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김재홍 교수팀, 로봇수술 생존율 향상 뚜렷하지 않고 빅4병원은 오히려 생존율 감소 빅데이터 연구결과 발표
국내에서 전립선암 환자에 대한 로봇수술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일부 수술 후유증의 감소를 보였지만, 정작 중요한 환자 생존율은 향상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립선 암환자 수술건수가 가장 많은 4개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로봇수술 후 생존율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감소하는 결과까지 확인됐다.
가천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김재홍 교수(‘건강의 비용’ 저자)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수행된 국내 전립선암수술 1만5501 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기록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출판그룹의 저널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5일자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은 긴 경과와 환자마다 다양한 예후가 특징인 암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공격적 치료를 하는 것만이 환자를 위한 최상의 정답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갑상선암 환자와 더불어 전립선암이 아직 전이되지 않고 PSA 레벨이 낮은 저위험군에서는 환자 상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추가치료를 시행하는 능동적 감시가 강력하게 권유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립선암 치료에는 수술적 제거가 선호되고 있는데, 비급여 항목인 로봇수술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었다. 환자가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지만 수술이 쉽고 후유증이 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로봇수술을 도입한 병원에서는 로봇 수술건수가 급증하는 경향이 보고돼 있다. 기존 수술법에 비해 더 많은 수술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비싼 소모품과 기기 비용을 감당하려면 수술 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병원들은 로봇수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에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이미 잘 알려진 몇 가지 수술 후유증의 감소를 보였지만, 정작 중요한 환자 생존율 향상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립선 암환자 수술건수가 가장 많은 4개의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로봇수술 후 생존율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감소하는 결과까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개별 환자의 사망원인과 수술 전 상태까지는 확인되지 못했기 때문에 면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면서도 로봇수술의 효용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남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전립선 암환자에서 수술, 방사선치료, 능동적 감시를 각각 따로 시행한 세 가지 그룹 간에서 저위험군 환자들의 생존율이 별 다르지 않다는 최근의 해외 보고(Fifteen-Year Outcomes after Monitoring, Surgery, or Radiotherapy for Prostate Cancer.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8:1547-58, 2023년)와 함께 전립선암 환자에 대한 현 국내 접근법이 바뀌어야 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팀은 ”고위험군이나 기대수명이 많지 않은 고령자에서 전립선암의 수술은 권유되지 않는다"라며 "그간 국내 로봇수술이 이들에게 남용되지 않았더라도 수술의 효능이 충분하지 않다면 정교한 능동적 감시의 필요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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