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문채석 기자] 창업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고용이 불안정한 것은 기업의 영속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창업기업 가운데 70% 이상은 6년 내에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열악한 창업 환경과 진입 장벽이 낮은 업태로의 쏠림현상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창업기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도·소매, 숙박음식 업종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관련 기업의 생존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창업진흥원의 ‘창업기업의 생존율 및 고용창출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새로 만들어진 38만294개 기업 가운데 6년 후인 2018년 말 현재까지 남아있는 기업 수는 10만40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율로 따지면 26.4% 수준이다. 100개의 창업기업이 세워져 6년을 버틴 곳은 26개 정도라는 얘기다. 폐업기업을 제외한 숫자를 반영한 만큼 폐업신고 없이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까지 합칠 경우 생존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생존율을 주기별로 살펴보면 1년 차는 77.9%, 2년 차 57.8%, 3년 차 46.0%, 4년 차 39.5%, 5년 차 31.5% 수준이다. 이 같은 내용의 분석보고서는 창업 지원정책을 진단하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가 창업진흥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른 것이다.
숙박·음식·도소매가 절반 이상 차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낮은 원인은 업태 쏠림현상과 맞닿아 있다. 조사 결과 창업 업종의 27.3%는 숙박·음식업, 27%는 도·소매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업종은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만으로 접근하기 쉬운 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조업은 9.1%에 그쳤다.
‘경쟁력’이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은 고기술 제조업의 생존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 가운데 화학물질·전기장비 제조 등 고기술에 해당하는 창업기업의 6년 생존율은 40.1%로 전체 평균 대비 13.7%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도·소매업을 보면 이 수치는 25.5%까지, 숙박·음식점업은 21.5%까지 떨어진다.
관련 업종이 최근 코로나19 직격탄을 가장 일선에서 맞았다는 점은 향후 생존율 급락의 우려를 키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취업자 수를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31만3000명·-13.4%), 도·소매업(-19만7000명·-5.5%), 제조업(-11만명·-2.5%)에서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설상가상으로 도·소매와 숙박·음식점 업종이 전체 창업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1.6%로 제조업(28.9%)의 뒤를 잇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이들이 흘러들어가면서 우리나라의 창업 대부분은 자영업 형태"라면서 "이들의 재취업이 쉽지 않은 데다가 창업 실패 사례는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이어 "나빠진 성장률이 다시 고용·창업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상공인 디지털화·업태전환 시급… 융자보다는 보조금 절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22일 서울 마포구 음식거리에 한 상점이 폐업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전문가들은 창업의 디지털화를 비롯한 경쟁력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는 비대면(언택트) 영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들 업주의 사업 재편과 업태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폐업 후 재기가 쉽지 않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경우 이를 위해 사업재구축특별보조금 약 1조1000억엔을 추가경정예산에 최근 반영한 바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추진단장은 "현재 노래방, 카페, 술집 업주들이 힘든 상황인데 손님이 오지 않아 텅빈 공간을 오전과 오후에 스마트워크 원격근무 회의실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사업 재편, 업태 전환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 고용 악화와 경영난 등도 극복해야 할 난제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2018년 기준 900만명에 육박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상황 및 포스트 코로나 대응 의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11억~50억원 이하 중소기업 271곳 중 96.4%, 10억원 이하 기업 206곳 중 100%가 올해 신규 인력 채용을 예년과 같거나 적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억~50억원 이하 중소기업의 12.9%, 10억원 이하 중소기업의 25.8%가 폐업을 고려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중소기업 고용 위기가 민간 기업의 줄도산 등 구조적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부채를 갚아야 하는 융자 지원을 정책 보조금 지원 쪽으로 틀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미국의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처럼 고용을 유지하고 일정액 이상을 인건비에 쓴 업체의 상환 부담을 면제해주는 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단장은 "현재 고용상 어려움이 민간 고용의 구조적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대준 융자금을 고용 유지, 인건비 등에 쓴 결과 6개월간 고용이 유지되면 상환 의무를 면제해주고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식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에 창업을 한 자영업자 등은 유동성 위기 등으로 다시 일어서기 힘들 수 있다"며 "이들의 재기를 지원해준다면 고용 유지는 물론 창업 심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