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의사로서 이걸 덮어줘야 하나'라고 고민할 정도로 비만약 과잉처방이 심하다. 환자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9일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에서는 의사가 비만 치료를 하면서 임의로 허가받지 않을 약을 쓰거나 증량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이 나왔다.
이날 비만 치료제의 효과‧부작용을 논하는 세션에서 좌중에 있던 한 교수는 "정신과에서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와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억제제(SNRI)를 쓰는 환자에게 비만 치료제 '로카세린(제품명 벨빅)'을 처방하는 것으로 안다. 이것이 가능하냐"고 패널에게 물었다.
이화의대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는 "병용 투여는 안된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항우울제 '프로작'이 약방의 감초처럼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데 사실 약물상호작용이 많다. 정신과 약물을 살이 안찌는 약제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의사들의 과잉처방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의사들은 비만치료를 하다가 원하는 감량효과가 안 나오면 비만 치료 목적으로 허가 안된 약제를 쓰거나 마음대로 증량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면서 "일전에 문제가 생겨 내분비내과를 찾아온 한 젊은 여성환자를 보면 과잉처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환자는 과체중 정도의 체형임에도 비만클리닉에서 온갖 약을 처방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갑상선 기능이 정상임에도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제 씬지로이드를 처방받는가 하면, 당뇨약 메트포르민,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환자가 구역증상을 호소하니까 소화기계 약물 모사프라이드와 레보프라이드 2개 모두를 처방했다.
김 교수는 "같은 의사로서 덮어줘야 하는 건지 속상했다. 환자는 약을 마구 추가할 실험대상이 아니다"면서 "또 허가된 약제가 아님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만의 확신으로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엄밀히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심경원 교수는 "감량이 안되면 계속 약제 용량을 높여 상상초월의 처방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강력한 약에 노출된 환자는 더 이상 어떤 약도 안 듣는다"면서 "이럴 땐 약을 끊는 것이 좋다. 내성이 생겼다면, 6개월에서 1년 약을 끊으면 다시 복용할 때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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