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9.2 노정합의 이행을 위해 간호사 인력 기준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병동의 입원료 체계를 진료과별 인력기준으로 통일하고 수가체계와 임금의 연계 구조를 강화하자는 게 주장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 간호 인력 1.5명 미만일 경우 S등급을 새로 만들고 S~2등급까지는 수가 가산, 종합병원 3등급 미만은 수가를 감산하는 안이 관련 연구용역에 따라 제시됐다.
반면 병원계는 각 의료기관에 따른 입원환자의 중증도나 인력 수준에 따라 간호등급이 지정되는데 일률적인 기준 변경에 따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간협-노조, 숙련 간호사 52% 그쳐…간호사 배치 수준 정책 부재 때문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6일 오후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과 더불어 한정애, 김민석, 인재근, 고영인, 서영석, 김원이, 최혜영 의원 등 대다수 야당 의원들이 주최에 참여했다. 국민의힘에선 최연숙 의원이 주최에 이름을 올렸다.
간호사 인력기준 개선은 간호협회의 오랜 염원 중 하나다. 의료 현장 신규 간호사의 사직률이 2013년 29.0%에서 2019년 47.7%로 증가하고 활동 간호사가 51.9%에 그치는 등 숙련된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간호계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간협 신경림 회장은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의 과부하로 간호사 업무 과중이 심각해 결국 사직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간호사 처우개선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간호사 업무과중의 주요 원인인 비현실적인 담당환자 수를 해결하기 위한 간호사 배치 수준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2 노정합의로 간호사 대 환자비율 개선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은 의료법의 간호사 정원기준을 미준수하는 사례가 많다. 간협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간호등급 6, 7등급과 등급 미신고하는 병원이 1288개소로 전체 59.3%에 이른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도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필수 진료과를 파행 운영하거나 폐쇄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간호인력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정책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10만 병상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간호 인력 부족 때문에 6만5000병상에 머물러 있다"며 "의료기관평가인증제가 실효성 없는 국민 눈속임평가로 전락한 이유도 간호인력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등급 기존 병원 7등급 기준 세분화…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전국 확대
이날 토론회에선 구체적인 간호사 대비 환자수의 적정 인력기준 연구용역 결과도 발표됐다.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학교 김진현 간호대학 교수는 "일반병동의 입원료 체계를 진료과 병동별 인력기준으로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가체계와 임금의 연계 구조를 강화해 의료법 기준으로 가감산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 간호 인력 1.5명 미만일 경우 S등급을 만들고 S~2등급까지는 수가 가산, 종합병원 3등급 미만은 수가를 삭감하는 안이 제시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아예 3등급 아래 기준 자체를 삭제했다.
김 교수는 "병원 7등급 기준을 세분화해 7, 8, 9등급으로 분류하고 9등급의 인력기준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며 "환자수 기준 적용시 병상가동률 감소시에 간호사 고용을 인위적으로 축소할 유인이 발생하므로 이를 억재하기 위해 현재의 분기별 간호등급 산출과 신고 방식을 월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력기준도 설정해 간호사에 의한 대체효과를 방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업무분장도 개발돼야 한다"고 전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국적인 확대방안도 발표됐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25년 간호간병 수요 병상수는 9만8698병상에서 최대 11만7443병상이다. 기존 6만4000병상을 차감하면 추가 간호간병 수요는 3만4698병상에서 5만3443병상이다.
김 교수는 "공공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 병동으로 우선 확대하고 종합병원과 병원은 병원단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은 병동단위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취약지역 의료기관은 취약지 재정지원과 취약지 수가가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배성희 간호대학 부교수는 "기존의 간호관리료 차등제와 더불어 성과를 고려한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환자안전을 위한 적정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간호인력 기준 개선하고 미준수 기관 처벌 강화 VS 오히려 병원 현장 혼란 가중
간호사 정원 기준 미준수 기관에 대한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간호사 법적 정원 기준 미준수 기관이 최근 6년간 7353개소에 이르지만 행정처분 현황은 최근 8년간 278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간호협회 탁영란 감사는 "2회 이상 정원 기준을 중복해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복지부는 시정명령만 반복할 뿐 영업정지 15일을 처분한 사례는 없다"며 "부과한 과징금도 약 5100만원으로 간호사 2명도 채용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탁 감사는 "의료기관별 의료인 정원 기준 준수 여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확대해야 한다"며 "미준수에 따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시 업무정지나 개설 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를 명령하는 등 강력처벌 조항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병원협회는 일률적인 간호사 인력 기준 개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각 병원 상황에 맞는 간호인력 등급제를 경영진이 선택하게 되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상향시킬 경우 현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협 송재찬 부회장은 "간호등급 개정엔 고려할 부분이 많다. 각 병원들은 경제학적으로 환자 중증도나 간호인력 상황에 따라 간호등급을 선택한다"며 "그러나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고 무조건 3등급 이상으로 올리는 것인 합리적인지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간호인력 기준 개선 등 높아지는 의료적 요구를 다 충족시키려면 건강보험료 인상이 적어도 50%는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현장에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지방의 상황, 간호인력 등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전국으로 확대시킬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병동과의 중증도 차이, 서비스 질 변화 등 디테일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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