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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