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가려진 필수의료의 비명
[메디게이트뉴스] 25년 전 본과 3학년 수업시간, 신현호 변호사의 의료 정의를 듣고 올바른 의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 신 변호사의 정의는 의료 현장을 외면한 채 통계 수치로 변질돼 필수의료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신 변호사의 의료사고 형사 특례 반대는 의료의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무시한 이상주의다. 1. 확률이 전부일까. 0.1%의 사고가 100%의 진료 포기를 만든다 신 변호사는 수십억 건의 진료 중 민사소송은 수백 건에 불과하다며 사법 리스크가 과장되었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는 통계 수치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마주하는 인간이다. 필자는 10세 소년의 선천성 관상동맥 이상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형사 법정에 피의자로 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조차 유족의 막무가내 앞에서 무력했다. 변호사는 ‘조율’이란 이름으로 수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을 것이라 했다. 나도 아이가 죽었을 때 괴로웠고 진료 과정에 잘못이 있었는지 수없이 복기했지만, 특이 2026.04.16
2주 뒤면 분만 중단 우려...산부인과 소모품 대란, 말뿐인 대책은 필요 없다
[메디게이트뉴스] 저출산 위기가 국가 소멸을 논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분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공포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받아줄 병원에 '주사기'와 '수술포'가 없어 산모를 돌려보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코앞에 다가왔다. 2~3주 남은 재고,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 최근 산부인과의사회가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한 결과, 현장의 상황은 처참하다. 분만에 필수적인 주사기, 폴리글러브, 수액, 일회용 수술포 등의 재고가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2~3주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소모품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재고가 바닥나는 순간, 분만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소모품이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분만을 진행하는 것은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분만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 그 부하는 고스란히 대학병원으로 2026.04.14
누구를 위한 의료분쟁조정법? 중범죄로 분류된 약물 투여 전 과민반응 의무화 처벌 조항
[메디게이트뉴스] 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에서 최종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는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 12개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약제 투여 전 필수 과민반응 조사 미실시’ 조항이 눈길을 끈다. 개정안의 12개 조항을 보면, 의료체계적 실패(System failure)와 개인적 활동에 대한 문제가 혼용돼 섞여 있다. 그중 ‘과민반응 조사 미실시’가 짙은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필자는 40년 전 캐나다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막 시작하던 시기에 환자에게 페니실린 과민반응 검사를 하지 않고 ‘클록사실린(Cloxacillin) 정맥주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사전 검사를 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당시 담당 전문의는 "진정한 페니실린 계통의 과민반응이라면 검사 자체로도 유발할 수 있고, 환자들이 흔히 표현하는 ‘민감증 현상’은 정확한 페니실린 계열의 반 2026.04.12
판례로 살펴보는 진료와 추행의 판단 기준
[메디게이트뉴스] 진료 과정에서 신체 접촉은 의료행위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같은 접촉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정당한 진료로 평가되고, 어떤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요? 판례와 함께 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죄 사례입니다. 도수치료사가 치료 중 환자 바지, 팬티 안쪽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와 사타구니 맨살을 접촉한 혐의였습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사전 양해 없이 민감 부위를 접촉한 점은 ‘상당히 부적절’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의사 처방, 단체 회신(해당 환자군에서 통상적 치료 방법), 치료실이 개방된 공간이고 제3자가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사정, 피해자 진술의 변경 등이 고려되었습니다(수원지법 2020노6853 판결). 다음으로 유죄 사례입니다. 도수치료사가 손가락ㆍ허리 통증 환자에게 도수치료를 하다가 ‘갑자기 피해자의 사타구니와 성기 위쪽(치골) 부위를 손가락으로 2~3회’ 누른 사안 2026.04.09
환자기본법 분석: 환자단체우대법을 환자기본법이라고 제정한 국회
[메디게이트뉴스] 3월 31일 국회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김윤 의원이 발의한 환자기본법이 통과됐습니다. 이제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승인하면 15일 이내 공포가 되고 1년 뒤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도 기존에 산재돼 있는 환자안전법, 소비자보호법, 보건의료기본법 등 여러 법안에 보장돼 있는 환자에 대한 기본적 권리나 의료환경에서의 안전에 대한 보장과 관련하여 중복적인 성격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국회 공청회에서의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현재의 환자단체의 의료정책 참여는 시민단체 몫의 하나로 자리를 받게 돼 있습니다. 이는 위원회 내에서 직접적인 역할이 아닌 제3자의 지위로 참여하는 것이고 각종 위원회나 정책 참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이 법안을 통해 환자단체의 지위를 보건의료정책과 관련 위원회에서 반드시 배석이 되어야 하는 지위를 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환자기본법의 제정으로 인해 기존의 환자안전법은 폐지됩니다. 이 글에 2026.04.07
