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비만은 연관성이 많다.
국내 당뇨병 환자 중 44.4%가 비만이고, 비만 환자 중 50.4%가 당뇨병 환자다.
이에 따라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도 체중감소 효과를 가진 약이 등장하는가 하면, 체중 증가의 대명사인 인슐린 마저도 기존 제품 대비 체중증가율 감소 데이터를 가진 제품이 나왔다.
9일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에서는 현재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약물들의 체중과 관련된 효과를 조명했다.
개원가에서 핫한 약, SGLT2 억제제
SGLT2 억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는 국내 출시된 2년 전부터 체중감소 효과로 이목을 끌었다.
이 약물은 콩팥에 작용해 소변으로 당의 배출을 유도하는데,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면서 자연스럽게 혈당을 낮추는 것은 물론 체중과 혈압감소 등 부가 이점이 따른다.
체중감소 효과는 당이 배출되면서 나타나는 이뇨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이 약을 복용하면 하루에 280 칼로리가 빠져나간다"면서 "환자들에게 300칼로리의 밥 한 공기를 덜 먹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면, 환자의 이해도 빠르고, 복약순응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기준으로 볼 때 ▲포시가 단독 ▲포시가+메트포르민 ▲포시가+SU ▲포시가+DPP-4 억제제+메트포르민 ▲포시가+인슐린 ▲포시가+메트포르민+SU 병용에서 모두 위약보다 의미있는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 감소는 근육보다 지방(FAT)의 감소분이 커, 건강상의 이득이 크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임상연구 결과 포시가와 메트포르민을 병용했더니 102주 후 4.54kg 감소해 위약+메트포르민 복용군(2.12kg 감소)보다 2.41kg의 이득을 봤다.
이를 자세히 보면, 포시가군은 지방(2.8kg)이 근육(1.3kg)보다 훨씬 줄어든 반면, 위약군은 지방(1.46kg)과 근육(0.9kg)이 비슷하게 줄었다.
김 교수는 "또 의사들이 SGLT2 억제제를 쓰면서 궁금했던 건 BMI(체질량지수)가 높은 환자에게 효과가 좋을 것이냐인데, 꼭 그렇진 않다. 체중이 많이 나가든 적게 나가든 똑같이 하루 밥 한공기 정도의 열량이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특히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이 당뇨병 치료제 최초로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매우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체중을 줄이는 게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못박았다.
다만, 감염 부작용과 다뇨로 인한 우려는 존재했다.
김 교수는 "요로감염 부작용이 증가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여성 환자에서의 생식기 감염(Genital infection)이 좀 더 문제인 것 같다"면서 "현재 어떤 환자에게 생식기 감염이 많이 생기는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약 복용으로 인한 다뇨로, 장기 복용할 경우 미네랄 감소와 뼈에 미치를 영향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염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차세대 인슐린, 체중증가 덜할까?
작년에 나온 2개의 인슐린 '투제오(인슐린 글라진 유전자재조합)'와 '트레시바(디글루덱)'는 기존 기저인슐린보다 저혈당과 혈당변동폭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인슐린으로 불린다.
특히 인슐린은 체중증가가 큰 부작용이었는데, '투제오'의 경우 일부 임상결과 '란투스'보다 체중증가분이 훨씬 적었다. 일본 환자 임상에서는 체중을 줄이는 효과까지 보였다.
반면, 같은 차세대 인슐린 트레시바는 란투스보다 체중적인 혜택이 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 교수는 "기존에 모든 인슐린을 썼던 자료에서 투제오와 다른 인슐린을 연결한 메타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면서 "즉 차세대 제품의 체중 측면 효과는 신뢰할만한 결과가 아니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보다 더 큰 효과
당뇨병 치료제지만 2014년, 비만 치료 적응증을 미국‧유럽에서 추가 획득한 GLP-1 유사체는 비만 치료제로서 조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는 "GLP-1은 포도당과 지방을 섭취한 후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중추‧말초에 작용하는 기전으로 포만을 증대시키고 열량 섭취를 줄인다"면서 "이로 인해 이 계열 약제 중 최초로 리라글루티드가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아 사용된다"고 소개했다.
리라글루티드(제품명 빅토자)를 당뇨병이 아닌 비만 환자에게 20주간 투여한 결과, 이 약제 투여군은 7.2kg가 빠져 을리스타트(4.1kg)보다 크게 감소했다.
오 교수는 "5% 이상 빠진 사람들의 지속효과를 보기 위한 연구에서도 용량 의존적으로 잘 빠지고 2년간 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라글루티드의 8% 감량효과는 비만약제인 벨빅(5%)과 콘트라브(6%)보다 큰 것"이라며 "부작용도 적고, 당뇨병‧당뇨 전단계에도 효과가 있어 장기간 사용하면서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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