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코로나19 유행 초기, 일선 의료현장에 혼선을 일으켰던 '업무지침'이 보건소에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하루 변하는 코로나19 방역 업무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조차 언론을 통해 업무지침 변경 사실을 인지했던 것은 물론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 강조하는 문화로 인해 경직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6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2022년도 감염병관리 콘퍼런스'에서 대덕구보건소 김주연 소장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보건소의 업무를 소개하며 방역 당국과 광역 지자체의 업무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에서 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운영, 역학조사, 야간 응급 대응, 확진자 이송, 백신 부작용 관련 업무, 고위험 시설 방역 등 광범위한 방역활동을 수행했다.
김주연 소장은 이미 시설 및 인력 부족 등으로 보건소 직원들은 업무 과정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빠르게 변경되는 업무지침과 공문 등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함으로 인해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저 역시 민간에 있을 때는 업무지침보다 의학적 판단과 경험적 판단을 중시했는데 조직에 들어온 후부터는 지침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업무지침은 국가나 지자체 기관 규모에서 체계적 대응을 하기 위해 업무의 내용과 흐름을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는 문서다. 업무 담당자들은 이 지침 위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침 기준에 못 미치는 대응은 직무유기로 지탄을 받고, 지침 기준 이상의 대응은 과잉대응, 인권침해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에 따라 직원들이 민원 및 문책을 받는 일도 발생한다"며 업무지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방역 당국 혹은 광역 지자체에서 만든 업무지침이 일선 현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에 있었다.
김주연 소장은 "한창 코로나 대유행 당시 업무지침이 변경된 것을 언론을 통해 인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로 인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이 컸다"며 "지침이 변경될 때는 언론보다 일선 기관에 반드시 먼저 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 유행 당시 PCR 검사 및 백신 접종 등에 참여한 의료기관들은 정부의 변경된 지침 및 공문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보건소에서도 그대로 발생했던 것이다.
김주연 소장은 "업무지침은 태생적으로 현장과의 괴리가 있다. 과학적인 근거 위주로 상세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실무의 효율성을 위해서 지침을 단순화할 것인지를 가지고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방역 당국이 미리 이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성된 지침이 과연 현장에서 적응이 가능한지, 사전에 확인을 해줬으면 좋겠다. 보건당국, 병원, 학교 등 각 기관의 입장이 달라 지침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를 사전에 조율하기 위해 중앙 내지 광역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나아가 해당 업무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현장과 괴리된 업무지침으로 민원을 받는 것은 일선 현장인 만큼, 현장 근무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소장은 "현장에서 업무지침에 따라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및 갈등이 발생해 고충을 겪고, 반복적인 민원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많다. 결과에 대한 책임만 강조하는 경우, 개인과 기관 모두 문제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항을 회피하게 되고 보건소는 더욱 더 업무지침을 고수하면서 경직된 기계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실에 맞지 않는 업무 지침으로 병원과 119, 보건소 직원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주연 소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제일선에서 근무하는 현장 근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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