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의사들, MRI 운용 인력 기준 완화 정책에 "영상의학과 전공의 지원율 40% 급감 우려"
복지부, MRI 운용 영상의학과 전문의 전속 근무 규정 '주 1일 비전속'으로 완화…영상의학회 "면허 대여 조장"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 모습. 사진=영상의학회 유튜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10일 보건복지부의 MRI 운용 인력 기준 완화 입법예고에 "면허 대여 조장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관련 학회들은 전속 전문의 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영상의학과가 미달 기피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기존 MRI 장비를 운용하는 의료기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전속’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규정을 '주 1일(8시간) 비전속'으로 기준을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는 10일 오후 '특수의료장비 규칙 개정 긴급 세미나'를 개최했다.
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은 "MRI는 장비만 설치돼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환자 상태에 맞는 검사 결과를 임상적으로 해석하는 전문적 관리 체계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번 정부 개정안처럼 충분한 제도적 보완 없이 영상의학과 전문의 인력 기준이 급격히 완화되는 정책은 의료 영상 품질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영상의 질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진단 정확도와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따라서 영상 진단 의료의 특성과 환자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제도 변화는 결국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의료 접근성 확대는 의료 질 관리 체계와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 MRI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검사는 점눈가에 의한 지속적인 품질 관리와 맞춤형 검사 프로토콜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의 이유로 비수도권 등 의료취약지에서의 MRI 접근성 향상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에서 전속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곳에 MRI를 도입하겠다는 논리다.
반면 학회는 기준이 완화되면 수도권 전문의들이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으면서 여러 지방 병원에 이름만 올려두는 이른바 ‘면허 대여’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 최선형 회장(특대위 공동대표)은 "개정안은 응급 판독 대응 및 실질적인 품질관리 업무 수행이 불가하고 환자 안전 사고 발생 시 실질적인 관리, 감독 책임 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형식적 등록 중심 운영으로 인한 검사의 질 저하와 의료비 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전속 전문의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고용 구조의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2000년대 초 인력 기준 완화 당시 전공의 지원율이 40% 이하로 급감했던 사례가 존재한다"며 "정책 설계 오류 시 장기적으로 전문의 인력 유입이 감소해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입법 취지가 의료취약지의 특수의료장비 설치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수도권보다 의료취약지에, 소규모 의료기관 위주로 비전속전문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최소 근무일수를 주3회 24시간 이상으로 확대해 취약지 인력 확보와 함께 품질관리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학회 측 견해다.
최선형 회장은 "비전속 전문의 기준을 최소 주 2~3일 이상으로 설정하고 규제 완화 범위를 의료취약지와 비수도권 중심으로 우선 적용해야 한다"며 "인력 기준 개편을 시설 기준 개편과 연계해 추진하거나 시행 시점을 유예하는 등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 이후 관련 학회들은 ‘특수의료장비대책위원회(특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