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01 17:18최종 업데이트 22.12.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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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공의 의료과실, 감독하는 교수 책임으로 단정지을 수 없어"

환자에게 장정결제 투여 결정한 전공의는 집행유예 '유죄'…지휘·감독 지위에 있는 교수는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법정구속까지 됐던 대학병원 교수 A씨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대법원이 A교수의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을 인정할 만한 심리가 부족하다며 해당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은 A교수가 실제로 장정결제를 처방한 전공의 B씨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수행하지 않은 장정결제 처방으로 인한 의료사고의 책임을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실상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1일 대법원은 장폐색이 있는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 대학병원 내과 A교수와 전공의 2년 차인 B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에서 A교수는 원심 파기‧환송을, 전공의 B씨는 원심(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확정 판결을 내렸다.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 처방으로 사망케 한 전공의…1심·2심, 전공의 감독 책임 있는 교수에게 죄 물어

사건은 지난 2016년 6월 25일 82세의 피해자가 대학병원 신경과 진료 중 '마비성 장폐색' 의심 소견을 받아 A씨에게로 전과되면서 발생했다.

주치의가 된 A교수는 전원 당일 오전 9시경 피해자 가족에게 "대장암이 있는지 여부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는 쉬운 검사가 아니다. 피해자가 고령인 데다 현재 뇌경색 증상이 있으며 혈액 응고방지제인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고 있으므로, 약을 끊고 기력이 회복되는지 등을 봐가며 결정하겠다. 어디까지 치료를 받을 것인지 가족들이 상의해서 일요일까지 알려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튿날인 6월 26일, 전공의 B씨는 피해자 진찰을 하면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복부 팽만이나 압통이 없으며 배변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바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A교수에게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에 A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대장 내시경 검사와 장정결제 투여를 승인했고, 전공의 B씨는 피해자에게 장정결제 2L를 30분 간격으로 4회에 나눠 투여하라고 간호사에게 처방하고 퇴근했다.

이날 밤 8시부터 장정결제를 투여받은 피해자는 다음날인 6월 27일 새벽 1시 장정결제로 인한 가스와 장내 분변의 체외 배출 불가로 대장 내 팽압이 증가해 장벽이 엷어지면서 장천공, 장내 분변의 복강 내 유출 등이 발생했다. 호흡곤란, 혈액 내 산소포화도 감소 등 부작용을 호소하던 피해자는 결국 6월 27일 밤 9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의료진들이 ▲장정결제 투여를 결정한 과실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 ▲장정결제 투여 과정상의 과실 등 주의의무 위반을 했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사건을 판결했는데, 1심은 A교수와 전공의 B씨 모두에게 죄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실제 처방을 내린 B전공의는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A교수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A교수는 결국 법정구속 54일만에 보증금 1000만원 납입 조건으로 보석됐다.

이어진 2심에서는 의료진이 장정결제 투여를 결정한 것에는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장정결제 투여 대신 경과 관찰을 통해 피해자 상태 변화를 예의주시한다고 하더라도 장폐색이 소실되거나 안전한 대장 내시경 검사 및 장정결제 투여가 가능하게 되리라는 점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장정결제 투여의 위험성 및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경우 소량씩 장정결제를 투여해 부작용 유무를 조심스럽게 확인했어야 하는 점 등을 문제 삼아 A교수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를 전공의 B씨는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교수-전공의…전공의 과실, 무조건 교수에게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따져봐야"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로 피해자에게 정정결제를 처방한 전공의 B씨의 주의의무 위반은 다툴 점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사실상 전공의 B씨에게 피해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위임했던 A교수에 대한 과실 여부는 완벽히 소명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고심에서는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위임했을 때, 위임받은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위임한 의사에게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물론 전공의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수직적 위치에 있던 A교수는 전공의 B씨의 의료행위의 내용이 적절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만약 해당 의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감독하는 위치의 의사도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의료행위가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된 것이라면 A교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부당한 일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전공의 B씨가 분담한 의료행위에 관해 A교수에게도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려면, 원심에서는 부분 장폐색 환자에 대한 장정결 시행의 빈도와 처방 내용의 의학적 난이도, 내과 2년차 전공의임에도 소화기내과 위장관 부분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미흡했거나 기존 경력에 비춰 적절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교수가 전공의 B씨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수행하지 않은 장정결제 처방과 장정결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관한 설명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단정한 원심은 의사의 의료행위 분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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