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종합대책은 지역별 필수의료 서비스의 격차 해소,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 지방정부의 역할을 확대 등으로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는 25일 호텔스카이파크 킹스타운 동대문점에서 2019년 공공보건의료인력 의료임상교육 '공공병원 의사직 관리자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이날 전국에서 온 공공병원 의사들은 임상 현장의 관점에서 고충을 밝히며 공공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제안을 했다.
김 사무관은 "우리나라는 1977년에 건강보험을 도입해 1989년에 전국민에게 확대 적용했다. 이는 비용효과적인 의료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 중심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 체계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필수 의료서비스의 공백이 발생했고 수도권과 대도시로 의료자원이 집중되는 문제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비율은 5.4%고 공공병상은 10.3%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보장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흐름을 살펴보면, 참여정부때 공공의료기관을 2009년까지 30%로 확충하겠다는 대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현재도 공공의료기관이 20%에 불과한 것을 보면 정책에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필수 의료 격차, 공공보건 인력 부족 등 공공보건의료 실태
현재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문제점으로는 필수 의료에서 지역 의료 격차, 분만 취약지 문제와 산모·신생아 등 건강 관리 체계 부실, 의사·간호사 등 공공보건의료 인력 부족, 거버넌스 구축 미흡 등이 꼽혔다.
김 사무관은 "현재 공공보건의료의 문제는 치료 가능한 사망률의 지역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 10만 명 당 치료 가능한 사망률(2015년 기준)은 서울 강남구가 29.6명이고 경북 영양군은 10.8명으로 파악됐다. 상급종합병원의 40%와 종합병원의 37%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며 "심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가 지역에 적절히 제공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중증질환 외에 산모·신생아 등 건강 관리 체계도 부족하다. 고위험 산모가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산모·신생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만 취약지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만 현재 분만 취약지는 전국적으로 30여 개가 있고 분만의료기관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또 공공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거버넌스가 잘 구축돼 있지 않다. 필수 의료인 산부인과 전문의는 서울이 1명당 2.6명, 경북이 1.3명이다. 전체 의사를 놓고 봤을때도 시도별로 의료인력 격차가 크고, 간호사도 마찬가지다"며 "의료 인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중앙 차원의 조정 및 지원 기능이 떨어진다. 교육부 소관인 국립대병원, 복지부 소관인 국립암센터, 보훈처의 보훈병원, 노동부의 산재의료원 등 부처별 공공병원 간 협력체계도 부족하다"며 "또 감염병 등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시·도의 조직과 전문성도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책임의료기관 중심 의료전달체계 구축으로 공공보건의료 강화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구축, 필수의료 보장성 강화,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보, 공공의료기관 또는 지방정부 등과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무관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의 주요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째, 공공보건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핵심 내용은 책임의료기관 지정이다. 복지부는 17개 권역으로 분류해 권역과 지역에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국립대병원 등이 주축이 돼 역할을 하겠지만 울산 등 일부 지역처럼 국립대병원이 없는 경우에는 사립대병원 지정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공공보건의료 체계에서 역할이 미약했던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권역 내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총괄하고 지역의료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으로 전국민의 필수의료 보장을 강화하는 대책이다.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시·도와 소방청, 권역의료기관이 협력해 이송에 대한 직접성을 담보하려고 한다"며 "권역모자의료센터를 2020년까지 기존 16개에서 20개로 확대해 산모·어린이 등 건강취약계층의 위험도별 연계체계를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무엇보다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대책으로는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의료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려고 한다"며 "현재 법이 발의된 상태고 복지부는 현재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헀다.