선진화된 의사 면허 자율기구 프랑스의 ‘CNOM’
[메디게이트뉴스] 프랑스의 ‘CNOM(Conseil National de l’Ordre des Médecins)‘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의사 면허관리와 의사의 직무 윤리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는 의사 전문직 ’자율기구‘다. 프랑스 공법에 의해 설립된 의사 자치기구로 공적인 기능 수행이 여타 이익단체와는 구별된다. 주요 역할은 의사 면허 등록 및 관리를 비롯해 의료 윤리 규정 제정 및 감독, 의료분쟁 관련 징계,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다.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를 기반으로 지역의 기구와 몇 개의 지역을 묶은 광역단체, 그리고 파리에 본부가 있는 중앙 국가단체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정부의 관할 기구는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의 역할을 하는 국무원이다. 의사 이익단체와 달리 모든 의사는 CNOM의 등록의무와 의료 활동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프랑스는 의사에 대한 매우 정확하고 정교한 통계자료를 산출할 수 있다. CNOM은 2026년 1월 현재 기준으로 프랑스 의사 2026.04.03
의료 붕괴로 향한 최대 초크(Choke) 포인트 ‘사법 리스크’
[메디게이트뉴스] 프랑스에서 사회당 정부를 이끌었던 조스팽 전 총리가 지난 3월 22일 향년 88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프랑스 국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보험(CMU) 도입과 병원의 주 35시간 근무제, 쿠슈네르 법 제정, 일반의학과 전공의 프로그램 개혁 등 의료 시스템과 사회복지에 지대한 변화를 이끌었으며 그 혜택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프랑스의 의료 보장성 확립을 위한 제도는 당시 15만~20만 명의 국민이 건강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약 650만 명은 추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조스팽 총리는 1999년 법률제정을 통해 기본 의료보험 정착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추가 보험 모두 도입해 운영했다. 현재는 개편된 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근간은 동일하다. 2002년에는 보편적 연대 정신에 따라 개인 맞춤형 자율 지원 수당도 도입했다. 60세 이상 부양 대상자 2026.03.31
K-뷰티, AI와 만나 글로벌 경쟁력 급부상...맞춤 진단·치료부터 시술 예측까지
[메디게이트뉴스 이한희 인턴기자 울산의대 본3] K-뷰티가 의료,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단순 피부 분석을 넘어 진단·치료·예후관리까지 확장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개념이 등장하면서 피부과를 중심으로 한 의료 현장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KIMES 2026 기간 중 인스파이어-디지털헬스 특별관에서 'K-Beauty Meets Medicine - AI가 바꾸는 피부, 의료가 설계하는 K-뷰티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K-뷰티 특별세션에서는 피부과 전문의와 산업계 관계자들이 AI 기반 피부 데이터 활용, 개인화 진단, 의료 연계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피부과에도 에이전틱 AI...맞춤 치료 설계 및 시술 예측까지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의료 AI는 단순 예측(predictive)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2026.03.30
공공의대법,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
[메디게이트뉴스 정우승 인턴기자·울산의대 본3] 최근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으로 대변되는 지방 필수 의료의 붕괴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뼈아픈 현실이다. 현 정부는 이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내세웠다. 국가가 전액 세금으로 의대생을 길러내고, 졸업 후 10~15년간 의료 취약지나 필수 의료 분야에서 강제로 복무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지방 필수 의료를 살리려는 정부의 절박한 심정과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미래의 의료 현장을 책임질 의학도의 관점에서 이 법안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공공의대법은 필수 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을 철저히 외면한 채 ‘의사 수’라는 표면적 지표만 억지로 채워 넣으려는 근시안적 조치에 불과하다. 공공의대법은 학생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진로를 획일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의료계에서 이미 알려진 모순점들을 다시 2026.03.29
지역 필수의료 대책, 의무복무 아닌 의사가 그 지역에 남고 싶은 환경이 우선
[메디게이트뉴스 이한희 인턴기자·울산의대 본3] 지난해 12월 지역의사제 관련 법이 통과됐고 올해 3월 시행령을 통해 제도의 구체적 틀이 마련됐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나오게 되며, 이들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사로 근무해야 한다. 이 정책을 이해하려면 먼저 시행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여러 지방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의료 역시 수도권 쏠림이 뚜렷하다. 그 결과 지방은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인프라 역시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방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사제를 준비하게 됐다. 지역의사제는 크게 복무형 지역의사와 계약형 지역의사로 나뉜다. 현재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복무형 지역의사다. 계약형 지역의사는 이미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를 대상으로 국가, 지자체 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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