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의결하지 못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기사법 개정안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처리가 불발됐다. 의료기사 업무 수행 기준에 '처방' 개념을 명시하는 정부 수정안이 논의됐지만, 의료계 반발과 직역 간 이견을 넘지 못한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제1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를 2시간 가량 진행했지만 의결하지 못했다. 이날 논의된 안건은 남인순·최보윤 의원안과 한지아 의원안으로, 의료기사 업무 수행 기준 현실화와 원격지도 허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특히 법안소위에서는 '지도'와 '처방'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표현이 혼용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부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처방이나 지도에 대한 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여러 의원들이 각자 의견을 냈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가 의료기사와 의사 모두를 상대로 다퉈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기존 의료체계 안에서 의사의 지도·감독에 따라 이뤄지는 것과 처방 기반으로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것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지도'와 '처방' 표현을 절충하자는 의견도 일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방' 표현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같은 논의가 반복됐고, 결국 계속 심사로 결론이 났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의료계와 의료기사단체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만큼 향후 재논의 과정에서도 '지도'와 '처방'의 관계, 의료기관 밖 업무 수행 범위, 원격지도 허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소위가 끝난 뒤 여당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 정도 받아줬으면 됐지 얼마나 더 해야 하나. 의협이 (계속 반대만 해서) 이렇게 반발을 사면 어떡하냐. 그정도 합의했으면 됐지, 막판에 다 뒤집어 엎으면 어쩌냐. 의견수렴을 마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도 추가 논의를 위한 상임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한편 현행법은 의료기사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사 업무 수행의 기본 전제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에 두는 구조다.
당초 남인순·최보윤 의원안은 이 같은 정의 규정의 '지도 아래'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료기사 업무가 의사의 직접 지도뿐 아니라 처방이나 의뢰에 따라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처방·의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경우 업무 내용을 보존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정의 조항의 '지도' 문구는 유지하고, 대신 업무 조항에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을 담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처방·의뢰'를 의료기사 정의에 직접 넣는 방식은 제외하되, 실제 업무 수행 근거에는 '처방' 개념을 명시하는 절충안이었다.
또한 정부안은 의료기사 업무 수행 장소를 원칙적으로 소속 의료기관 안으로 제한하고,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경우에 한해 의료기관 밖 업무 수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의료기관 밖 업무 수행 시에도 소속 의료기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했다.
함께 논의된 한지아 의원안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지도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유무선 통신, 화상통신, 컴퓨터 등을 활용해 의료기사를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기사가 소속 의료기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원격지도를 받아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지도의 대상 업무와 환자 범위, 방법, 수행 장소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