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폐암 신약 '올리타'의 중증피부 부작용으로 사망은 약 1년 전인 작년, 임상시험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망환자의 임상주치의였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30일 갑작스런 부작용 비보로 세상을 놀래킨 '올리타'의 부작용 발현 의미와, 발현 후에도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약은 1년 전 사망에 이르는 중증부작용이 나타났음에도 올해 5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피부독성은 항생제 같은 일반 약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며, 항암제에서는 더 흔하게 발생한다"면서 "때문에 피부독성 1건만으로 임상을 중단하진 않는다. 특히 올리타 복용환자는 더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심각한 환자 아닌가. 빈도가 많아지면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처음에는 약제의 특이성과 관련없는 독성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증피부이상반응 발현은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아닌 수출을 위한 별도 임상 2상에서 나타났다.
그는 "독성이 발현되면 환자의 기저질환을 충분히 고려해 약제와의 연관성을 따져야 한다"면서 "우리 병원의 사망이 첫 케이스였고, 이후 다른 의료기관에서 2건의 부작용이 더 보고돼 식약처가 오늘 부작용 위험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30일 배포한 긴급 안전성서한에 따르면, 임상시험 중 올리타 투약환자 3명(0.4%, 전체 참여환자 731명)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다.
이 중 약제로 인한 사망은 1건(독성표피괴사용해, TEN)이며 1건은 입원 후 회복(TEN)했고, 질병진행으로 인한 사망(스티븐스존슨증후군, SJS)으로 결론난 게 1건이다.
SJS와 TEN은 급성 피부점막반응을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으로, 피부괴사 및 점막침범 특징을 나타내며 주로 약물 등에 의해 급성으로 발생한다.
"개발 중단했어야 한다"
그러나 식약처가 허가심사 과정에서 이 약의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올리타' 허가에서부터 30일 몰아친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리타' 판권 반환 소식 및 식약처의 중증부작용 발표는 매우 긴박하게 이뤄졌다.
식약처는 새로 도입한 '신속 허가심사 제도'를 통해 제품 출시를 2년 앞당겼고, 보험약가 협상 과정에서도 복지부가 새로 도입한 '글로벌 혁신신약' 1호로 적용해 약가우대 하는 방향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다 30일 난데없는 다국적 제약사의 판권 리턴과 식약처의 안전성서한 배포로 '올리타'에 대한 기대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예기치 못한 피부독성이 발견됐다면,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옳고, 당연히 허가절차를 밟아선 안됐다"면서 "TEN은 굉장히 심각한 급성 피부과 질환이다. 누구에게 생길지 모르며 갑자기 생긴다. 환자가 3도 화상을 입은 것과 같다. 표적치료제의 장점은 독성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갑자기 사망하면 누가 이 약을 쓰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약이 보험급여화 된다면 그야말로 넌센스"라며 "'올리타'와 경쟁약 '타그리소'에 대한 시판허가가 너무 긴박하게 진행됐다. 보험약가를 빨리 해줘야 한다는 방향으로"라고 꼬집었다.
올리타의 향방은?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올리타'를 처방할 수 있을까?
일단 식약처는 신규 환자에 대한 투여제한을 당부했다. 향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빠른 시간 안에 판매중지 등 추가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대호 교수는 "올리타의 환자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올리타 투여 환자의 여명이 길지 않고 다른 치료옵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리타는 어느 정도의 약효가 입증된 약이라 비용효과성을 비교해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리타'라는 경쟁약물이 없다면 같은 3세대 TKI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의 보험약가가 다운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타그리소'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교수는 "타그리소라는 대체 약물이 있기 때문에 올리타는 불리한 상황"이라며 "약효라도 타그리소를 이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다만, 한미약품이 약값을 크게 낮춘다면 어느 정도 처방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도 불똥?
이번 사건은 '올리타'에 국한되지만, 같은 적응증으로 나란히 보험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타그리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환자군이 겹칠 고가의 면역항암제들도 두 약물과 함께 줄줄이 보험약가 절차를 밟고 있다.
조병철 교수는 "두 약물에 대한 허가 및 보험절차가 급박하게 진행됐다"면서 "하지만 전체 폐암 환자의 약 10~20%가 사용할 약물이다.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한달에 천만원을 지불하고 고가 '타그리소'를 써야하는지 재고해야 한다. 두 약물 모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대호 교수 역시 "타그리소는 올리타와 동일한 기전의 약이라고 보기 어렵고, 올리타보다 효과면에서 더 우수하다"면서도 "보험 문제는 데이터를 충분히 고려한 후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환자 수가 많기 때문에 우리 건강보험이 예산 임팩트를 감내할 수 있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영국은 타그리소를 급여화하지 않았다. 약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타그리소는 임상에서 1차 목표지수를 충족했지만 약가를 500만원으로 정할지, 1000만원으로 정할지는 데이터에 대한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 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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