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 10명 중 4명 불면증…"안면홍조 등 수면 질 저하 요인, 호르몬 치료로 개선 가능"
박현태 고대안암병원 교수 "안면홍조, 식은땀, 야간 발한 등 수면 장애와 연관돼…호르몬 치료로 개선 가능"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박현태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폐경 여성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폐경 여성 10명 중 4명이 불면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면홍조 등 폐경 증상이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폐경 호르몬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박현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폐경기 여성의 수면장애 원인과 치료 접근에 대해 들어봤다.
폐경 여성 절반이 겪는 불면증…"임상에서는 70~80% 불편감 호소"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약 50.1세, 기대수명은 86.4세로 인생 절반 이상을 폐경 상태로 살아가는 시대다. 폐경은 자연스러운 생리적 변화지만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동반한다.
폐경 여성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는 수면장애다. 다민족 여성을 대상으로 10년간 폐경 과정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폐경 여성의 약 46~48%가 불면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환자가 수면 문제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폐경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설문을 진행하면 10명 중 8~9명이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며 "논문에서는 약 50% 수준이지만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수면 문제는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진단 기준이 아닌 환자가 느끼는 증상 정도로 보면, 과거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는 약 50%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연구로 입증된 수치는 아니지만 임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혈관운동증상, 수면장애까지 이어져…폐경 증상, 호르몬 변화·노화 등 복합 작용
폐경기 불면증은 호르몬 변화, 혈관운동증상, 비만, 중년기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노화 역시 수면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화와 폐경은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며 "수면 문제가 노화 때문인지 폐경 때문인지 연구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해외 코호트 연구를 보면 폐경 시기의 호르몬 변화가 수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폐경기 혈관운동증상의 발생 기전으로 KNDY 뉴런(KNDY neuron)이 주목받고 있다.
박 교수는 "KNDY는 여성 생식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계로 체온 조절 중추와 연결돼 있다"며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체온 조절 중추의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안면홍조와 발한 같은 혈관운동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증상이 야간에 나타날 경우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혈관운동증상은 폐경 호르몬 치료로 개선할 수 있으며, 실제로 안면홍조나 식은땀 등 증상이 심한 환자일수록 치료 효과를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폐경 호르몬 치료제를 복용하면 열감이 가장 크게 좋아지고 다른 증상도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면장애 자체가 호르몬 치료의 직접적인 적응증은 아니지만 관련 증상이 개선되면서 수면 증상도 통계적으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폐경 호르몬 치료 중요성 높아지지만 치료 비율 30% 불과…치료 이점 비교·고민해야
폐경 치료 중요성과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치료 접근성은 낮은 편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내 폐경 여성 가운데 호르몬 치료를 받는 비율은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호르몬 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은 치료 부작용에 대한 오해다. 하지만 2025년 11월 미국FDA는 포장지에 있던 심혈관질환, 유방암 및 치매 가능성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를 삭제했다. 잘못된 오해로 치료를 기피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해석되는 것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폐경 증상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하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고 유방암에 대한 우려로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환자 상태에 맞게 치료를 선택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크다"고 말했다.
폐경 호르몬 치료는 에스트로젠 단독요법(ET)과 에스트로젠·프로게스틴 복합요법(EPT)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조직 선택적 에스트로겐 활성 조절제(STEAR)나 조직 선택적 에스트로겐 복합제(TSEC) 등 다양한 치료 옵션도 사용되고 있다.
TSEC 제제의 대표적인 의약품으로는 듀아비브가 있다. 이는 결합형 에스트로겐과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인 바제독시펜이 결합됐으며, 프로게스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박 교수는 "바제독시펜은 자궁내막 보호 효과가 있는 SERM 제제로 프로게스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임상에서는 자궁 출혈이나 유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방암 위험을 우려하거나 기존 호르몬 치료에서 출혈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에서 듀아비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듀아비브는 초기 연구에서 수면 개선과 관련된 결과도 보고됐다"며 "혈관운동증상 개선과 함께 수면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듀아비브의 자궁을 적출하지 않은 폐경 후 여성 환자 대상 임상 결과에 따르면, SMART-5의 수면/건강 관련 삶의 질에 대한 하위 연구에서 듀아비브군에서 12개월째 MENQoL의 총점 및 3개월, 12개월째 MENQoL 혈관운동증상이 위약군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박 교수는 "호르몬 치료에 대한 가장 흔한 우려는 유방암이다. 그러나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미국 여성 기준으로도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 증가는 1만 명 중 8명 수준으로 보고됐다”며 “치료로 얻는 삶의 질 개선 효과와 이 정도 수준의 위험을 함께 놓고 환자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