그는 "공중보건의 장학제도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지역의료 관심자 중심으로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받은 기간과 동일하게 의무근무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파견 의료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해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을 보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관은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 정부의 역할과 책임도 강화하려고 한다. 시·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예산이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5개 시·도에서 8개 시·도로 늘려 이를 전국적으로 갖추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예를 들면, 중앙차원에서도 TF를 구성해 서울대병원, 산재병원, 보훈병원 등 각 공공병원 모여서 체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거버넌스 구축이 잘 정착되면 지역단위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이 함께 TF를 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책임의료기관 지정 및 육성계획 발표
2019년도에는 진료권을 구분하고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육성계획 발표하는 등 공공의료 발전 사업이 추진된다. 큰 틀에서는 공공의료의 기능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는 부족한 인력에 관해서는 당장은 파견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관은 "올해 추진하는 주요사업으로, 5월 초에는 시·도와 함께 진료권 구분 및 진료권별 책임의료기관 개수를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며 "강원도나 경상남도 등 인구가 많거나 책임 의료기관 한 곳으로 관리할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적정배치를 고려해서 책임의료기관이 몇 개 있으면 바람직한지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5월 내에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책임의료기관 지정 요건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책임의료기관이 정책 조정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진료역량을 어떻게 평가할지 민간병원을 고려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 책임의료기관을 구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6월에는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육성계획을 발표하려고 한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책임의료기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공공의료 법률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방의료원과 적십자 병원 등의 기능을 보강하고 대전의료원과 서부산 의료원 등 지방 의료원 신축을 위해 예산을 전년도 554억에서 올해 997억으로 84% 증액했다. 지금은 전년도 예산이 적용되고 내년부터 늘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인력 확보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파견 인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공중보건장학제도와 공공의대 설립이 추진된다"며 "파견의료 인력을 올해 50명 늘리고 공중보건장학제도 의대생도 확대하고 간호대생도 포함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시범사업으로 올해 20명을 대상자로 뽑을 예정이다. 1차 접수는 이미 끝났고 2차 접수는 6월에 진행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공공병원 의사들이 바라본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문제점은
이날 '공공병원 의사직 관리자 역량 강화 교육'에 참여한 의사들은 임상 현장의 관점에서 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제안 등을 했다.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 체계 구축 방안과 시·도 등 지자체와 거버넌스 구축, 인력 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책임의료기관 지원 방안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 김 사무관은 "정책 방향은 유사하다. 기능보강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방의료원이 150~200 병상이고 민간병원이 마땅하지 않다면 이 공공병원을 300 병상 가까이로 키우겠다는 것이 목표다"며 "지원 세부 내용은 공공병원에 들어가는 인프라의 지원을 확대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지방의료원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왔던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산 규모가 크다. 파견 인력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시·도 등 지방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 사업에 공감할 수 있는지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공공병원 의사는 복지부가 구축하고자 하는 응급·외상·심뇌혈관 센터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실제로 지방정부는 강화하라고 하면서도 예산 삭감을 한다는 고충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지방 정부와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시장·도지사의 정책 방향에 따라 다른데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며 "모든 시·도를 끌고 갈 수 없지만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그래서 의지가 있는 곳과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시·도와 거버넌스 구축은 단계적으로 가려고 한다. 복지부는 사망률 통계, 자체 충족률 등 데이터를 시·군·구 단위로 조사하고 지방 정부가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시·도와 먼저 접촉할 것이 아니라 지역 공공병원과 먼저 대화한 다음에 시·도에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역별 책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권역과 지역 등 수직적인 구조만 만들 것이 아니라 경기도와 강원도 등 수평적으로 권역끼리, 지역끼리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마련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시·도 등 지방 정부가 먼저 공공병원에 정신응급의료센터 등의 설립을 제안하는 경우에 예산안 등 보건복지부가 공공병원에 해줄 수 있는 가이드가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정신질환자 치료와 관련된 연결 체계에 관한 목소리도 나왔다.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논의가 공공보건의료 안에서 별개로 다뤄 의료 서비스를 분절해서는 안 되고 응급의료와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복지부가 지난해 같은 지적을 받았다"며 "재활, 감염, 정신 등 여러 부분에 대해 공공의료과에서 지원하고 있고 수행하는 병원이 있다. 책임 연계 기능이 맞물려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관련해 연계기능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인력 수급에 관한 우려도 많았다. 복지부는 당장은 파견 의료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근복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실패한 공중보건장학제도가 부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사무관은 "인력 문제가 정말 어렵다. 복지부가 병원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은 외상센터, 응급센터, 분만산부인과 등 특정 분야에 별개로 한다. 종합적으로 인건비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파견 인력도 대학병원과 지역병원의 연계를 강화한 것으로 사실상 간접적인 인건비 지원 방식이다. 복지부도 인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그 중 하나다"고 말했다.
장비, 설비, 의사 인력 중심의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짚으며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중장기적 대책은 있는지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다. 김 사무관은 "근본적인 원인은 복지부에서 논의 중이다. 바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물음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공중보건장학제도에 간호대생을 포함하는 안 등 여러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위해서는 시설·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건비가 중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운영하는 일보다 어려운 문제는 운영으로 인한 손실을 공공 의료기관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이를 위한 정책 수단은 예산과 수가 크게 두 가지다"며 "보험쪽에서는 신포괄수가제를 추진하고 권역심뇌혈관센터 등 공공보건의료 발전 대책으로는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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