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는 의료 구매자로의 정부와 보험자 역할을 확대한다. 건강보험 제도는 전문가와 의료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변화시킬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행위별수가 지불제도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강희정 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 1월호 ‘문재인 케어의 쟁점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케어를 통한 이용자 참여와 지불제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문재인 케어 등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며 다른 보건의료 제도와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빠른 속도의 고령화와 만성 질환 증가, 보장성 강화 등의 정책적 변화는 건강보험 지출 압박을 심화하고 있다”라며 “의료 공급과 수요 관리를 통한 의료정책의 장기적 발전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료이용자의 건강정보 독해력, 신의료기술평가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 활성화, 환자 중심 의료 연계의 지불제도,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관계 정립, 가치 기반 심사로 전환 등 6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문재인 케어를 통한 비급여의 급여화는 건강보험 의료를 ‘공공성이 강한 사적 재화’에서 ‘규범적 차원의 공공재’로 관점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①의료이용자 참여 활성화
문재인 케어는 우선 환자 등 의료이용자의 참여가 중요해진다고 제시했다. 환자는 관련 의료서비스를 경험하는 중요한 정보원으로, 질환별 환자 단체의 역할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는 “환자와 국민이 정책 결정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부와 국민은 보편적 건강보장을 실현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간다”라며 “의료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와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한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에서 중요한 과제는 비급여 범위와 우선순위 결정에서 투명한 절차와 대표성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참여다. 보고서는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집단 참여 속에서 구매자(보험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새로운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②의료이용자의 건강정보 독해력
의료이용자가 스스로 건강 정보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석하는 건강 정보 독해력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용자의 참여가 늘어나고 공유하는 정보가 늘어나면 건강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공급자의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의료가 건강 관리에 기여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며, 건강 수준 향상은 사회 결정 요인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건강 정보 독해력을 높이는데 투자하면 개인의 건강 관리에 대한 책임과 실천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 공급자와 환자 간 정보 공유의 확대는 불필요한 반복적 의료 이용을 줄인다”라며 “의료공급자 간 연계도 활성화한다”고 내다봤다.
③의료기술평가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
의료기술평가를 통한 급여화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의료기술의 개발 단계부터 의료 현장 적용, 새로운 기술과의 비교효과 분석 등에 이르는 기술의 전 주기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 유효성이 다소 부족하면 일정 기간 사용한 다음 재평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를 갖추려면 건강보험 유관 기관 간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기존 의료서비스의 의료기술평가를 급여화에 적용하기 위해 법, 제도, 실무적 기반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신규 비급여 발생을 억제하면서 환자의 의료선택권과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의료기술 개발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라며 “안전성은 확보했지만 유효성은 부족한 유망 기술 등은 일정 기간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재평가하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④환자 중심·가치기반 지불제도
문재인 케어는 수가 결정을 위해 정확한 원가자료를 필요로 한다. 올해부터 이뤄지는 3차 상대가치 개편은 기본진료료를 개편하는 만큼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로 하는 원가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불제도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 서비스 공급이 왜곡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라며 “적정 수가 보상은 한 번에 실현되기 어렵고, 의료 전달체계 확립 등 정책적 조정 수요와 맞물려 있다”라고 했다.
보고서는 일차의료 강화와 환자 중심 의료 연계를 장려하는 정책적 수가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행위별 수가를 가치 기반 지불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의 변화는 의료의 질과 비용에 대한 성과 측정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라며 “일차의료 강화와 환자 중심 의료 연계를 목적으로 신설된 보상 항목은 의료 질 등의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로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⑤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관계 정립
민간보험은 건강보험과 보충적 관계로 상품 개발과 가입을 규제하는 법적 정비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제기됐다. 민간보험은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만 줄이지만 문재인 케어는 전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민간보험 확대가 아니라 저소득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통한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감소의 반사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⑥가치 기반 심사로 전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서비스와 항목 단위 기준을 적용해 삭감했던 심사 조정액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는 의료기관 단위로 의료의 질 평가를 통한 비용효과성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보고서는 “비용효과성이 높은 기관은 일정 기간 심사를 면제하고 비용효과성이 낮은 의료기관은 행정적, 경제적 디스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심사 조정의 근거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사는 기준을 위반한 항목에 대한 삭감이 아니라 기관 단위 총량 비교에서 많이 이용한(over-utilization) 것으로 추정된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심평원의 상근, 비상근 심사위원을 활용해 의학적 심사 전문성을 확대해야 한다”라며 “심사인력은 기관 단위 진료 경향 모니터링과 심평원이 보유한 정보를 융합해 심사 정보로 제공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심사의 의학적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의사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동료심사제도(peer-review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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