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경험’을 앞세운 백화점 업계의 오프라인 혁신이 사상 최대 실적 등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코로나19 보복소비 행렬을 잡을 명품 라인업 강화와 함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발걸음까지 붙들 수 있는 복합문화·여가 콘텐츠 확대는 올해도 백화점 업계의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지난해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백화점그룹 백화점 부문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2조1032억원으로 처음 2조원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3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53.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기록이 나왔다. 전년 대비 101.6% 오른 3622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은 20% 상승한 2조1365억원을 달성했다. 롯데백화점도 롯데쇼핑 내 타 채널 부진 속 선방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어난 2조8880억원, 영업이익은 6.4% 증가한 3490억원을 올렸다.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소비 여력이 백화점, 특히 명품 카테고리에 쏠리면서 큰 폭의 외형 성장을 나타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패션 카테고리도 함께 성장한 점이 영업이익 개선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44.9% 늘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패션(37%), 여성패션(22.2%), 남성패션(20.8%) 등 패션 카테고리 신장도 눈에 띄었다. 현대백화점도 해외 명품군 매출이 38% 늘었으며 이 중 해외 남성패션은 59.6% 증가했다.
무엇보다 e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의 공세 속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 오프라인 혁신에 나선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장은 백화점 3사가 지난해 신규 출점한 점포에서 백화점 업계가 지향하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쇼핑 목적 없이도 ‘먹고 놀고 경험하러 왔다가 뭐라도 더 사가는’ 형태로 진화, 온라인이 줄 수 없는 만족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첫 선을 보인 ‘더현대서울’은 전체 면적(8만9100㎡)의 절반가량을 실내 조경과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5·6층엔 매장을 추가로 넣을 수 있는 중심 공간에 나무를 심은 실내 조경 공간을 만들었고, 3층 높이에서 폭포가 쏟아지게 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지하 2층은 전체를 ‘MZ세대 존’으로 만들고, 떠오르는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많은 젊은 층을 ‘나도 가봤다’ 행렬에 동참하게 했다. 인스타그램 내 더현대서울 관련 게시물은 34만건에 달한다. 매출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주요점 영패션 전문관 리뉴얼, 2030 VIP고객 전용 라운지 조성 등이 더해지며 지난해 현대백화점 20대, 30대 고객 수는 각각 86.7%, 54.2% 증가했다. 이들의 매출 비중은 43.4%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8월 차례로 선보인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역시 오픈 6개월여 만에 지역 랜드마크로 도약했다. 넓직한 동선과 초대형 푸드에비뉴(롯데백화점 동탄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과학관과 전망대(대전신세계) 등 쇼핑 외 즐길거리가 풍부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19 영향권에 갇혀 본격적인 해외 소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이끌기 위해 명품 라인업 강화와 흥미로운 오프라인 콘텐츠를 갖추는 데 사활을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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