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30 13:56최종 업데이트 26.08.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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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안 되는데 응급환자 '강제수용'만 하면 뺑뺑이 해결?…응급실 의사들 "의료진 법적 책임만 커져"

중증외상 등 '정당한 사유' 기준은 현장이송 단계에서 예측하기 불가능…현장 적용 어려울 것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0일 세종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한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응급실 의사들이 "의료현장의 근본적 원인을 모르는 처벌과 강제를 골자로 한 입법 선동을 중단하라"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은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인 정당한 사유는 시설・장비・인력이 없어 응급처치를 할 수 없는 경우, 중증외상, 심・뇌혈관질환 등의 급성 증상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종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경우이다.

또한 중증도별 이송병원을 지정하는 방식을 적용해 중증환자는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 또는 구급상황센터, 중등증환자는 구급상황센터, 경증환자는 119구급대원이 판단해 이송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응급의료현장을 무시하는 정부와 복지부의 입법폭주와 탁상행정이 이제는 도를 넘어 회복 불가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늘어나는 법적 위험성에 대한 부담은 현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응급실을 포기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현장의 가혹한 현실과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오직 처벌과 강제, 통제와 감시만을 골자로 하는 입법 선동을 멈춰야 한다. 응급의료는 비전문가들이 본인들 마음대로 한 번 해보는 연습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선 수용거부가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 보니 현장에선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회장은 "시설, 인력, 장비가 얼마나 부족해야 수용거부가 정당한지 판단의 기준과 주체가 없다. 중증외상,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은 진단후의 결과이고 현장이송 단계에선 이를 예측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기준을 제시할 경우 결과적으로 모든 상황이 애매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국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응급실 현장에서 명확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만가지 경우의 수를 시행규칙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용을 거절한 병원의 의료진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해결책을 위해 미국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 EMTALA(연방 응급진료 및 분만법)은 '응급환자는 무조건 수용한다'는 강력한 원칙을 강제하지만, 동시에 명확한 우회 기준과 병원 및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의사가 통상적인 수준의 의학적 선별 검사와 안정화 처치를 제공했다면 설령 결과가 나빠지더라도 의사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응급의학의사회 김재혁 정책이사는 "우리나라는 최선의 응급처치를 제공했음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의사가 형사 소송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더욱이 2021년 제정된 '수용거부 금지법'은 정당한 수용 곤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시행규칙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현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이사는 "의료진에 대한 보호 장치 없는 수용 강제는 명백한 국가의 폭력이다. 무조건 수용을 요구하려면 무조건적인 면책도 보장돼야 한다"며 "진정한 한국형 EMTALA가 성립하려면 환자 수용 의무에 상응하는 선의의 의료행위 형사 면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또한 환자 수용에 대한 병원과 국가의 책임 범위가 명확히 정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성과를 내세워 9월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시범사업의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3개월 동안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0건’이었고 구급대의 병원 선정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3분 15초 줄어든 8분 40초로, 27.3% 단축됐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이 시행됐던 전라남도 성가롤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인 김재혁 정책이사는 "이송혁신 시범사업의 목표는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를 병원에만 빨리 밀어 넣는 것이다. 환자가 제대로 치료 받는 것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라며 "현장에선 여전히 병원에 왔다가 최종치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가는 환자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응급실에만 환자를 밀어넣고 그 이후 문제는 정부에서 도와준다고 하지만 여러 문제를 갑자기 다 해결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결국 환자 상황이 나빠지면 이에 대한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 결국 의료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따라 환자가 응급실까지 오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환자 진료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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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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