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1.02 06:23최종 업데이트 20.01.0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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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의협 탄핵은…회원이 등 돌리고 회비 납부를 하지 않는 단체가 되는 것"

미국의사회는 회무 연속성과 전문성 보장, 대신 연간 9일간 대의원총회로 충분한 소통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출범 2년차를 지나면서 최대집 의협 회장은 ‘탄핵’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의사회는 어떨까. 

의사 이익단체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국가의 대표적인 의사단체는 스스로 노조(Trade Union)라고 성격을 규명하는 영국의사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와 임금협상 대신 수가협상이 가능한 이익단체(Trade Association)인 미국의사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등이 있다. 이들은 강력하고 안정적인 조직의 틀에서 회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미국의사회는 연간 9일의 대의원총회를 하는 등 충분한 소통을 통해 회무를 점검하고 감시하는 데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미국 AMA 강력한 힘 안정된 조직의 틀에서 회무 연속성 전문성 보장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의 의사회 회장은 임기가 1년이어서 탄핵을 당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회장 선출대신 차기회장 선출과 직전(Immediate Past President) 회장이 실행위원회 구조에 참여하고 있어 회무 운영과 정책의 연속성, 일관성, 안정성을 갖고 있다. 미국의 AMA가 갖는 강력한 힘의 원동력이 의사회의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의사회의 구조를 보면 미국의 의사회와 매우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나라의 의사회가 미국을 전범(典範)으로 삼아 각 나라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의협은 회장 임기가 3년 직선제로 돼 있고, 차기 회장을 선임하지 않는다. 협회가 추구해야 하는 정책의 영속성, 일관성,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되는 악성 단체의 구성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악성 단체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모습 중에서 최우선 요건은 단체의 전체가 공유하는 ‘팀 정신’ 즉, 쉽게 표현해 “우리는 하나다”라는 정신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단체는 최소한 단체의 목표를 공유하고 뜻을 같이한다. 단체 내부에 단체의 생동감을 줄 수 있는 비공식적인 하부세력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악성 단체는 단체 내 몇 개의 세력으로 구분되는 공식적인 구조에서 상호간 의사소통의 부족과 신뢰의 상실로 투명성과 견제를 목적으로 지나치게 세분화된 감사와 감독의 권한을 행사하며 세력 간 지나친 경쟁을 만들어 낸다. 

협회 전체는 세부 단체별로 뒷담화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소문과 추문 등 여러 가지 괴담들이 섞여 난무하며, 상호간 건전한 비판을 넘어 개인적인 비난도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자연히 명예훼손 등 고소 고발 건이 단체 내에서 일어난다. 단체가 지녀야 할 자체 통제 기제가 없어 보이거나 회무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절제된 모습이 결여돼 바람직하지 않은 상호간 투쟁의 장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구조적으로 결함 있는 단체를 이끌려면 힘은 배로 들어갈 수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 부족한 의사소통과 전략 공유는 결국 단체 전체의 주도권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분쟁을 벌이게 된다. 상호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했음에도 좀처럼 서로 인정하려 들지 않고, 오로지 실체가 없는 확인되지 않은 부정적인 모습만을 부풀려 깎아 내리는데 몰두한다. 

이런 단체일수록 직원들에게 고위직은 시간제나 임시직이고 직원의 업무파악이나 조직 장악도 되지 않아 사무실의 기강이나 규범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인다. 몇 년 만 참으면 임원이나 위원들이 자연스레 교체될 것이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힘없는 직원이 피해를 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직원에게는 과감한 직무 추진보다는 권력의 향방에 따라 눈치작전이 우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생존수칙’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복지부동과 같은  소극적인 사무실 분위기와 자괴감만이 충만한 건설적이지 못한 직장 분위기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 

AMA 연간 9일 이상 총회 개최 ‘충분한 소통’ VS KMA 소통 총량에서도 ‘현격히 부족’

대한의사협회는 과거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전환했고, 이 후 협회의 운영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개선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추세는 협회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촛불로 대통령도 바꾸는 변화를 보여줬다. 조직의 역동성에서 본다면 아직도 혼돈 기(storming period)에서 규범화(normalizing period)로 전이돼가는 모습이고, 언젠가는 상호간 투쟁의 역동성을 외부로 돌려 능력을 발휘하는 본격적 수행 기(performing period)로 바뀔 것으로 기대해 본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한 탄핵은 대의원 재적 2/3 출석과 출석 대의원 2/3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재적인원 1/3인 80여명의 동의가 있으면 우선 임시총회는 개최 요건을 갖춘다. 임시총회는 결과에 따라 짧게는 2~3시간, 그러나 비대위 구성을 한다면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와 미국을 비교해보면 절대적으로 대의원 내부는 물론 집행부나 다른 산하 단체와의 총 상호 소통시간은 현저히 적어 보인다. 협회 내 서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소통결핍증에 빠진 집단처럼 보인다. 일단 미국은 정기 대의원총회를 5일간 개최하고도 다시 중간대의원 총회를 4일간 개최해 연간 9일 이상의 종일 대의원 회의를 운용하고 있다. 

소통부족에 대한 보충은 사적공간인 카톡방에서 활발히 개최된다. 물론 이것 역시 대부분의 구성원은 참여 관찰자의 역할이다. 회무가 사적공간에서 논의될 때 더 이상 사적공간은 아니다. 외국의 사회적 매체에 대한 전문직의 입장은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으로 의사단체에게 요구되는 윤리적이고 근거 바탕이며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의원회를 차라리 연 2회의 대의원회로 바꾸고 한번 회의를 3일 이상 운영하도록 바꿀 필요도 보인다. 물론 운영에 따른 재원 확보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대의원으로 활동하려면 이 정도의 시간 투자와 개인의 희생은 요구된다. 

