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의원 대표발의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반발…"마약류 관리자 역할, 약사에 한정하는 나라 없어…현실 외면한 법안"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의료기관 규모와 관계없이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료기관에 '마약류 관리 약사'를 의무 배치하는 법안이 국회서 발의된 가운데 정신과 학회와 의사회가 한 목소리로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해당 개정안이 극히 일부 사례를 근거로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법안임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지방의료와 1차 영세 의료기관을 북이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문제가 된 법률개정안은 기존에 병원급에만 두던 마약류관리자를 마약이 아닌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1차 의원에까지 두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특히 이를 어기는 의료기관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과 똑같은 공포스러운 약인 것처럼 호도는 악법이다. 마약과 정신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엄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마약류로 분류되는 부분은 문제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수년간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여전히 이런 분류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들이 오해를 사는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약사에게 의사를 감시하라고 하는 악법은 국민정신건강의 향상을 위한 치료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해당 개정안이 약사가 마약류 관리를 해야한다면서도, 약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문진하고, 검사해 내린 처방에 대해서 제 3자가 관리 한다면, 이 과정에 대해 약사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현재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의사 1인이 근무하는 의원에서조차 매일 마약류의 처방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산 관리에 미비가 있을 경우 보건소 등에서 불시에 점검을 나오기도 하고, NIMS에 미보고나 지연보고로 행정처분 등이 이뤄져 관리 미비가 있어도 의료인들이 직접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자정작용과 통제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마련한 전산 시스템을 불신하고 약사를 따로 두는 것은 시대를 역행한 법안이다. 현재 병원급의 마약류 관리 약사가 실제로 의미있는 어떤 업무를 하고,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책임 없이 의무적인 고용만 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해당 개정안이 실제 통과되면 영세한 1차 의료기관의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같은 상황에 대해 동일하게, 다른 상황에 대해서는 실정에 맞는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평등이다. 의사 수와 관계없이 모든 의원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의사가 1명 근무하는 곳에도 예외없이 약사를 배치한다면 고용에 대한 인건비 등에 대해서 지원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특히 의료 소외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원들이 약사 고용을 못해 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면, 위기에 봉착한 지방의료를 마저 죽이는 것"이라며 "마약류의 처방 및 조제 과정을 굳이 제3자에게 감독받는 취지라면, 약국에도 조제와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 외에 별도로 마약류 관리 약사를 배치해야 할 것인데 의원에만 이러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며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많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무엇보다 해당 법안이 마약류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의료인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예를 들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마약류 관리자는 의사, 수의사 등이 포함돼 있고, 미국의 통제물질법(Controlled Substance Act)에서도 관리자(adminstator)의 역할을 약사에게만 부여하고 있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약품 관리법(Drug Administration Law) 역시 의료기관과 약국 모두 마약류 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등 세계 어느 곳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1차의료기관에 약사를 두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없는 실정이다.
이들은 "마약류 관리자의 역할을 약사에게만 부여하는 나라는 없으며 의원의 법적 총책임자인 의사가 마약류관리자를 겸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안이냐"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들 단체는 해당 법안이 발의되는 과정에서 일선 의료 단체와 협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점, 그러 인해 의료 현실 및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극히 일부 사례를 통해서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며, 중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징역이 포함된 큰 벌금의 처벌로 과도한 강제성이 부여되는 법안을 강력히 반대하는 바이다"라며 "약사 고용 의무화는 지방 의료 및 1차 영세 의료기관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비현실적인 법안이다. 이번 원칙은 의료현장과 행정원칙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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