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연령, 지역, 경제수준 등에 따른 접근 장벽이 존재해 기대와는 달리 의료 역차별과 지역간 의료격차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변화를 익히기 위해 보건의료 종사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기존 대면진료에 비해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의 실업률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격의료 보고서(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를 분석한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세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령, 지역, 경제수준에 따라 의료 역차별 우려
우선 현재 성별, 연령, 지역, 경제 및 교육 수준에 따라서 원격의료에 대한 접근 장벽이 존재해 의료역차별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연구소는 “원격의료는 의료 역차별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고 지역간 의료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의료 이용의 진입 장벽이 높은 저소득층과 저교육층은 만성질환이 많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대면진료가 어려운 격오지에서 생활하는 농촌 지역 주민 등은 정반대로 가장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힘든 계층"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영상상담을 이용하는 25~44세 연령대는 65세 이상에 비해 서비스 이용이 필요한 대상자가 1.5배 많았으나 실제 이용자는 35배 많았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에서 원격상담을 이용하는 경우 평균에 비해 1.6배 낮았지만 실제 이용은 6배나 더 낮았다. 또한 25세에서 54세 사이의 사람들 중 약 61%가 인터넷을 사용해 건강 정보를 검색했지만, 55세에서 74세 사이의 사람들에서는 이 비율이 40%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젊은 환자들은 쉽게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노인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라며 “원격의료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 만성 질환의 수는 연령에 따라 증가해 65~84세의 환자 중 거의 65%가 하나 이상의 만성 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85세 이상인 경우 이 비율이 89%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농촌 지역은 도시지역에 비해 노인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결국 고령의 만성질환자에게 더 필요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실제로는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OECD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적인 수준의 사람들과 비교해 가장 빈곤한 계층은 인터넷을 이용해 건강정보를 검색한 비중이 65% 낮았고,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건강정보를 검색한 비중이 50% 낮았다.
연구소는 "의료 접근 장벽이 높아질수록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사, 특히 전문의를 만나 진료 받을 가능성이 낮다"라며 "이들에게 원격의료는 또 다른 접근 장벽으로 작용해 저소득층과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은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 하향식은 실패 가능성...공급자와 지역사회 중심이어야
연구소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공급자와 지역사회가 중심으로 사업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라며 ”특히 의료 제공자들이 특정 환자나 지역 사회에 대한 원격의료 서비스의 적합성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정부 주도의 대규모 ICT프로젝트는 소규모 프로젝트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건강 관리 분야의 공공 ICT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영국의 NPfIT (The National Program for IT in the NHS)는 시행 후 거의 10년이 지난 후에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채로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프로젝트 종료를 발표한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앙집중식 및 하향식 접근 방식은 궁극적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따. 이에 국가 보건 서비스의 향후 IT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의사 결정에 의해 필요성과 적용 범위 등을 잘 조율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의료 제공자가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와 지역 사회의 요구와 선호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의료 제공자가 주도적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관리하면 원격의료와 관련한 의료 질을 개선하고 환자들에게 더욱 도움되는 사람 중심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의 이유는 의사, 간호사 등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환자는 치료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원격의료도 기존 대면진료 의료진으로부터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건의료 종사자 피로 가중, 실업률 증가 불가피
무엇보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추진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변화를 익히기 위해 보건의료 종사자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또한 보건의료계 실업률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대책 마련이 전무한 상태다"라고 우려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의사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Burn-out) 증상의 주요 원인으로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은 행정 및 관리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매년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새로운 지침과 규정에 적응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지침과 규정에 적응하고 이를 학습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추가로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보건의료 분야에서 추진됐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의 경우를 보면 5개 중에서 1개 꼴로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원격의료는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변화와 관련된 업무량 증가에 이미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 추진과 같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정책이 본래 추진되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원격의료 추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보건의료인 단체나 전문가 조직의 협조 없이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보건의료인 단체나 전문가 조직과의 협의 과정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원격의료로 보건의료계 노동 시장이 축소될 수 있는 사실도 우려했다. 기존 대면진료 중심의 서비스가 원격의료 서비스에 비해서 노동 집약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전체적인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고연령, 저학력 인력들의 일자리부터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라며 "상급 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하면 1차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이 심화돼 1차 의료기관들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1차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진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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