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의사 수를 추계함에 있어 주목한 요인은 한국 의사들의 과도한 '근무일수'다. 보통 국내 의료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변인으로 근무 일수를 꼽은 것이다.
실제로 앞선 선행 연구에서 한국 의사 근무 일수를 245~265일 정도로 측정했지만 실제 국내 의사들의 근무일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의사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265~289.5일을 실제 평균 근무일수로 잡았다.
연구결과, 예상 활동 의사 수는 2025년 11만9318명, 2031년 13만3117명, 2035년 14만2173명이었다.
이때 현재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미시행을 전제로 근무일수를 기존 265일을 기준으로 하면 필요한 의사 수는 2025년 12만9338명, 2031년 14만2449명, 2035년 15만1865명으로 9000~1만명 사이 의사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근무일수를 285일로 가정하면 오히려 의사 과잉이 발생한다. 이 때 필요한 의사 수는 2025년 12만262명, 2031년 13만2423명, 2035년 14만1207명으로, 665~966명 인력 과잉 상태가 된다.
한국 의사의 실제 근무 일수인 289.5일을 기준으로 잡으면 의사 과잉이 더 심해진다. 2025년엔 926명, 2031년엔 2724명, 2035년엔 3161명의 의사가 남는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2035년까지 의대정원을 1509명 늘렸다고 가정하면 과잉 폭은 더 커진다. 289.5일 근무를 기준으로 2025년 926명, 2031년 4052명, 2035년 1만1481명의 의사가 과잉 상태에 놓인다.
연구팀은 "실제 의사 근무 일수인 289.5일을 적용하면 2035년까지 오히려 의사 부족이 아니라 3000명 가량 의사 과잉 공급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2% 증가한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의사 과잉 공급으로 의료비용 지출이 급격히 증가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의료 생산성의 증가가 의사 부족에 대한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연구팀은 "인공 지능 기술(AI)의 미래 발전은 의사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AI는 불필요한 의료 기록 입력 및 관리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의사가 환자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연구들에 따르면 기존 대비 36% 가량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의사 수급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우리나라 의료환경을 고려해 중장기 수급 예측 모형을 만들어 의료계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한국은 의사의 절대적 수가 부족하기 보다 지역적, 전문과 분표에 불균형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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