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7.08 11:56최종 업데이트 25.07.0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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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라지는 중환자실, 시간이 없다…전공의 복귀 대책은 특혜 아닌 의료붕괴 막는 필수"

최창민 전 교수비대위원장,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제자리인 전공의 수련 시스템, 이번에 바꿔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2기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가 7일 의료윤리연구회에서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이재명 정부의 등장으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기회 제공은 '특혜'가 아닌 필수의료 의사 배출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학사와 전공의 일정상 지금 시기가 지나면 정말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결정이 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의료윤리연구회 139차 모임에서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2기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가 '무너진 전공의 교육, 무얼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해 교수 비대위장을 맡아 교수 사직서 제출 운동,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 등을 전개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다 방면에서 노력해 온 인물이다.

25년 흘렀지만 변한 것 없는 전공의 처우와 수련환경…현재, 내과 중환자 전임의 1년차 0명

그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 6기 출신으로 과거 2000년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집단 파업을 한 경험을 소개하며,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5년이 흐른 현재도 전공의 처우와 수련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00년도에도 해결되지 못한 전공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년 전에 전공의협의회에서 미국을 분석해 보니 미국은 각 과별 전공의 1인을 양성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산출하고 그 비용의 얼마만큼을 사회가 책임질 것인지 이를 충당하기 위해 국고지원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인이나 병원이 책임지는데 미국은 국가가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마저 증원하면서 필수의료 의사들은 고사 직전이다. 현재 호흡기내과 의사는 전국 700명 내과 의사 중 10~20명밖에 배출되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토막이 나 버렸다"며 "호흡기내과 중환자 전임의 숫자가 전국 4명이라고 하는데, 1년차는 0명이다"라고 현실을 전했다.

최 교수는 "전공의들이 최근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공의들은 피교육자와 근로자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고, 전공의가 피교육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전공의는 근로자가 아니고, 피교육자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에 기회 제공 '특혜' 논란?…"시간 갈 수록 필수의료 의사 씨 마른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에게 전문의 시험 기회를 주는 것을 특혜라고 하는데, 아무도 전문의 시험을 못 치면 필수의료 전임의가 배출되지 못한다. 그럼 중환자실 환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정부는 초기에 전공의나 학생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갔다"며 "교수들이 6개월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의료체계는 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다는 것을 현 정부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차하면 전문의나 의대생들이 시험을 두 번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들어가는 돈이 몇 십억이다. 이 사태로 인해 이미 몇 조원이 날라갔기 때문에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최 교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짜 필수의료 의사들은 씨가 마를 것이다. 호흡기 내과의 경우 진짜 의사가 없다. 지쳐가면서 더 선택을 안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과들은 빨리 시험 기회를 줘서 문제를 해결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전공의들이 지원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미 필수의료 전공의 중 70%이상은 안하고 싶다는 발표가 나왔다. 6개월이 지나면 정말 끝이라고 보고 지금이 해결할 타이밍이다. 이번주, 다음주 중에 결정이 나지 않는 한 끝이라고 보고 있다"며 "다행히 새 정부도 하루 빨리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이번조차 시스템을 못 바꿔내면 전공의나 학생들이 희생한 것에 대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병원 교수들도 옛날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최대한 바꾸기 위해 함께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지지하며 '사직서 제출'했지만 현장 지킨 교수들에 비난…"시대 달라, 이해해주길"

과거 2000년 대전협에서 의약분업 투쟁을 전개했던 그는 2024년에 전공의들이 투쟁을 시작했을 때 그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의약분업 때도 의사들이 정부에 맞서 더 싸웠했다는 지적이 꽤 많았고,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이 전공의 수련 등 문제 해결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가도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과거 우리가 했던 싸움과 현재 전공의들의 싸움은 다르다. 의약분업 당시 전공의들은 그래도 전공의 신분이 유지됐는데, 현재 전공의들은 사직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직 투쟁에 동참해야 했다며 교수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의정 갈등으로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문제를 막아보기 위해 교수들도 나섰고, 사직서도 제출했다. 그때 가장 큰 문제는 교수들마저 나가면 정말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정부는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교수들이 버틸 수밖에 없었고, 역부족일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도 교수들이 왜 안 도와주냐면서, 교수들도 다 사직해야지 왜 병원을 먹여살리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교수들은 일단 환자를 봐야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들이라 그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번 사태로 전공의와 교수 간의 갈등이 커졌지만, 앞으로 잘 만나서 교수와 전공의 간에도 대화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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