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0.05 08:35최종 업데이트 24.10.05 08:36

제보

미국에서 전문의하면 연봉 5억에 휴가도 30일 이상…"정부 의대증원 고집, 젊은의사 해외 유출 못막아"

영상의학회, 미국·캐나다·뉴질랜드 등 진출 의사와 정보교류 장 마련…캐나다는 25년간 의사 형사처벌 0건·미국은 연구시간도 보장

사진 왼쪽부터 캐나다 토론토의대 김태경 교수, 미국 에모리의대 김준만 교수, 뉴욕의대 우성민 교수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미국에서 전문의 자격만 인정되면 최소 연봉이 5억원부터 시작한다."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젊은 의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춰 일부 학회는 해외에 먼저 진출한 의사들과 젊은 의사들이 서로 소통을 통해 한국와 해외 의료 환경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영상의학회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정기 학술대회에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 현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을 초청해 젊은 의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해당 세션은 큰 호응을 얻어 좌석이 부족해 많은 인원이 강의를 서서 들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해외 교수들은 국내 젊은 의사들이 해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의료의 우수성이 인정되면서 해외 진출 경로가 많아짐과 동시에 진출 조건도 다소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봉, 워라밸, 진료 위험부담 등 여러 방면에서 의사로서 경험할 수 있는 해외 의료환경의 장점도 소개됐다. 

최근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등 왜곡된 정책을 정부가 밀어붙일 경우 한국의 유능한 의료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현재 미국 뉴욕대 의과대학에(NYU Grossman School of Medicine) 재직 중인 우성민 교수는 이날 "IMG(해외의대졸업생)들이 전공의 수련없이 곧바로 현지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이른바 'Alternate Pathway'를 통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이 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성민 교수는 "Alternate Pathway는 해외 영상의학과 의사가 미국에서 전공의 수련없이 전문의가 될 수 있는 시험을 볼 수 있는 길"이라며 "최근 미국 진출 조건들이 완화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현지에서 4년 근무를 한 기관에서만 연속으로 해야 했지만 최근엔 전공의, 전임의, 교수 중 어떤 직책으로도 4년만 채우면 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4년 연속 근무도 이제 8년 안에만 하면 되고 꼭 한 기관에서 할 필요가 없다. 파트타임으로 틈틈히 충족해도 된다"며 "다만 주마다 다르지만 주에서 인정한 의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3년간 레지던트 수련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다양한 장점이 존재한다. 가장 만족도가 큰 부분은 근무환경과 처우다. 

순천향의대 졸업 후 현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병원(Christchurch Hospital)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혁준 교수는 "뉴질랜드 의사들은 워라밸이 상당히 좋다. 70~80%는 5시 이전에 대부분 일을 끝내고 휴가는 6주가 주어진다"며 "휴가를 다 소진하지 않아도 다음 년도로 이월되기 때문에 합쳐서 길게 쓰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우성민 교수는 "병원과 경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펠로우 1년만 하면 미국에서 최소 연봉이 5억부터 시작한다. 한국의 전문의 가치가 엄청나다"며 "학회를 포함해 휴가 총일수도 30~40일 가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느낀 장점은 워라밸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 내 위계질서가 크게 없고 유럽과 가깝다 보니 학회 등에서 미국, 유럽 등 석학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며 "단점은 한국과 다른 문화, 음식, 언어, 행정이 느리다는 점 정도"라고 덧붙였다. 
 
우성민 교수가 Alternate Pathway를 통해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 영상의학과 전문의 9명을 대상으로 질의한 결과, 평균 연봉은 4~5억 수준이 가장 많았고 5~6억 사이, 6억 이상 받고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  


특히 연구 활동이 보장된다는 점도 의사들에겐 큰 메리트도 꼽힌다. 

충남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에모리 의대(Emory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에 근무 중인 김준만 교수는 "미국은 연구 과정을 철저히 지켜준다. 심지어 수련 과정에서도 전공의 1년차 20명 중 2명 정도는 매주 1일씩 연구일로 보장해준다"며 "이런 의사들은 연구 능력이 굉장하고 논문 성과도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의대 김태경 교수는 캐나다의 진료 위험부담이 한국보다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형사처벌 리스크는 한국에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꺼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캐나다 의료사고배상제도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의사들이 보험금을 내는데 해당 금액을 모아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결한다. 단 의사들이 내는 보험금 중 80%는 다시 돌려준다. 세금으로 의료사고를 배상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들어 산부인과는 6000만원 정도를 보험금으로 내는데 이중 5100만원은 다시 돌려주는 형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캐나다는 25년 동안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소송이 3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건만 유죄가 선고됐는데 이마저 의사가 아닌 약사였다"며 "한국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다. 이런 일이 캐나다에선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영상의학회 황성일 총무이사는 "이번 세션은 젊은의사들을 해외로 나가라고 부추기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근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객관적인 자료와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했다"라며 "다만 현재와 같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유능한 국내 의학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