탄핵을 위한 준비도 기왕이면 면밀히 할 필요가 있고 매우 구체적이고 근거에 합당해야만 한다. 현재의 탄핵제도는 우선 탄핵을 위한 발의가 되면 이에 따른 제3자의 면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하고 조사 내용도 윤리적이고 근거에 입각해 실증적이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상호 10분간의 찬, 반 발언으로 충분한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시간적 효율은 매우 높아 보이는데 사안에 비해 토론 시간을 매우 짧아 보인다. 

이번 집행부가 보여주는 두 차례의 임시대의원총회 경험을 보면 현재와 같은 의사결정구조나 내부 의사소통 결핍에서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도 회무 운영이 결코 쉽지 않은 구조임을 보여준다. 더구나 비대위가 설치된다 해도 현재의 구조로 소통결핍증은 피하기 어려운 난제로 보인다. 

3년 임기제도의 회장이 공약사항을 1년 혹은 2년 내 완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2년 연속 임시대의원 총회가 열리는 것을 보면 집행부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고질적 문제 해결에 ‘지속적 개선’ 전문 영역에서 조명 받는 화두 윈-윈 전략 실천해야

요즘 모든 단체와 조직에서의 관심 있는 화두는 ‘지속적인 개선’이다. 의사의 역량에 대한 문제나 의사에 대한 행정적 처분도 만사가 법으로 처벌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법적 처벌 보다는 실질적인 의료의 개선 혹은 의학교육의 개선 등 전문직 단체나 사회단체 모두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얼마 전 캐나다 전공의교육원(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Canada)의 원장이 바뀌었다. 이사장은 매 2년 교체로 돼있으나 원장은 13년 근무 후 스스로 퇴임 의사를 밝히고 차기 원장 공모위원회를 조직해 몇 달간 진행했다. 이 중 캐나다 출신으로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이어 연구박사 학위, 세부전문의 그리고 두 개의 경영학 석사를 취득 한 후 미국에서 병원장을 하던 젊은 50대 초반 캐나다 여성이 발굴됐다. 교육경력도 있어 원장 적임자로 판단돼 더 이상의 공모 작업을 하지 않고 중단시켰고 원장으로 내정됐다. 

캐나다, 미국 등에서 이익 단체와 달리 공공단체는 단체장의 선임에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공의교육과 평생교육을 관리하는 직원 450명의 공공 단체장의 재임기간이 설정돼 있지 않고 잘하고 있는 한 지속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지난 원장도 재임기간이 13년이 된다는 사실과 반면에 캐나다 의사회 회장임기는 단지 1년인 이익 단체의 구조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단체 장 선발 시스템에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1년 임기의 회장은 탄핵의 염려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아 보인다. 13년 근무를 시키는 공익단체는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회무운영을 능숙하게 잘 처리하는 한 계속 유지시키는 전문성 우선 제도다. 두 제도 모두 우리나라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의사협회장직은 전문직 단체 집행부의 수장으로 의사협회를 대표한다. 그러나 아직도 의사 전문 직업성이 확보되지 못한 나라에서 회장직에 대한 개념도 사실 표류 중인 듯하다. 이익단체와 공익적인 사안을 모두 다루는 거대한 단체에서 권력의 분할이나 공유에 대한 개념도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회장은 대외적인 대표를 하고 실무인 집행부의 운영은 과연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집행부와 대의원회, 그리고 산하 단체와의 역할과 역학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도 아직 분명하게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분명하지 않은 다수의 부회장직에 대한 직무 설정과 이사들과의 관계설정도 애매하고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가장 무서운 탄핵은 회원들이 등 돌리고 회비 납부하지 않는 것 

약사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주변 협회도 모두 비슷한 실정이다. 탄핵이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고 실제로 탄핵으로 중도 하차를 한 사례도 많다. 탄핵 이후 탄핵이 미친 단체에 끼친 영향도 면밀한 분석이나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탄핵 사유의 귀책으로 인한 향후 개선책의 수립과 실행에 대한 모습이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약 20만명 규모의 회원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사회는 직원이 1000명인데 비해 우리는 13만 회원을 위한 단체의 직원 수가 대략 1/10 수준이다. 미국의 면허단체, 보수교육인증원, 의학회 등 공적인 단체와 이익단체의 역할을 모두 총괄하는 격인 대한의사협회가 과연 현재의 직원 규모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단순 물리적 비교에서도 열악해 보인다. 미국의사회가 갖고 있는 리더 그룹 회원들의 무형 자산을 우리도 취득하는 것은 너무나도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집행부에 대한 진정 무서운 탄핵은 정부도 임시 대의원총회도 아닌 바로 회원 개인의 결심이다. 회원이 회비를 내지 않아도 별다른 대처 방안이 없는 구조에서 회원들이 협회에 등을 돌리고 회비 납부도 하지 않는 단체가 될 때 벌어질 것이다. 

얼마 전 캐나다 의사회는 집행부가 회원들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론에 의한 캐나다의사회의 회원재무관리회사(MD Financial Management Service)를 회원과의 적절한 의사소통과 투명성 없이 캐나다 유수의 은행에 매각을 진행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은행에게 회원의 상호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재무관리회사를 회원의 의사를 제대로 타진하지 않고 추진해 회원은 협회에 의해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분노한 의사 회원들이 협회를 탈퇴하고 회비 납부를 중단해 이제 캐나다 의사회는 스스로 망해가는 단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런 사례는 의사단체가 가져야 할 의사결정 구조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전문직 단체 모두에게 던져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협회가 회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본격적인 채비를 시작할 때가 됐다. 협회 내에서도 이런 요구가 있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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