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로 1년 가까이 진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인력구조를 전문의와 PA(진료보조인력)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며 간호법 제정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PA 제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 봄에도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전공의들의 숫자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PA 제도를 거부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적어도 진료보조인력의 자격기준은 공인된 교육과정을 통해 국가시험으로 제도화해야 하며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감독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법적책임'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형사책임은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있는 업무 중 과실은 PA에게 귀속되야하며, 의사는 PA에 대한 관리책임에 한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31일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진료보조인력 제도의 주요 쟁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진료보조인력은 의료기관에 따라 자격, 명칭, 역할이 다르고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그나마 국회 서동용의원실에서 국립대병원 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7월 말 기준, 국립대병원 16곳의 진료보조인력은 총 1259명이었다. 이는 2019년 895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며, 이 중 서울대병원 본원이 1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병원 분당분원이 126명, 세종충남대병원이 102명 등이었다.
간호법으로 '간호사 독자적 의료행위 허용' 안 돼…전공의 교육 기회 박탈 않도록 규제 필요
의료계는 정부의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도·감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 진료보조인력을 합법화하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보고서는 진료보조인력이 의사 고유 영역을 침범하거나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훼손해선 안 되며, 향후 시행될 간호법이 간호사의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이 요구되는 의료행위는 의사의 고유업무로 간호사가 대신 수행하도록 지시 또는 위임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또 보고서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기관 경영상의 현실적 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의료자원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료보조인력의 활용이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피 전문과목 진료보조인력은 기피 전문과목 인력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기피 전문과목 의사수의 절대적 부족 현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공의가 그들의 업무를 대체하는 진료보조인력의 의료행위로 교육의 기회가 박탈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진료보조인력의 자격 및 업무범위, 교육 및 평가체계 수립 등에 대한 논의는 보건의료직역 간의 갈등의 소지를 줄이고 의료기관의 수용도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계 중심의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정부와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격기준, 특정 직역에 한정해 특혜 줘선 안 돼…의사 지도·감독 필수 요건으로
이러한 원칙 하에 보고서는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진료보조인력의 대상과 명칭, 역할과 업무범위 등이 매우 다양하게 혼재된 우리나라에 진료보조인력의 자격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외과 및 수술실을 중심으로 숙련된 간호사를 주로 진료보조인력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이외에 의료기사 및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도 진료보조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보조인력으로 간호사 및 전문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진료보조인력의 자격기준과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현실에서 적합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진료보조인력의 대상은 현재와 같이 특정한 직역에 한정해 특혜를 주어 의료인력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해서는 안되며, 간호사와 전 직역을 모두 포함해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자격을 갖춘 자에게 모두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의 경우에도 진료보조인력을 별도의 보건의료인력으로 분류하고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하여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진료보조인력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이 존재하고 임상실습이 이루어지며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부여받아야만 활동할 수 있고 자격 재인증 과정이 제도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진료보조인력의 자격기준으로 "단기적인 대안으로 진료보조인력의 자격기준은 기초의학교육을 이수하고 일정기간 동안 임상경험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공인된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진료보조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과 국가시험을 제도화하여 합격한 자에 한해 면허를 부여해 진료보조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고서는 진료보조인력의 업무범위 설정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의 지도·감독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의료행위는 의사의 고유 업무로 명확히 하고, 업무범위의 위험도 및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의료행위 중 일부를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진료보조인력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 책임, 진료보조인력 업무 과실은 개인에게 귀속…의사는 관리책임에 한정해야
마지막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법적 책임'이다.
실제로 의료법 규정상 의료인으로서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일부 수행할 수 있지만 명확한 업무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의료법의 한계로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우리나라는 유권해석 및 개별 판례에 의존해 의료행위의 적법성을 판단하고 있는데 실제 대법원 판례에서는 "(간호사의)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해 구체적·개별적 행위별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문제가 될 지 예상하기 힘들고, 기본적으로 진료보조인력은 의사와 수직적인 업무관계를 형성하기에 환자에 대한 책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환자에 대한 형사책임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개인책임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행위자 개인의 주의의무 이행정도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따라서 이행보조자인 진료보조인력이 수행하는 업무에서 발생한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과실은 진료보조인력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의사에게도 주의의무 책임은 있다. 다만, 그 책임은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관리책임으로 한정된다.
보고서는 "의사가 의사업무를 진료보조인력에게 지시해 이행하도록 한 상황에서 의사와 진료보조인력 간에는 수직적 업무관계가 발생하고 지시한 업무에 대한 관리를 통해서 지시된 업무가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감독 의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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