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통계는 대한민국에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연구소)는 5일 국가통계포털(KOSIS), OECD OECD health at a glance 2021과 2023 보고서,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등의 통계 자료를 분석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주장을 반박했다.
10년간 필수의료 전문의, 오히려 증가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10년간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가 부각되기 전과 후인 2010년과 2020년을 비교해보면, 전체 인구는 4.6% 증가했다.
반면 전문의 수는 40.8%가 증가해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는 34.6% 증가했다. 이 중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 역시 모두 증가했다.
즉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문의 수는 증가했다. 절대적인 숫자뿐 아니라 인구 대비 전문의 수도 증가다.
이에 연구소는 "2010년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가 2020년 이후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원인은 전문의 수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문제는 전문의 수는 계속 늘었으나 정작 필수의료 현장에는 의사가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결국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사는 지속적으로 늘었으나 열악한 처우와 법적 부담 등으로 이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이탈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소 측은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미 충분히 공급된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의대생 배출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한 대책이다. 따라서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사 인력이 부족하므로 의대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하며, 필수의료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절대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의사 부족하다지만…노인성 질환 대표적 전문과 전문의 많아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살펴본 결과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65세 이상 인구는 51.9% 증가했다. 반면 전문의 수는 40.8% 증가해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는 7.3% 감소했다.
하지만 노인성 질환의 진료와 관련된 대표적인 전문과인 내과(0.8%), 마취통증의학과(0.3%), 재활의학과(25.9%), 신경과(9.7%) 등의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소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안과 등 많은 전문과에서도 노인성 질환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나, 이러한 전문과에서는 현재 노인 인구의 의료 이용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의료 공급의 과잉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고령화 대비를 위해 의사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과잉 의료를 조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10년간 소아청소년 인구 대비 소청과 전문의 67.9% 증가
최근 정부가 소아과 오픈런 등을 이유로 의대 증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10년 새 소청과 전문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5세 미만 인구수는 10년 동안 21.0%가 감소했다. 반면 소청과 전문의는 32.7%가 증가했다. 15세 미만 인구 10만 명당 소청과 전문의 수는 67.9% 증가했다.
이에 연구소 측은 소아과 전문의 수는 충분하다며, 현재의 오픈런 사태는 의대정원 확대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최근 소아청소년과의 위기와 오픈런 사태는 전문의 수가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며 "저수가에 의한 낮은 수익성, 이대목동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소아청소년 진료의 법적 부담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아동병원 줄폐업, 출퇴근 시간에만 환자가 몰리는 소아청소년 외래 진료의 특수성, 일부 보호자들의 과도한 갑질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의료 이용, 의사 부족 탓 아냐"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적지만 연간 진료 건수를 고려하면, OECD 평균에 비해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훨씬 많은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OECD 헬스데이터 2021과 2023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단 대한민국은 2019년 도시와 농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제출했으나 2021년에는 제출하지 않아 2021년 OECD 자료와 우리나라 2019년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21년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도시 4.5명, 농촌 3.2명인 반면, 2019년 한국은 각각 2.63명, 2.05명으로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적었다.
하지만 도시와 농촌의 의사 수 편차를 알아보기 위해 도시 대비 농촌 의사의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도시 대비 농촌의사 밀도'를 구해보면, 2021년 도시 대비 농촌 의사의 수에 대한 OECD 평균은 71.1%이며, 2019년 우리나라는 77.8%로 OECD 평균 보다 높았다.
또 보건복지부의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도시 및 지방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2019년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1.8명의 편차가 발생하는 반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0.6명으로 지역간 의사 수의 편차가 적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도시와 농촌의 인구당 연간 진료건수를 살펴봤다. 2021년 OECD 평균 의사의 연간 진료건수는 1788건이었다. 반면 대한민국은 OECD 평균보다 3.4배 많은 6113건에 달했다.
또 국민 1인당 연간 진료건수를 살펴보면 OECD 평균은 도시 8.0회, 농촌 5.7회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도시 15.9회, 농촌 12.5회로 OECD 평균보 많았다.
특히 대한민국 농촌의 1인당 연간 진료건수는 OECD 도시 평균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이에 연구소 측은 대한민국 농촌지역 국민들은 타 국가 도시 거주민들보다도 의료 이용에 있어 접근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도시로 의사가 몰리는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오히려 지역편차가 상당히 적은 나라에 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적지만 연간 진료 건수를 고려하면, OECD 평균에 비해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훨씬 많은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도시에 비해 지방에 의사 수가 적거나 의료 공급에 있어 지역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의대정원 확대나 의대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 → 지방 의사 증가? "증거 어디있나"
연구소 측은 의사 수가 증가한다고 지방 의사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1년 OECD 각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도시 대비 농촌의사 밀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도시 대비 농촌의사 밀도와의 상관계수는 0.002였다.
다음으로 2019년과 2021년 사이 의사 수 변화와 농촌의사의 밀도 변화를 알아봤다.
두 해 자료 모두 제출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체코, 노르웨이, 스위스, 스웨덴, 라트비아, 프랑스, 호주, 일본 등 11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간 전체 의사 수 증가와 농촌의사 밀도 변화 사이의 상관계수는 –0.261였다.
전체 의사 수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농촌 의사 밀도는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소는 "비록 분석 결과의 통계학적 의미는 없지만, 전체 의사 수와 농촌의사 밀도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으며, 전체 의사 수를 증가시키면 오히려 도시 대비 농촌의사 밀도가 감소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국가에서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방에 의사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이 오히려 지방 의사 비중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므로 의대정원 확대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의료 의용량, OECD보다 높아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OECD 대비 적지만 의사 1인당 진료횟수와 국민 의료 이용량은 가장 높다.
연구소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19개국의 OECD 국가에서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쓰는 의사의 평균은 82%였다. 대한민국은 81%로 OECD 평균과 거의 같았다.
또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는 의사의 OECD 평균은 91%, 대한민국 평균은 88%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뿐 아니라 치료 결정에 환자를 참여시키는 의사의 OECD 평균은 84%였고, 대한민국은 89%로 OECD 평균 대비 5% 더 높았다.
이에 연구소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손쉽게 많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에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의사 1인당 진료 횟수와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에서 세계 최고이면서도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도 결코 타 국가에 비해 낮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환자 만족도 지표에서 대한민국 보다 낮은 나라에 영국, 스웨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의사 수와 환자 만족도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에 환자 만족도를 의대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삼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현재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가 망국적 포퓰리즘에 불과한 정책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무시하면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구소를 포함해 의료계에서는 의대정원을 늘려도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심지어 정부가 주장하는 명분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된 주장만 내세우며 언론 등을 앞세워 국민들의 눈과 귀를 덮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끊임없이 의대정원 확대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통계는 오히려 대한민국에 의대정원 확대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문재인 케어의 실패에서 보았듯이 잘못된 가정과 왜곡된 통계 결과를 가지고 만들어진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을 끼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대정원 확대 정책 역시 잘못된 가정과 왜곡된 통계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임이 드러났으므로, 국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전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