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소송이 지지부진하게 흐르던 이전 과정에 비해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제출할 증거자료와 제출 범위 등에 대해 가까스로 협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1부는 지난 1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 7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에서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와의 염기서열 일치, 추출 장소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유전자 서열분석(WGS), 단일염기다형성(SNP) 등의 감정 시행을 철회하기로 했다. 또한 대웅제약 측이 제안한 포자(spore·무성생식 수단으로 형성하는 세포) 감정 시행이 받아들여졌고,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다음 재판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요청도 재판부가 수용했다.
핵심은 미국 ITC
소송 보고서..결국 다음번 모두 제출키로 확인
지난 6차 재판에 이어 7차에서도 또다시 ITC 소송자료 제출 여부가 논란이 됐다.
원고 메디톡스의 법률대리인 측은 "현재 ITC에 제출된 전문가 보고서는 카일, 셔먼, 피켓, 윌슨, 싱 등 총 5개인데, 이중 카일, 셔먼보고서는 일반공개까지 가능한 범위여서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해 피고측이 제3자 열람금지, 비밀유지 명령 등을 요청해 동의했음에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고소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대웅의 균주 취득 경위와 생산 기술, 사용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보고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대웅 측이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카일과 셔먼은 균주 유래관계 염기서열에 대한 보고서로, 해당 자료만 있으면 심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원고 측 입장이다. 카일은 원고 측, 셔먼은 피고 측 전문가 보고서다.
메디톡스 측은 "피켓, 윌슨, 싱 보고서 역시 앨러간 등의 정보를 가리고 소송대리인만 보는 것으로 제한해 제출해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일단 카일, 셔먼 보고서부터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대웅제약 측은 "미국 소송대리인측에서 해당 보고서에 영업기밀 포함돼 있어 양사 직원과 제3자 등에 공개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이며 5개 보고서가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라며 "균주 내용이 담긴 카일과 셔먼보고서는 모두 공개되더라도 상관 없다. 균주 특성과 공정 등의 내용이 있는 피켓, 윌슨, 싱 보고서는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된다는 원고 측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시 지난 재판과 같은 논쟁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여전히 절차상 문제로 양측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자료 제출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WGS, SNP 감정은 철회..포자감정만 실시키로
원고 메디톡스 측은 "피고가 균주를 국내 토양에서 분리 건조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연구실에 있던 것과 일치하는 지 의문"이라며 "SNP 분석을 이용해 균주의 가계도를 파악하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염기서열을 대조해보면 99% 일치했고 증식과정에서의 돌연변이도 일치했다"면서 WGS, SNP 감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웅 측은 "경기도 용인 토양에서 균주를 추출한 것이 맞다"면서 "오히려 유전자 분석시 대웅의 균주가 메디톡스에서 유래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웅 측은 "염기서열 분석 등은 미국 ITC소송에 제출한 보고서들에 해당 내용이 모두 있기 때문에 재판부와 법률대리인들 합의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면서 "오히려 원고 측에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서 제출했으나 중요한 부분을 지워서 냈고, 균주 양도에 관한 부분, 출자 및 이사회 문건 등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양측의 의견 조율을 요구했고, 이에 원고 측은 미국 소송자료를 받아보는 대신 WGS, SNP 감정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 피고는 해당 자료를 법률대리인만 보는 것으로 해서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에 동의하고 포자 감정만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 미국 ITC에 제출한 내용을 모르는 한계가 있지만 모두 제출하는 데 합의를 봤다"면서 "이제 포자감정만 남아있기 때문에 원고 측이 구체적 방법과 형태에 대한 추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양측이 의견을 확인한 후 결정하라"고 했다.
대웅 측 "공개변론 적절치 않다" 주장 받아들여져 다음 재판은 '비공개'로
한편 다음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앞서 이날 재판 초반부터 피고인 대웅제약 법률대리인 측이 비공개 재판을 요구했다. 피고 측은 "ITC 보고서 자료에는 계약서 내용 등 언론에 보도되면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지엽적인 부분의 내용이 뉴스에 나오면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게 되고,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원고 측에서는 "주식시장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해야 한다. 특별한 영업비밀이 없다"면서 "최근 피고가 제출한 자문계약서 등에 대한 반박정도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피고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비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동안 절차적인 부분에 대한 변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늘 변론갱신의 첫 기일이므로 절차진행까지는 공개로 진행한다"면서 "ICT 소송 자료 등 영업기밀 내용에 대해 심리를 하는 다음 기일은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8차 재판은 5월 14일 열리며,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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