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A, 부실한 검증 과정 통해 한방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로 등재...보건복지부는 해당 고시를 즉각 철회하라”
바른의료연구소, “NECA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능력과 자질·평가 과정·결과에 대한 신뢰 잃어”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이번 사태를 통해서 NECA가 객관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기준만을 가지고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요소도 심의에 많이 개입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엉터리 심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행정예고 한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 고시를 즉각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부실한 검증과정을 통해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을 신의료기술로 등재했다며 보건복지부는 해당 고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4일 한방의 경락 이론에 바탕을 둔 경혈 두드리기의 일종인 감정자유기법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 환자에게 신의료기술로 적용하기 위해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를 행정예고하고, 7월 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이 신의료기술로 등재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와 NECA에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허가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파악해봤다”라며 “자료를 분석하고 내린 결론은 감정자유기법은 신의료기술로 등재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있고 NECA의 신의료기술 허가 과정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이 과학적 기전도 알 수 없고 표준화도 불가능한 한방 행위라며 신의료기술로 등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한방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감정자유기법은 경락과 경혈 개념을 활용한 정신의학적 접근법의 하나로 경락과 경혈에 대한 물리적 자극을 통해 감정문제와 심신의학적 문제에 대응하는 치료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감정자유기법의 이론적 기반인 경락과 경혈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된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소는 “2015년 5월 발간된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감정자유기법의 개요나 시술원리는 기술돼 있지만, 어떠한 과학적 기전에 의해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라며 “경락 두드리기가 여러 경혈점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부정적 감정에 의한 경락의 기능이상을 바로잡는다고 하는데, 환자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 시술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준비단계 : '나는 (현재 불편한 증상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라는 문장을 후계혈을 두드리며 3회 반복함.
2) 기본 두드리기단계 : 치료목표가 되는 불편한 감정, 증상을 입으로 소리 내어 반복, 집중하면서 백회에서 후계혈까지 13개의 경혈점을 두드림.
3) 뇌조율과정 : 중저혈을 두드리면서 눈을 감았다 떠서 동공을 우하방, 좌하방으로 이동시킨 다음 동공을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돌린 이후 노래 1구절 가량을 흥얼거리고 숫자를 센 후에 다시 흥얼거리는 과정을 함.
연구소는 “준비단계에서 해당 문장을 반복하는 이유나 반복 횟수가 3회인 이유, 뇌조율과정에서 동공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등 감정자유기법에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표준화돼 있지도 않다”라며 “의료 행위 자체가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시행하는 사람마다 행위의 과정이 달라지고 효과도 달라져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시술 과정을 자세히 보면, 감정자유기법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의료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주술이나 최면에 더 가까워 보인다. 치료 결과의 재현성이나 행위 과정의 표준화가 거의 불가능한 이런 행위를 NECA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단지 비침습적인 행위라고 해서 비과학적이면서 표준화되지도 않은 행위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면 이는 NECA의 수준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NECA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황당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결정 과정에서의 부당한 외압이나 비리는 없었는지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소는 “NECA가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근거는 2015년 NECA 스스로가 근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던 문헌들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은 PTSD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신의료기술로 지난 2014년 1차 신청됐으나, 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사를 통해 반려된 적이 있다”라며 “당시 반려사유는 ‘선택된 문헌 대부분에서 사용 대상이 의학적 또는 임상적 특징이 결여돼 있고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됐다. 증상·삶의 질 개선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워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이라는 것’이었다(권고등급 D, 기술분류 I)”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하지만 지난 2018년 8월 22일 감정자유기법은 신의료기술로 재신청됐다. 재신청사유는 2015년 신의료기술 평가 이후 추가적인 연구가 발표됐다는 것이다”라며 “재신청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근거 문헌을 평가한 소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받아들여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기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행정예고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보완된 선택 문헌 3편을 확인해 보니 1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는 전혀 관련 없는 화병에 관한 논문이었다. 나머지 2편은 각각 2011년도와 2013년도에 발표돼 신의료기술 1차 신청 시 근거 문헌으로 검토됐으나 소위원회에서 이미 최하위의 권고등급으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심사 결론을 내렸던 논문들이었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2011년도에 발표된 Karatzias 등의 논문은 근거수준 1‘+’으로 PTSD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감정자유기법을 시행한 중재군과 비교군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척도, 체크리스트, 불안, 우울, 삶의 만족도 변화를 비교했으나, 통계 값이 제시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3년도에 발표된 Church 등의 연구는 근거수준 1‘–’으로 비뚤림의 위험이 높은 무작위 임상시험이었다. 중재군에서 비교군과 비교 시 스트레스, 불안증, 우울증, 공포증, 통증이 모두 시술 후 유의하게 개선됐으나 삶의 질·만족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문헌
Karatzias T, Power K, Brown K, McGoldrick T, Begum M, Young J, et al. A controlled comparison of the effectiveness and efficiency of two psychological therapies for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vs.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J Nerv Ment Dis. 2011;199(6):372-8.
Church D, Hawk C, Brooks AJ, Toukolehto O, Wren M, Dinter I, et al. Psychological trauma symptom improvement in veterans using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Nerv Ment Dis. 2013;201(2):153-60.)
연구소는 “분석 결과 해당 두 편의 논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게 감정자유기법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없었다. 이는 NECA가 2015년에 감정자유기법의 신의료기술 신청을 반려한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그런데 새로 추가된 타당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NECA는 1차 평가에서 제출돼 근거 없다고 결론난 동일한 문헌에 대해 2차 평가에서는 정반대의 심사 결론을 내린 것이다”라며 “이런 어이없는 과정을 통해서 신의료기술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용납될 수 없고, 해당 결정 과정은 명명백백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소는 “의료 기술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평가 할 때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 기준은 항상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수 개월 전 진공보조유방양성종양절제술(이하 맘모톰)이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탈락하자 많은 논란이 됐다. 법적인 분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으로 현재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라며 “실제로 많이 행해지고 있고, 장점도 많은 맘모톰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NECA에서 맘모톰에 대해서 안전성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나 유효성을 입증하기에는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로 평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NECA는 맘모톰의 잔존병소율은 3.4~50.5%로, 관련 문헌 중 14편에서 10% 이상으로 비교적 높게 보고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외과의사회에서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당연히 잔존병소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비교적 최근인 2012년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잔존병소율이 1.07%, 2013년 발표된 두 편의 논문에서는 2.1%, 2.9%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그리고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006년 진공생검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는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07년 맘모톰 사용 적응증으로 유방 양성종양의 절제를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맘모톰의 경우만 볼 때는 국내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많은 맘모톰의 경우도 현재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라면, NECA의 심의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감정자유기법에 대한 신의료기술 심의 과정과 결과는 맘모톰에 대한 심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의료 기술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평가 할 때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 기준은 항상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맘모톰과 감정자유기법의 경우는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NECA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능력과 자질, 그리고 평가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신뢰마저 잃은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건강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동일한 문헌에 대해 1차 심사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2차 심사결과에 대해서 반드시 해명해야 하며 심의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개된 내용에서 졸속으로 추진된 정황이나 의혹이 있으면 철저한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가 있어야 하고,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면 해당 책임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며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엉터리 심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행정예고 한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 고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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