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는 2800만도즈 독감백신 '치열한 경쟁' 예상하는데, 개원가 '최소량 주문' 이유는
개원가는 제약사의 반품 불가 정책에 따라 소량만 주문...환자에 악영향 우려로 공급 예측과 수량 관리 등 개선책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제조에 집중하면서 독감백신(인플루엔자분할백신) 생산을 2년 연속 포기한 가운데, 올해 독감이 남반구에 이어 북반구 유행이 점쳐지면서 사노피, 녹십자, 보령 등 기존 독감백신 제조사들의 유통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트윈데믹(코로나19+독감 팬데믹)으로 독감백신 접종률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빗겨나가면서 민간에 풀린 물량 절반 가까이가 사용되지 못했다. 여기에 제약사의 반품 거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오히려 개원가가 소량만 계약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올해 독감백신 2800만도즈 출하...사노피, 녹십자, 보령 등 경쟁
22일 제약업계·의료계에 따르면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2800만도즈의 독감백신이 출하돼 NIP(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용 1300만도즈를 제외하고 민간에 1500만도즈가 풀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독감백신에 대한 국가출하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백신, 혈액제제, 항독소 등에 대해 제조단위(로트)별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제조회사의 품질검사를 거친 제품을 시중에 유통시키기 전에 국가가 시험, 서류검토(제조·품질관리요약서)를 거쳐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7월에만 28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을 승인했고, 8월에도 사노피파스퇴르 박씨그리프테트라주, 한국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일양약품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주, 보령(보령제약) 비알플루텍I테트라백신주(프리필드시린지),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V테트라백신주(프리필드시린지), 녹십자 지씨플루멀티주 등 300만명 이상이 접종 가능한 분량을 잇따라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아직까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플루아릭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다.
사노피 등은 당초 예정보다 빠르게 국내에 수입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주를 발표한 후 독감 유행 전 최적의 접종시기에 따라 남반구 물량을 먼저 제조, 판매한 다음 국내 등 북반구 물량 제조가 이뤄지고, 제조후 해당 국가에서 출하 전 검증(테스트)을 한 후 국내 식약처가 다시 국가출하승인을 위한 검증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내사 백신보다 늦게 들어온다.
올해는 WHO가 발표한 남반구·북반구의 유행주가 같고, 매년 지속되는 두 차례 검증과 출하 지연 문제 등을 고려해 사노피코리아가 본사에 빠르게 북반구용 백신 제조를 요청, 이번에는 국내사들과 비슷한 시기에 국가출하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사노피 측은 남반구 유행 상황과 판매 예측량, 출하시기 등을 고려해 같은 주가 유행하는 북반구 역시 트윈데믹을 전망해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녹십자도 올해 상반기 남반구에서 매출 급증으로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이 크게 오른 것을 토대로, 북반구에서의 높은 성장률을 예고하고 있다. 녹십자 측은 "3분기부터는 북반구 독감백신 매출이 인식되면서 백신 부문 매출 호조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백신 개발, 제조로 2년연속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했으나, 영업망을 유지하면서 타 회사 독감백신의 유통을 담당한다. 내년 상반기 코로나 유행 상황에 따라 독감백신 합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해당 사업의 연속성을 가져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GSK는 아직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으나 미리 광동제약을 유통사로 낙점하고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광동 측은 독감유행시기가 11월부터며 효능 발현까지 시기를 고려할 때 9월부터 백신접종이 권고되는 만큼, 플루아릭스 테트라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에 만전을 기해 예방접종 권장 시기인 9월부터 전국에서 접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등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유통하며 공급 물량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는 공급 확대·경쟁 치열 예상하는데, 개원가 '최소량 주문' 예고 왜?
제약사들이 백신 매출 급증을 예상하면서 유통 경쟁을 본격화하지만, 개원가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지난해 제약사들이 '트윈데믹'을 강조하면서 물량 조절 등 불법적인 영업까지 가세해 의료기관들이 대거 백신을 사들였지만, 정작 접종률이 급감하자 제약사들로부터 반품을 거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측은 "약국에서는 반품이 발생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에 대해 제약사, 도매상 등이 반품의약품을 수거하고 환불해준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유통받는 백신의 경우 유통기한이 1년남짓으로 다른 의약품에 비해 짧은데도 지난해 제약사가 반품을 거절해 많은 회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제약사와 도매상 등에 이 같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건의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제약사들은 '트윈데믹'을 말하면서 다른 처방약 '끼워팔기'까지 감행해 병의원들이 대량 구매하도록 유도한 후 정작 재고가 대거 발생하자 책임을 전가한 후 반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도 남반구 상황 등을 거론하면서 독감백신을 대거 공급하려고 하지만, 어느 개원가가 모든 책임을 안고 대량 구입할지 의문"이라며 "개원가는 최소한의 수량만 구매하게 될 것이고, 결국 빠른 품절사태가 벌어지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이 받을 수 있다. 판매 경쟁만 하지 말고 제약사들이 사후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개원가는 반품이 어려워진만큼 일단 제약사를 통해서는 최소한의 수량만 주문하고 필요할 때마다 소량만 추가구매하는 등 자체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소량의 주문 물량이 끝나면 빠르게 접종을 중단, 제약사의 재고는 증가하고 접종을 원하는 국민들은 접종을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도매상의 반품 거부는 결국 의료기관과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공급 감소로 제약사도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라며 "공급 예측과 수량 관리 등의 개선은 물론 공급계약시 책임을 분산하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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