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09 09:29최종 업데이트 24.03.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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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를 위한 변명

교수들마저 의료현장 떠나려고 하는데 강압적인 방법으로 사직을 막는 정부가 글로벌 스탠다드인가

[칼럼] 이장훈 안과 전문의 미래의료포럼 상임위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3월 7일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대통령께서 직접 주재하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필자는 이를 녹화방송으로 접했는데, 현장 의료인 입장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을 상당수 발견했고, 다수의 의료진 또한 필자와 같이 발표 내용에 대한 이견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글을 쓰게 됐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수업거부는 근거가 비과학적이라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부 측이 제시한 근거로, 1977년 이후로 의료비가 511배 증가하는 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197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56달러임을 감안하면 3만 3745달러인 2023년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비율로 비교할 수 없는 범주이다.

둘째로 1977년 통계청 면허등록자 기준으로 의사 1만8913명, 약사 2만1515명, 치과의사 2503명, 한의사 2554명으로, 2022년 통계와 비교하면 의사 7.1배, 약사 3.5배, 치과의사 13배, 한의사 9배로 각 직역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그 수가 증가했다. 과거의 한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의 증가비율을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부족한 분야는 약사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가장 부족한 직역은 약사라는 비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정부가 핵심적으로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인용한 3가지 논문 또한 정부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 논문은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2020),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2023) 이다.

홍윤철 교수의 연구보고서 중심내용이 의료제도 개선으로 지역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데, 연구결과로 1만명 인원 부족이 제시되지 않았고 보고서의 근본취지와 맞지 않게 다양한 시나리오 중 일부를 가져온 것이라고 저자가 직접 방송에서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논문은 통계데이터 오류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모델로 설계를 한 것으로 의심돼 현재 공의모(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가 소송 중에 있다. 대표적인 오류로 의사 근무일수를 연 226일, 주 40시간으로 계산해 추후 필요한 인력을 계산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공의 전문의 구분 없이 추산했다. 이는 의사들의 실제 근무시간과는 달리 공무원의 평균 근로시간을 대입해 억지로 원하는 결론은 내어놓고 끼워 맞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보고서는 결론이 의사가 모자라는 것으로 도출되지만, 의사 진료일수를 연 240일로, 여성의사의 생산성을 남성의 0.9로 추정해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그러한 이유로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전공의 들이 의대정원의 명분을 도저히 이성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별 의대정원 증원 신청결과 2000명 이상이 신청됐으니 대학의 교육 역량이 충분하다는 주장 또한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 2000년 이후로 의학교육방법의 패러다임이 변화하여 강의실에서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들이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PBL(problem based learning, 문제중심학습) 방식으로 교육방식이 바뀌었다.

강의실에 책상만 더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토론식 그룹수업으로 임상강의가 변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증원을 하면 교육을 시킬 인원이 부족하다. 대학에서 해부학실습과 병원에서 임상실습과정을 감안해도 대학과 수련병원 모두에서 대비가 되지 않아 각 학교의 교수 및 학장차원에서 증원의 반대목소리가 나왔지만, 결재권자인 대학총장 입장에서는 지방대의 학생 수가 감소하는 시점에서 등록금이 비싼 의대생 증원으로 재정여건이 개선되고, 입학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다수 받을 수 있으므로 경쟁적으로 신청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의 협회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의대증원 수요조사가 실제 교육여건에 비춰 무리하게 제출됐으며 2025년 수용할 수 있는 증원규모는 350명 정도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무책임한 처사라 비난했지만, 과거 LG에너지솔루션 기관투자자 공모청약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수요예측단계에서 작은 숫자를 써내면 추후 배정에 있어서 경쟁 기관에 비해서 상대적인 손해를 보기 때문에 실제 자금조달여건과 무관하게 써낼 수 있는 최대치를 적어내게 된다.

이에 각 의과대학에서 대학총장이 일방적으로 증원을 결정했다고 반발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강원대 의과대학 학장과 의학과장이 삭발투쟁을 진행했고, 경북대 의대학장단 교수들이 일괄사퇴의 뜻을 표했다. 

개혁의 사전적인 뜻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개선할 것이 필요함은 공감대 형성이 있었고, 모순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균형 속에서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었다. 불철주야 일하던 전공의들이 어느 순간 개혁의 대상이 되고,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치료가 이어지는 것인데, 전공의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진단 자체가 틀렸다 생각하는 것이다. 

전공의와 학생들은 필수의료 붕괴의 이유가 아니다. 게다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내놓는 대책 하나하나가 역설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를 하나 둘 자리에서 떠나게 만들고 있다. 지난 정권 때부터 의대증원의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하던 대표자격인 의료관리학 교수가 최근 야당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학자의 의견을 비중 있게 대하는 이유가 개인의 이해관계 보다는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논지를 제시해 주기를 바래서다. 하지만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자 많은 이들이 문자 그대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교수 전원이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고, 이번 주를 넘기면 일선 병원의 교수들조차 진료현장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세계의사회에 이어 대만 의사회도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 의사들의 사직을 막으려는 시도를 명백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대통령께서 연설에서 거듭 강조하신 글로벌 스탠다드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하루빨리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해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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