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01 12:40최종 업데이트 24.08.0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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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앞 ‘분통’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 "우릴 본원에 딸린 재활센터 취급"

일방적 인력 축소로 진료 차질→수익 감소 악순환…응급실 파행 등 "국립대병원 역할 어려워질 것" 우려

세종충남대병원은 7월 31일 본관에서 김정겸 충남대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병원 위기 상황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세종충남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세종(세종충남대병원)은 대전(충남대병원)에 미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매우 크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나.”
 
“적자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자는 게 아니다. 같이 갚아 나가기 위한 능력과 의지가 있는데 그것마저 못 하게 하는 게 문제다.”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들이 충남대학교 총장, 충남대병원 집행부 등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그간의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경우 인력 충원을 통해 수익이 늘어날 여지가 있음에도 본원인 충남대병원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분원을 옥죄기만 하면서 되레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7월 31일 본관 4층 도담홀에서 주요 보직자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대병원 이사장인 김정겸 충남대 총장과 최근 병원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김 총장이 세종충남대병원 구성원들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권계철 세종충남대병원 병원장, 이석구 충남대병원 공공부원장, 이진선 충남대병원 기획조정실장 등도 참석했다.
 
현재 충남대병원은 부분자본잠식 상태, 세종충남대병원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올 상반기 본원은 148억원 적자, 본원은 22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차입금 500억원도 모두 소진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같은 재정난은 세종충남대병원 건립 차입금에 대한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데다 최근 전공의 대거 사직으로 본원의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으로 전해졌다.

세종충남 의료진들 "본원, 분원과 소통 노력 없어…일방적 인력 빼가기로 타격"
 
김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 보호와 진료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하루속히 병원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본원인 충남대병원이 병원 운영 등에 있어 세종충남대병원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세종충남대병원의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전 보직자는 충남대병원 집행부를 향해 “본원에서 분원까지 오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수시로 와서 직원, 교수들과 소통하는 태도를 보여달라. 그간 단 한 번도 본원 직원들이 와서 설명회를 하거나 이해를 구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데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세종은 환자와 교수 구성, 시설 등이 본원과 확연히 다른데 현장에는 와보지도 않고, 같은 잣대로 수치만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과연 소통이었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병원장이나 기조실장 등이라도 와서 교수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직원들에게 협조를 구해서 일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A 교수는 “인력 운용 과정에서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며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당시 의사직에 대해선 본원이 분원에서 마음대로 뽑아갈 수 없도록 규정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사라져 버리고 본원에서 해당 과와 병원장하고만 협의해서 교수를 빼가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1명을 데려간 여파는 그 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연계된 10개 이상 과가 진료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결국 필수과를 못 돌리고 외래 진료를 못 돌리게 되면서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전경.

병원 기능 의도적 축소 의혹도…"재정난 이해하지만 필수적인 부분은 유지해야"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인력 충원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기능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B 교수는 “간호 인력을 2명만 충원해 주면 등급이 올라가 같은 환자를 봐도 입원료가 올라갈 수도 있다. 오히려 충원을 해주면 수익이 나서 재정난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왜 지원을 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병원을 일부러 축소하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A 교수는 “본원 경영진은 세종충남대병원을 본원 옆에 있는 재활센터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당장 응급의학과가 목요일마다 휴진하면서 응급의학과에서 파생되는 입원, 수술 등에 따른 수익이 줄어들게 됐다. 의료진들이 원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정난이 있는 상황에서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건 감수할 수 있지만, 필수의료와 세종충남대병원의 향후 발전을 위해 유지해야 할 시스템까지 망가뜨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도 적자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자는 게 아니다. 같이 갚아나가기 위한 능력과 의지가 있는데 그것마저 못 하게 하는 분위기라는 게 문제”라고 했다.
 
C 교수는 “본원, 분원 모두 재정 상태가 안 좋아 인력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라 들었고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감축하려는 건지 궁금하다”며 “이미 필수과들이 많이 빠진 상태인데 이대로 가면 우리 병원이 세종시 안에서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료원 정도의 역할로 축소되는 건 아닐까 싶다”고 했다.
 
D 교수는 “의정갈등 전부터 수술방을 비롯해 개별 의료진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이미 줄기 시작했다”며 “2차 병원으로서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 따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교수와 직원들이 더 노력했다. 실제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수익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 의정 사태가 일어나고 전공의가 빠져나간 본원의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우리 쪽에선 본원이 환자를 많이 못 받게 됐으니 우리가 조금 더 수술방도 열고 환자도 받아야 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없고 재정 상태가 좋지 않으니 인력을 계속 줄여야 한다고 압박만 한다”고 했다.

충남대병원 "본원은 인력 더 타이트하게 운영 중…소통 자리 늘릴 것"
 
이 같은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들의 지적에 충남대병원 측도 해명에 나섰다.
 
충남대병원 이진선 기획조정실장은 소통 문제에 대해 “세종과 본원 사이에 운영 회의를 몇 차례 하면서 세종의 병원장, 진료처장, 기조실장 등을 통해 (세종 임직원들에게도) 다 공유가 됐다는 전제하에 일을 진행해 왔다”며 “열심히 준비해서 공유했던 자료들 중 어느 정도가 분원 직원들에게 전달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중간에 막혀버리면 분원에 있는 교수, 직원들은 소통 통로가 없다. 본원이 직접 설명할 자리가 없었던 게 문제라면 빠른 시간 안에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인력 충원 문제와 관련해선 “본원의 경우 분원보다 몇 배는 더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 정도로 상황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1~2명 채용하면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장겸 총장은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한다. 나온 애기들에 대해 전부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잘 살펴보겠다”며 “기본적으로는 서면으로 답변을 하고 그게 아쉽다면 다시 이런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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